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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교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봤다. 물억새, 그리고 큰 강아지풀처럼 생긴 수크령(길갱이)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키 크고 무성한 물억새와 수크령 사이로 산책하는 사람들 머리만 겨우 보였다.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은 잠자리채로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느라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사과나무길에서 계단이나 내리막길을 따라 청계천변 산책로로 내려가자 ‘수크령 식재지’가 펼쳐졌다. 여기 수크령이 많다지만, 굳이 한 군데를 지목하기 어려울만큼 수크령과 물억새가 청계천을 따라 무성했다.
야생화학습장 옆 하얀 건물이 ‘생태학습장’이다. 청계천의 자연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생태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해도 괜찮다. 생태해설사와 함께 하는 풀잎 물들이기, 조류탐사교실, 물억새축제 등이 준비돼 있다. 참가신청은 시설관리공단(www.sisul.or.kr)에서 하면 된다.
청계천 건너편 신답철교 부근 언덕받이는 ‘상주 감나무 서식지’다. 경북 상주시에서 기증한 감나무 90그루가 있는데, 큰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는다.
생태학습장을 지나치자 설치미술작품 서넛 보인다. 먼저 ‘신선도’가 눈에 들어왔다. 까맣고 반질반질한 마천석을 다듬어 만든 탁자와, 역시 마천석으로 된 등받침 없는 의자 3개가 탁자를 둘러쌓다. 탁자 상판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실용사물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하도록’이란 작가의 의도가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몇 걸음 더 가면 ‘Horizon of Lines-Ruler’란 작품이 있다.
제2마장교 아래를 지나 조금 걸으면 징검다리가 나온다. 이 징검다리를 건너면 반대편 답십리동이다.
이어 경남 하동에서 기증한 매실나무 250여 그루를 심은 ‘하동 매실거리’다. 작년에 심어서인지 아직 작고 볼품 없다. 하동 매실거리와 ‘머루 식재지’, ‘버드나무길’을 지나면 장식 없이 간결한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 다시 반대쪽으로 간다. 한양여대 뒤쯤 된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철새서식지’다. 왜가리 한 마리가 물 한 가운데 부동자세로 서서 물고기를 노렸고, 흰뺨검둥오리 일가족은 수초 사이를 헤엄쳤다. 조금 더 가니 ‘살곶이공원’이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가장 긴 돌다리다. ‘씨름꾼 팔다리 같다’더니, 거칠고 투박한 석재를 끼워 맞춘 돌다리는 박력이 넘쳤다.
가을 산책은 여기서 끝. 가을 정취는 청계천 하류를 지나 한강으로 멈춤 없이 흘러갔다.
/주말매거진에 쓴 글입니다. 청계천 하류에 가보세요. '서울 한복판에 이런 자연이 있었나' 놀라실 겁니다. 사람도 없어 한적합니다. 사진은 조영회 기자가 찍었습니다.
버드나무길
살곶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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