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숙이 - 장미여관
허구날 새벽이 되어야 잠이 들 수 있었다.
포장마차나 술집이 영업이 끝나고
백수건달 젊은 청춘 봉식이가 비틀거리며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들어오는 시간이 항상 새벽이기 때문이다.
방안에 있는 것은 월부로 들여놓은 tv , 비키니 옷장뿐이었다.
종로 3가 비원 앞에 사글세가 오만원인데 부엌도 없었고
마루 밑에 연탄아궁이가 있었고, 조그만 찬장에 널브러진 그릇에
어떻게 밥을 해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후배들 술 사준다고 용솟음치는 젊은 피를 어찌할 바 없어
길거리를 방황하는 봉식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 봉식이와 함께 다니는 나를 부러워했다.
모델 뺨치는 외모에 지금이야 보통 키지만
185센티에 아기처럼 서글서글하게 웃으면
뭇 여성들이 손목이라도 한번 잡아보고픈 흑심을 가질만한 얼굴이었다.
내 속은 까맣게 타고 있었고 가끔 돈이 필요해서
효자동 청와대 부근에서 조그만 찻집을 하는 봉식이의 엄마를 찾아가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면서
봉숙아~ 어째 이렇게 예쁘게 생겨갖고 팔자가 참 세겠다 하시면서
철없는 아들보다 나의 앞날을 걱정하셨다.
어느 날 아침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 자는척하고 있었더니
지금 당장 방을 빼라는 것이었다.
여러 말할 것 없이 방 빼!~ 였다.
허구한 날 싸우는 소리에 도대체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술이 덜 깨 아직 혼수상태에 젖어있는 봉식이는
봉숙아!~효자동으로 갈 테니까 당장 트럭 불러!
살림이라 해봐야 tv뿐이었다.
술 마시다 술값이 없으면 집에 있는
사진기,선글라스 돈이 조금이라도 되는 물건은
죄다 이노꼬리로 잡혀 있었다.
집 밖을 나가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걱정을 해야 했고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애증인지 애정인지 모정인지 분간도 못하고 보낸 그 시절이었다.
전당포에 잡힌 물건들과 술값 대신 술집에 맡겨놓은 물건들이 생각나고
봉식이는 지금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렵게 헤어지고 난 후 몇 번은 꿈에 보이더니 지금은 나를 잊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헤어진 이유도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이야기인데 올릴까 말까 생각 중이다.
장미여관이 부른 봉숙이 가사 입니다
야 봉숙아 ~ 말라고 집에 드갈라고 꿀발라스 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아까는 집에 안 간다고 데낄라 시키돌라케서
시키났드만 집에 간다 말이고
못 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 ~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단 말이고
못 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 ~ 묵고 가든지 니가 내고 가든지
야 봉숙아 ~택시는 말라 잡을라고
오빠 술 다 깨면 집에다 태아줄게 태아줄게
저기서 술만 깨고 가자 ~딱 30분만 셔따 가자
아줌마 저희 술만 깨고 갈게요
못 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단 말이고
못 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 ~ 묵고 가든지 니가 내고 가든지
못 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단 말이고
못 간단 말이다 ~ 묵고 가든지 니가 내고 가든지~~
사랑을 찾아서 사람을 찾아서 오늘도 헤매고 있잖아
사랑을 찾아서 사람을 찾아서 오늘도 헤매고 있잖아
첫댓글
노래가사가
잼있죠
오로지 봉숙이랑
같이있고 싶은 마음에
우리젊은날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
여름에님
반갑습니다
장미여관이란 그룹을 참 좋아했는데
금방 해체를 하였더군요
젊은 시절 있을만한 이야기라서 더 재미있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 참 재밌네요
사진은 백담사 용대리 계곡 같군요
눈빛이 아주 초롱초롱하고
젊은 날의 눈부신 모습이시네요 ^^
맞아요
백담사 용대리 ~
그 무렵 어느 대통령이 쉬고 있다 해서 더 알려진 백담사입니다
그 초롱초롱 눈빛은 어데로 다 가버리고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일장님
글 그대로입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ㅎ
파란만장 속에 웃을 일도 많았고
나름 재미지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노래 재미있어서 즐겨 듣는데... 위 사연이 봉숙씨(가리나무님) 실제 사연인가요? ㅋㅋ 아래 사진은 참 싱그럽습니다.
