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DSLR 카메라 캐논 5D Mark Ⅱ)로 시리즈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팀이 있다. SBS 창사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 제작팀이 바로 그들이다. '오래된 인력거' 역시 오두막으로 촬영된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다. '오래된 인력거'가 얻은 오두막에 대한 촬영 노하우의 대부분은 SBS 특집 다큐 팀에게 전달됐다.
지난 2월 부터 촬영이 시작된 '최후의 툰드라'는 곧 SBS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한 '오래된 인력거'와 달리 그들은 대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 고생이 얼마나 됐는지 가히 짐작된다. 대장정을 마친 SBS 제작진에게 찬사를 보낸다.
SBS 창사 20주년 특집으로 제작된 <최후의 툰드라(The Last Tundra)>는 러시아 북단에 위치한 툰드라 지역의 자연과 유목민의 삶을 조명한다. 제1부 <천(千)의 얼굴, 툰드라>, 제2부 <툰드라의 법칙>, 제3부 <땅을 숭배하는 사람들>, 제4부 <샤머니즘, 툰드라의 정신>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오래된 인력거'의 촬영감독이었던 안재민PD가 '최후의 툰드라'에서도 촬영감독으로 활약했다. 현재 그는 SBS 특집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남극'에 있다.
아래의 글은 월간 비디오아트 11월호에 소개된 기사 가운데 일부를 발췌하여 옮긴 것이다.
DSLR 카메라 캐논 5D Mark Ⅱ로 담아낸 뛰어난 영상미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는 DSLR 카메라 캐논 5D Mark Ⅱ로 촬영했다. 총 6대의 5D Mark Ⅱ를 준비했으며, 촬영감독만 4명이 투입되어 총 두 팀으로 나뉘어져 촬영했다. 툰드라 지역은 생활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으면 현지인들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DSLR 카메라가 적합하고, 최대인원이 6명 정도만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 장비 운용 및 운용 시 어려움
툰드라 촬영에서 제일 큰 문제가 전기이다. 추운 지역이다 보니 배터리가 빨리 닳고, 충전하기 위해 발전기를 돌리게 되면 기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름을 수급 받는 것 또한 문제가 된다. 현지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촬영하려면 보통 2~3주는 거주해야 하고 중간에 도시를 다녀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경수 프로듀서는 “툰드라에서 봄에는 비가 많이 오는데, 습기가 올라와 발전기 속도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빈번하게 고장이 나서 수리하는데 힘들었다.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기름을 가져와도 발전기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스노우모빌에도 기름을 넣어줘야 됐기 때문에 매번 많은 양을 조달해 쓰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러워 싫어했기 때문에 잠깐씩 발전기 돌려서 충전시켜야 했고, 전기가 모자라서 그날 촬영한 분량의 프리뷰도 자주 할 수도 없었다. 현지인들이 자기를 찍은 것을 보고 싶다고 해서 하루 날 잡아서 보는 정도였다. 파일을 옮기는 것도 엄청나서 확인을 잘 못하다 보니 파일 정리도 힘들었다”고 후문했다. 또한, “매우 춥거나 습한 날씨 때문에 장비가 고장이 나거나 운용 시 어려움이 많았다. 5D Mark Ⅱ 충전기 2개가 동시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봄이 되면 습기가 많아 충전기도 고장이 빈번했다. 춥다 보니까 안경 낀 사람들은 뷰파인더를 볼 때 김이 서려서 볼 수 없었고, 뷰파인더 안에 김이 서려서 볼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입김이 올라오면 안경이 즉시 얼어버려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날씨였다. 카메라가 돌아간 것이 다행이었다”며 장비 운용 시 날씨문제로 인해 어려웠던 상황들을 전했다.
툰드라 거주민들이 직접 촬영하는 장면(상), 장경수 프로듀서(하)
메인 카메라로 사용된 5D Mark Ⅱ는 예상했던 것보다 온도 변화에 큰 무리가 없었고, 10분 이상 넘어서면 꺼지기도 하는데 다시 켰을 때 바로 작동됐으며, 원하는 장면들을 순조로이 담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망원, 기본 렌즈, 와이드 렌즈를 장착해 한 촬영감독당 2대씩 지원했기 때문에 응급 시 준비된 여분의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5D Mark Ⅱ는 하이라이트에 약하기 때문에 눈이 쌓여 있고 검은 물체가 있는 경우에는 하이라이트가 날라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장PD는 전했다.
장경수 프로듀서는 “땅이 드러나면 눈과 대조되면서 하이라이트가 날라가 버린 화면도 많았다. 광선도 워낙 세서 평소에도 썬그라스를 쓰고 다닐 정도이기 때문에 인물을 잡으면 눈이 날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명은 겨울에는 LED 휴대용 조명과 수중촬영용 특수조명을 사용했다. 수중촬영용 특수조명은 멀리 빔처럼 나가는 조명으로, 겨울에 이동할 때 썼고, 필터를 끼면 확산되는데 밤에 춤(Chum, 집을 일컫는 툰드라 말)을 찍을 때 사용했다”고 설명한 뒤, “툰드라 사람들은 조명을 쓰는 것을 싫어한다. 현지인들이 달라고 해서 곤란한 경우도 있었다. 밤에는 발전기를 돌려서 전구를 켜거나 촛불 1~2개를 켜고 등잔불 램프를 켜서 찍기도 했다. 5D Mark Ⅱ가 어두운 환경에서 강하기 때문에 촛불로도 촬영이 가능했고, 의외로 영상미 있는 화면을 담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 촬영을 맡은 안재민 촬영감독은 “5D Mark Ⅱ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라는 말은 35mm 필름 카메라에 단렌즈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방송용 ENG 카메라라면 트라이포드, 충전기, 배터리와 테이프를 준비하면 되지만, 5D Mark Ⅱ는 적어도 단렌즈군, 줌렌즈군 몇 개씩을 준비해야 하고, 견착대, 팬텀 파워가 지원되는 프리엠프 필터 마이크 등을 준비해야만 적어도 ENG 카메라에서 잡을 수 있는 앵글과 오디오를 픽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장비 중에 어떤 장비를 써야 효과적으로 촬영가능한지 알아보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안재민 촬영감독
안 감독은 “본인이 속한 최후의 툰드라 2팀에서는 5D Mark Ⅱ 3대, 7D 1대, 캐논 줌렌즈(16-35, 24-70, 70-200), EF단렌즈(50, 500), 시그마 20mm, 스테디캠 미니 레일, 저장장치로는 CF 메모리카드(32GB 60MB/S) 3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뷰파인더는 국산 바라본사의 프로파인더 3개, 오디오 장비는 프리엠프 3대, 붐 마이크 1대, 샷건 마이크 2대를 사용했다. 또한, 그날 촬영한 것은 저녁에 바로 저장을 하면서 날짜별로 원본과 백업본을 만들었는데 넥스토디아이 NVS2500을 이용했다”고 사용한 장비들을 소개했다.
