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역삼역에서 남쪽방향 논현로로 길을 잡으면 구역삼세무서 사거리, 도곡1동주민센터 사거리, 양재전화국 사거리를 거치게 된다. 이어 마주하는 영동2교 부근에서 시야를 넓게 잡으면 일단의 고층빌딩 마천루가 보인다. 포이사거리 일대 업무단지다.
포이사거리 인근에는 동원산업빌딩, 삼호물삼빌딩, KEC 건물 등 고층의 업무용 빌딩숲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에 트러스트타워, 트윈타워, 윈드스톤 등의 업무 및 오피스텔 타운이 함께 빌딩군을 이룬다.
이들 빌딩에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의 금융기관들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 일대는 한때 벤처기업들이 몰리면서 미니 벤처타운이 형성됐던 곳이다.
이 지역의 핵심 상권은 빌딩 숲이 위치한 바로 뒷골목에 자리한다. 메인 상권은 쌍둥이길과 맹세뜰길로 불리기도 하는 마방로 10길이다. 이 도로 양 옆으로 서민형 점포들이 집중돼 있다.
또 마방로 10길을 중심으로 마방로 6길, 논현로 및 논현로 17길, 언남길 및 언남 17길 등의 골목길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유흥지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논현로 17길과 언남 17길에는 저녁무렵이면 화려한 네온사온을 밝힌 유흥주점 점포들이 고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먹자골목에는 고기집과 횟집이 많이 포진한 가운데 곱창, 중국집, 순대국, 칼국수, 족발 등 메뉴가 다양하다. 이들 사이로 노래방, 단란주점, 바 등의 점포 간판들이 비교적 많이 보인다.
삼호물산 빌딩 지하에는 별도의 상권이 형성돼 있다. ‘삼호 아케이드’에는 도시락집, 마트, 족발집, 막국수집, 플라워 카페, 구두수선집, 명함·도장·열쇠집, 염색방, 슈퍼, 교회, 문구점, 부동산, 컴퓨터 수리점, 여행사, 스넥, 인쇄소 등 전형적인 사무동 상권의 점포들이 다양하게 입주해 있다.
20~40대층 주요 고객 중 30대가 제일 많아
시간당 유동인구는 500~800명 정도로 추산돼 기본 상권이 활발한 편이다. 샐러리맨들은 먹거리를 즐기면서 굳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유흥까지 이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들이다.
고기집을 하는 한 점포주는 “유동인구가 많아도 특화되지 않으면 장사하기 어려운 것이 이 지역 특성이다”며 “젊은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가격이 부담되지 않게 특화시키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상권을 이용하는 연령층은 2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30대가 가장 많다고 한다. 아울러 점심과 퇴근 저녁시간을 타깃으로 한 상권의 특성을 보인다. 이처럼 수요층이 젊은 세대의 샐러리맨이다 보니 실제로 가볍게 먹고 즐길 수 있는 중소형 점포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고급스러움이나 럭셔리한 분위기의 점포는 이곳에서 어울리지 않는 듯 한 느낌까지 받을 정도다. 하지만 손님은 샐러리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잘되는 한 활어회집은 언뜻 보기에 일반적인 점포지만 손님은 럭셔리하다. 강남의 부자 손님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포이사거리 상권의 인근 골목길에는 소규모 빌딩들이 또한 많다. 이들 업무빌딩 역시 이 일대 상권에 흡수된다. 사무실 상근자는 물론 방문 고객들도 상권의 주요 고객층으로 분류된다.
조금 떨어진 곳에 개포동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 역시 부분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지역 상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규모 단지 아파트에는 각각 별도의 상가건물들이 있는 만큼 큰 영향을 받기는 어려워 보였다.
H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포이사거리 상권이 비록 강남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권리금, 보증금, 월세 등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며 “10~30평 정도 크기의 점포가 대부분을 이룬다”고 말했다.