뽕식이도 잘 살고 있을 겁니다 ^^
가리나무
저의 이야기입니다
이름만 봉식이와 봉순이로 바꿨어요
실명은 이 x x ㅎ
글도 음악도
그 동안 읽고 들었던 것들을
방출시키기에 충분한
독서목욕을 하고 갑니다ㆍ
이 글 한 편과 음악으로
가리나무님의 전부는 알 수
없겠지만ㆍ
끌림이란 게 이러거구로나
싶어요
고마워요
나를 흔들어줘서ㆍ
장미여관의 봉숙이를 듣는 순간 눈물은 아니지만
밖에는 비가 오고 가슴에서도 비가 내리고
온갖 잡종 생각에 젖어서 험난하고 살얼음판을 걸었던 그때가 생각나서
이렇게 풀어 놨습니다
윤슬하여님
전 시골에서 태어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파란만장, 코미디 같은 일들이 너무 많아
그것도 축복이라고 여겨집니다
@가리나무
하하하
무슨 뜻인지 알고도 남습니다
가리나무님은 이쁘기라도 하지
못난이 내겐 왠 남정네들이
그리도 많았는지 ᆢ
우리집 바로 윗집에 무당집었는데
오밤중에 엄마와 무당이
내 머리맡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충격이었어요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식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아갔으면하는 마음이 여전한건,
애처럽게 사랑했던 젊은날의 봉숙이를 가슴속 깊이 간직했기 때문인거죠.
저는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정말 제가 선호하는 음악이 아니면
아예 끄고 글을 읽는데요.
장미여관이 노래한 봉숙이 가사가
가리나무 님이 쓰신거라고 해도
믿겠어요. 장미여관 노래 잘 하네요.
오늘 아침 봉숙이란 노래를 듣고
종로 3가 사글셋방 생각이 나서 올렸습니다
음악은 잡식으로 웬만한 것은 다 듣는데
배경음악으로 올리는 것은 호불호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합니다
들을만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봉식이는 헤어지고 난 후 몇십 년 전
제 꿈속에서 결혼을 했었고 결혼을 한 상대의 헤어스타일까지 보았습니다
그래서 결혼해서 잘 사는구나~생각하니 안심이 되더군요
글에 매료되 읽고 또 읽고 했어요
후편도 보고 싶은데 어려울까요..
전부터 매력을 느꼈지만 가리나무님
급 호감이 갑니다^^
에휴
해솔정님의 유년 시절의 추억만 하려고요
저의 이야기로 있는 그대로 올리기에 소쿠리에 담아야 할 이야기와 담지 못할 이야기가 많아요 ㅎ
제 생각에는 재미있지만 평탄한 길로 올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불량 여인으로 찍힐까 봐 몸 사리고 있습니다
언제 시간 내서 봉식이와 그 어렵던 이별을
단칼로 해결한 사연을 올려 볼까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웃깁니다만 그 당시에는 심각했지요
@가리나무 기대 합니다^^
어디 옛 물건 파는 곳에 가서
풍로를 새로 만난 기분 같습니다.
녹도 적당히 슬고 퇴색해 보이지만
지금도 돌리면 바람 쏭쏭 토해놓는
그런 풍로 말입니다.
자연히 다음편 글이 기다려지는
봉식이와 봉숙이입니다.
