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이 어디 가는가
김 재 열
깊은 산골
큰눈 쏟아지는 날
한동안 은둔하던
산적은 어디 가는가
한 시절 마구 날뛰다
손가락 하나 잘라 개떡처럼 버리고
산채보다 더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
잠만 자더니
시름시름 앓았다
무상하게 흐른 세월
버릴 게 또 있으려나
남은 세월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기분 좋아
노래하고 춤추다
갑자기 울부짖다
음막에 불을 지르고
휘날리는 검붉은 수염
계곡물 한 바가지 들이킨다
작대기 하나 들고 폭설을 헤치며
수십년 예전 길을 간다
허물어진 산채를 지난다
사람들은
산적을 잊었는데
산적은 어디 가는가
연 사흘 쏟아진 폭설의 어둠 한가운데
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거인 형상의 그림자를 보았다고
웅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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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시
산적 山賊이 어디 가는가
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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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
24.02.20 15:5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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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운글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