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와 시인과 거지같은 가수와
유옹 송창재
도라지 위스키 한잔으로
무늬 나름의 멋낸
허전하게 슬픈 마담을 꼬시는 가수는
세고비아기타가 어깨에 어울리기라도 하지.
처적거리는 날
누렇게 바랜 대학노트 한권을 말아쥐고
낭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음유시인은
속조차 꼬부랑거리는
대폿집 아낙에게도 뺀치를 맞는다.
엇저녁 육교밑에서 깡통을 펼치고 가로등 불빛으로
오곱딸랭이 난장을 열었던 잘 입은 거지는
술탁자 위에 깡통째로 쐬주를 마신다.
반잔의 위스키만 청할
돈도 없을 모습의
돈 많은 음유시인 가수는
왜 수십년산 시발스니미럴 양주도 많을텐데
도라지 위스키였을까?
그 다방은 카드가 안되었나 보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나는 비오는 날
옛깔스럽게
세느강 정희네집에서
막걸리 노를 젖는다.
힘차게.
다음날 아침에는 아리랑고개 콩나물국밥 집에서
뒤집어진 혼탁한 창자속을 정화한다.
한잔의 따끈한 모주로.
김치국물 묻은 앞치마의 주모에게 한잔을 권한다.
그래도 정중하게 인격적으로 나름대로 멋을 냈다.
주모는 김칫국이 묻은 모주사발을 닦지도 않고 돌려준다.
양주를 마셔도
맑은 보리차인 줄 남들이
알거지만 국밥 값은 현금으로 치른다.
낭만을 노래하는 음유시인과
일차는
도라지 위스키를 마시고
이차는
순대국밥을 먹고 싶다.
깍두기를 씹으며 돈 대신 어제 미처 다 못한 낭만을 이야기하고 싶다.
낭만을 아는 모든 이들과
비 추적 거리는 날
콩나물고개 작은 식당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고 싶다
밥값은 각자의 몫으로
막걸리도 능력껏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사 주면 더 마셔도 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비오는 아침
잘 어울리는 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양주 마시던 위인도
돈 떨어지면 거지이고
음유시인 가수도
가진 것 없으면
인생이 끝임을 알아야 하겠지요. 감사합니다.
잔뜩 흐려있는 어린이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