* 현장 경험으로 전하는 5D Mark Ⅱ의 장단점
안재민 촬영감독은 ”5D Mark Ⅱ로 촬영할 때는 포커스, 노출, 감도 등을 수시로 조정해가면서 촬영을 해야 한다. 물론 AV, TV 모드 등으로 촬영을 할 수 있지만 매뉴얼로 촬영하는 것만큼 좋은 영상을 얻기는 힘들다. 스틸을 접해보지 않은 ENG 카메라맨은 그립감부터 낯설고, 카메라에 붙어있는 액정 모니터를 보고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데, 한낮에는 모니터가 잘 보이질 않아 외부 뷰파인더를 부착해야 하고, 또 오디오도 동시녹음을 하려면 프리엠프를 달아야 한다”며, “외부마이크까지 달면 점점 무거워지면서 콤팩트한 5D Mark Ⅱ가 웬만한 방송용 HDV캠 만큼 부피가 커지고 그립감은 더 안 좋아진다”라고 설명한 뒤, “그러나 뮤직비디오, 드라마, 영화 광고 등 연출된 상황을 촬영하기에는 이만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영상을 담아내는 카메라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얼마 전부터 5D Mark Ⅱ로 다큐멘터리를 하려는 제작사로부터 전화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 언제나 똑같은 말을 한다”며, “별 어려움 없이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스텝들이 5D Mark 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이는 5D Mark Ⅱ가 다른 영상장비보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발생할 문제에 대처하는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전 지식 없이 현장에 바로 투입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연출되지 않은 돌발상황을 타이트하게 잡고 싶은데 렌즈는 16-35mm를 마운트하고 있고 바로 렌즈를 70-20mm로 다시 마운트하고 Rec 버튼을 눌렀을 경우, 16-35mm와 70-20mm가 색수차가 있어서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올 수가 있다. 그리고 마운트하는데 시간을 소비해서 현장상황이 다르게 갈 수 있다. 색수차만큼 비슷하게라도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나 색감을 조정해줘야 하는데 그냥 찍으면 두 상황을 붙이기가 힘들어진다. 또, CF카드의 속도가 60MB/S 이하를 쓰면 그날 촬영분을 저장해야 할 때,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 누군가는 매일 밤샘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는 현장 오디오도 영상만큼 중요하다. 5D Mark Ⅱ는 영상에 버금가는 오디오를 노이즈 없이 픽업하는 것이 쉽지 않다. 5D Mark Ⅱ는 관련 오디오 장비도 거의 없어 여러 가지로 다큐멘터리 촬영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나, 몇 가지만 해결할 수 있다면 누구나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장경수 프로듀서는 편집작업에 있어서 “5D Mark Ⅱ가 편집이 매우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새로 출시한 에디우스 6.2버전에서 5D Mark Ⅱ용으로 툴을 개발해 코덱 변환 및 편집이 쉽게 되어 문제 없이 방송 일정에 맞춰 편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촬영하고 있는 안재민 촬영감독
최후의 툰드라는 러시아의 유목민, 그리고 샤먼(무당)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안재민 촬영감독이 속한 2팀은 제작기간 3개월에 거쳐 러시아 툰드라와 타이가 지역에 남아 있는 러시아 소수민족의 신성한 장소 샤먼의식 전통문화를 촬영했다.
안재민 촬영감독은 ”5D Mark Ⅱ의 힘이냐, 아니면 촬영감독이 잘 찍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듣고 있다. 다만 촬영장비와 촬영하는 테크닉이 몇 가지 추가되었고, 그 상황에 내가 있었을 뿐이다. 어느 누가 찍어도 잘나온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뒤, “툰드라 깊숙한 곳에 타이미르 라마호수 끝자락에 있는 샤이탄산에서 촬영한 밤하늘이 매우 인상 깊다. 5D Mark Ⅱ의 최대 장점인 야간 촬영이었는데, 밤하늘에 눈 덮인 신성한 산 위의 구름 모습과 흘러가는듯한 별을 촬영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고 5D Mark Ⅱ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장면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안 감독은 “5D Mark Ⅱ가 이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메인 혹은 서브 카메라로 사용되고 있고, 뮤직비디오, 광고에서는 메인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장편 다큐는 아직까지 메인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내년쯤이면 5D Mark Ⅱ로 촬영한 장편 다큐멘터리가 더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는 기존의 TV 다큐멘터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5D Mark Ⅱ 특유의 화질과 색감의 영상으로 툰드라의 삶과 초현실적인 영구동토대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