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에 빗대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파리 목숨보다도 못하다고 말이지요. 사실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태여 전쟁도 아닌데 말입니다. 전쟁터에서는 전쟁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일반 세상에서도 어처구니없이 세상을 떠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목숨을 잃습니다. 하기야 떠난 사람은 알 턱이 없습니다. 그냥 순간적으로 당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목격하는 사람에게는 충격 그 이상입니다. 평생 트라우마로 가지고 살 수도 있습니다. 어느 공포영화보다도 더 깊이 가슴에 새겨질지도 모릅니다. 불현 듯 떠올라 깜짝 놀랄 것입니다. 한 동안 부들부들 떨 것입니다.
갑자기 학교 구내식당 안으로 봉고차가 밀고 들어옵니다. 차에서 학생들이 내립니다. 그런데 총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리자 한 학생이 의자에서 밀려나 바닥에 앉아 있는 학생들 여기 저기 총질을 합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보이는 대로 총을 쏘는 것입니다. 무슨 말도 하기 전에 그냥 픽픽 쓰러집니다. 왜 죽어야 하는지 알기나 하겠습니까? 등교할 때 그날 죽으리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가까이 그 광경을 보는 학생들의 표정이 그려집니까? 입이 쩍 벌어집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겁에 질려 몸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 자리에 굳어버립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릅니다. 저 총부리가 나를 향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지요?
식사를 하던 학생들 가운데 총을 가진 학생들을 알고 있는 급우들도 있습니다. 대표 격인 학생이 자기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 말에 무조건 따르랍니다. 겁에 질린 학생들이 아무 말 없이 따라합니다. 한 학생이 몰래 출입문을 향해 돌진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한 학생이 뒤쫓습니다. 복도에서 총이 발사됩니다. 금방 피투성이가 되어 기어갑니다. 화장실로 기어들어갑니다. 나오려던 ‘조이’가 부들부들 떨며 죽어가는 학생을 일으키려 합니다. 잘 아는 친구입니다. 세상에, 왜 이런 일이? 총을 쏜 학생이 쫓아 들어오는 듯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빨리 그 자리를 피합니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습니다. 천장을 통해 나가서 기어갑니다.
졸업 파티를 앞두고 들뜬 기분들입니다. 그러나 조이는 이제 학교를 떠나 나의 갈 길을 간다는 기대에 차 있습니다. 오래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그 상처로 인해 조금 외골수가 되었고 그냥 분노에 차서 살았습니다. 때때로 아버지와 야외 나가 사냥을 하면서 그 분노를 이겨내곤 했습니다. 때로는 무시무시하게 잔인한 모습까지 보입니다. 아버지도 그런 조이가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십대 시절이니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마 아버지도 그리고 딸 조이도 시간을 견뎌내야만 할 듯합니다. 아무튼 이제 곧 졸업이고 조이도 나름의 자기 삶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아무리 자식이라 해도 일일이 돌봐줄 수도 없고 자칫 마음까지 잃을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도 도리 없이 때가 지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사건이 터졌습니다. 일단 간신히 현장을 탈출하였습니다. 이제 어쩌지요? 잠시 생각을 합니다. 그냥 도망가? 그러면 남아있는 학생들은? 다른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와 학생들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알려주고 피신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 학생들이 어디로 어떻게 쏘다니며 행패를 부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돌아섭니다. 다른 교실로 달려갑니다. 창문을 두드립니다. 수업하던 교사는 웬 못된 녀석이 훼방하나 싶어 커튼을 내려버립니다. 다른 교실로 달려갑니다. 총기사고가 일어나고 있으니 빨리 피하라고 소리칩니다. 지시를 하달 받아야 행동에 옮길 수 있답니다. 소위 지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급한 상황에 지침이라!
현장에서는 아이들 스마트 폰을 통하여 실시간 방송으로 연결시킵니다. 마침 학교 방송반에 있는 학생이 있기에 생중계를 하도록 합니다. 또한 경찰서에도 알려지고 지역 기관에 연결이 되어 방송으로도 나옵니다. 사건의 주모자는 바라던 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흡족해 합니다. 지역보안관은 주변에 화재가 여기저기 발생하여 그 현장에 갇혔습니다. 이미 이 학생들이 계획을 치밀하게 해두고 주변에 화재를 일으켜 시간을 천연하도록 봉쇄한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자기의 뜻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계획대로 착착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조이가 사이에 껴들 것이 그들 계획에는 없었습니다.
상황을 알게 된 조이의 아버지가 소장하고 있던 총을 가지고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위기를 당한 딸을 구합니다. 조이는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행하여 더 큰 피해를 막습니다. 긴박한 상황 속에 부녀의 관계가 회복될 희망을 갖게 합니다. 갑작스레 죽음을 당한 가족들의 아픔이 어떠할까요? 예고도 없이 일어나는 사건사고들 속에 우리네 삶이 이어집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이라 생각하고 살아남은 오늘을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 - 스쿨 어택’(Run Hide Fight)을 보았습니다. 2020년 작입니다. 그런데 번역 제목이 훨씬 나아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