강남권 상권 불구 권리금·임대시세 비교적 저렴
비교적 큰 평수인 40평 점포를 기준으로 마방로 10길일 경우 권리금과 보증금이 비싼 곳이라고 해도 1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른바 쌍둥이길이라고 하는 메인 거리의 임대시세다.
통상적으로는 40평 기준 점포시세는 권리금 5000만원~8000만원을 보이고 있었다. 보증금 역시 권리금과 비숫한 5000만원~8000만원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월세는 400만원 안팎이었다.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한 점포는 권리금 2억원, 보증금 1억원, 월세 500만원의 시세를 보였다. 회집을 하는 이 점포의 크기는 50평 정도였다. 인근 부동산은 “권리금을 너무 비싸게 내놓은 것이다. 통상시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마방로 10길에 있는 35평 규모의 한 실내포차는 권리금 1억원, 보증금 7000만원, 월세 350만원으로 부동산에 나왔다.
평수가 30평 남짓한 한 회집은 골목길 안쪽에 있는 탓인지 권리금 5000만원, 보증금 2000만원, 월세 200만원의 조건으로 부동산에 나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저렴했다. 인근의 다른 점포도 비슷한 평수에 권리금 6000만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10만원 정도였다.
서민적 유명 먹거리 부자·샐러리맨들 찾아
포이동 상권에는 외지에서 찾을 정도로 이름 있는 맛집들이 곳곳에 있다. 활어회집, 수산물 직판장 회집, 한우전문 고기집, 세꼬시 전문집, 왕족발집, 장어구이·소금구이 등이 대표적이다.
예약손님이 많은 한 회집의 경우 수억대 외제차를 끌고 오는 손님들이 단골일 정도라고 이웃 점포주가 소개했다. 해당 점포에 확인해 본 결과 이 회집은 단골고객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비우고 이전을 준비 중에 있었다.
바로 이웃의 한우전문 고기집도 꽤 유명했다. 로스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이 집은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을 정도로 이름이 났다. 간판이 투박하고 고기집 같은 분위기도 나지는 않았다. 외부에 보이는 메뉴 안내 역시 한우전문, 로스전문이라는 것이 전부다.
세꼬시를 전문으로 하는 회집은 뒷골목 길에 있지만 역시 잘 되는 집이다. 이 점포 또한 수수하지만 고객들의 발길이 많다. 점포 위치상 찾기가 어려운 곳이지만 이 집의 세꼬시 맛에 끌린 단골고객들이 이어진다고 한다.
마방로10길 중간정도에 있는 회집은 퇴근시간이면 샐러리맨들로 북적인다. 위치가 좋기도 하지만 ‘수산물 직판장’이라는 간판이 입맛을 돋군다. 손님들로 붐비기 시작하면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소주와 회를 즐기는 샐러리맨들의 이야기 꽃이 시끄러울 정도다.
언남길에 있는 작은 규모의 족발집도 제법 인기다. 소박해 보이는 이 점포는 의외로 손님이 많이 몰려들자 이웃에 족발집이 또 들어섰다. 하지만 이웃 족발집은 얼마 가지 못하고 다른 점포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처음 족발집이 들어설 때는 안 될 줄 았았는데 의외로 잘된 것과 이웃 족발집이 문을 닫은 것 등을 보면 역시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왕족발집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포이사거리에서 개포로쪽의 뒷골목 초입에 원조라고 쓰인 장어구이·소금구이 집도 알려진 점포 중 하나다. 가게가 허름하지만 퇴근무렵이면 손님들이 꽉 찬다. 가게 밖 원탁 테이블에는 자리가 없을 만큼 이른바 ‘한잔 족’들이 넘쳤다.
한편 포이사거리에 개포동 쪽 모퉁이는 별도의 상가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안경점, 도넛가게, 마사지숍, 사진관, 부동산, 치과, 회계법인, 헤어숍, 한의원 등 아파트 상가와 유사한 상권이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