연재 하시지요~
마음자리님
좋은 아침입니다
가리나무를 아궁이네 쑤셔 넣고 불길이 시원찮으면 풍로가 필요했지요
불때고 남은 열기에 갈치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아침 풍경 생각이 납니다
봉숙이와 봉숙이의 이야기를 올리면 건전하지 못하다고 쫓겨날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어요 ㅎ
반듯하신 어르신들이 많은 곳인 것 같아서요
@가리나무 딱 제 머리 속에 떠올랐던 그 풍롭니다. ㅎㅎ
건전한 삶, 건전한 이야기만 올려야 한다면 올바른 수필방이 아니겠지요.
수필은 삶과 사색을 반영하는 글이고, 그 삶이 굴곡지며 녹록치 않음을 다 아시는 분들이 건전을 잣대로 글을 구분짓는 우를 범하시진 않을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 눈 충혈 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ㅎㅎ
@마음자리 동감 입니다.
@마음자리
첫 댓글에
녹도 적당히 쓸고 퇴색해 보이지만,
지금도 돌리면,
바람 쏠쏠 토해놓는 그런 풍로...
마음자리님의 댓글이 멋을 줍니다.
헤어지셨군요.
읽으면서
저도 생각이 많았습니다.
뭔 생각인지는 비밀.
다음 이야기도 들려 주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3.14 19:3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2.05 19:27
장미여관도 처음 듣고
봉숙이란 노래도 첨 이네요.
사회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개성에 따라
노래도 호불호가 생기겠지요.
딴 방에서,
가리나무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댓글에서,
조심을 표현했는데,
조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수필방 회원들이 서로 좋은 소통을 가지는 것은
방의 화합에서 좋은 분위기 형성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수필방의 교통정리에 애쓰시는 콩꽃님을 생각하면
이런 글은 그다지 반갑지 않는 글이라 생각하면서 올렸습니다
삶의 이야기방에 가끔 올리고 있습니다
그냥 웃기는 이야기와 생활정보 정도입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에 얽힌 비슷한
사연인지
누구나 조금씩은 다 가슴에 품고
사는 사연 혹은 비밀이 있지요.
조금씩 열여 보여주면 흥미롭고
다른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터
기다려 집니다.. ㅎ
건필 하시고 행복하세요.
한스님
안녕하시지요?
노래는 사연과는 다르지만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입니다
남자들의 음흉한 속내를 재미나게 표현한 것 같아요
비밀을 털어버린 기분입니다 ㅎ
다음 비밀을 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 이예요
한스님도 행복한 나날만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된 젊은날의 초상
여러생각 하며 읽었습니다
수필방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많은 추천이 달리니 여러분들께서 공감하는 내용이겠지요
일본에 계시다고 했지요
언젠가 일장기 관련 제글에 의견 주신걸 기억해요. 수필방에 자주 들려 주세요
오래된 빛바랜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살고 있어요
5.7.5 하이쿠에 관하여 올리신 글 읽고 왔어요
짧고 지식이 없어도 머릿속에 쏙 들어와서 제가 좋아합니다
일장기에 대해서 뭐라 댓글을 달았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만
뭐라 하던가요? ㅎ
@가리나무 전부 데데하고 먼 발치만 쳐다 보는데
딱 한사람 이었어요, 공감한닥꼬~
젊은날의 낭만과
애정과 연민이 모두 느껴지는 글입니다.
이노꼬리~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봉식이는 잘 살고 있을지
저도 괜히 궁금해집니다.
가리나무님
코미디같은 이별이야기도
꼭 듣고 싶어요.
제라님 ?
요즈음 좀 뜸해서 혹시 아픈가 했습니다
바빴다면 반가운 일이고요
낭만은 무슨요
그 당시에는 피골이 상접에 풍전등화였어요 ㅋㅋ
저의 인생은 현재도 코미디이고
지금까지 코미디였습니다 ㅎ
봄을 재촉하는 비가 지금 내리고 있어요
가까운 곳에 우동 한 그릇 먹으러 갈까 생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