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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건강을 지키려면 책상 위 스탠드만 켜고 공부하는 것보다 천장 등을 함께 켜 실내 밝기를 균등하게 맞춰주는 것이 좋다. |
빛은 시력의 원천이다. 특히 평생 시력을 갖추는 10대는 빛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내 활동이 증가하고 조명.전자기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면서 눈이 받는 부담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습관이 쌓이면 근시.망막질환 등 안(眼)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빛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눈 건강에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존재다. 평생 '밝은 눈'을 위한 10대의 빛 관리법을 소개한다.
자연광(햇빛)은 가장 이상적인 빛이다. 밝기가 균일하고 파장(400~700nm)이 다양해 눈에 풍부한 자극을 준다. 10대 때 햇빛을 충분히 쬐면 근시도 예방할 수 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김욱겸 원장은 "햇빛의 자외선은 망막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며 "성장기에는 안구가 과도하게 자라 초점이 망막의 앞에 맺히는 근시가 발생하기 쉬운데, 도파민은 안구의 균형 잡힌 성장을 이끌어 근시 진행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햇빛의 근시 예방 효과는 다양한 연구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햇빛과 근시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하루 40분 이상 야외활동을 한 그룹은 주로 실내에서 생활한 그룹보다 3년 뒤 근시가 된 비율이 10% 낮았다. 대한안과학회도 근시 예방을 위해 하루 1시간 이상의 야외활동을 권한다. 중요한 건 활동 시간이다.
김 원장은 "태양 고도가 높은 점심시간에는 강한 자외선이 각막염.백내장 등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 외 시간은 자외선이 강하지 않다"며 "선글라스를 쓰거나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행동이 오히려 시력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 조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의 밝기(조도)다. 자신에게 적합한 조도를 찾아야 한다. 조명을 켠 뒤 5분간 활동해 보고 눈이 불편하다면 종이로 일부를 가리거나 추가 조명을 설치하는 식으로 밝기를 조절한다.
스탠드를 사용할 때는 천장 등과 스탠드를 함께 켜 실내 밝기를 균등하게 맞추는 게 좋다. 빛의 양을 조절하는 동공은 이를 둘러싼 근육(홍채)의 조절로 확장.수축된다. 주변 밝기와 공부.작업하는 곳의 밝기가 다르면 시선에 따라 알게 모르게 홍채가 부담을 받는다. 홍채의 과도한 사용은 이와 연결된 모양체(수정체를 조절해 초점을 잡아주는 근육)에도 영향을 미쳐 '가짜 근시'를 유발할 수 있다. 강동성심병원 안과 박성표 교수는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쥐가 나듯, 가짜 근시는 홍채.모양체 등 눈의 근육이 일시적으로 경직돼 먼 곳이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현상"이라며 "가짜 근시에 맞춰 안경을 썼다가 진짜 근시가 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주위 환경과 시선이 머무르는 곳의 조도 차이가 너무 크면 망막 손상 가능성이 커진다. 어두운 곳에서는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동공이 커진다. 이때 조명을 직접 쳐다보면 망막에 과도한 빛이 쏟아져 시세포.망막색소상피가 타격을 받는 '광독(光毒)'이 발생한다. 김 원장은 "길거리에 설치된 야간 조명도 너무 강하게 느껴지면 오래 보지 말고 실눈 상태로 응시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수면 시에는 빛을 모두 차단해야 한다. 침실 등은 끄고, 창문에는 암막 커튼을 쳐 빛이 새어드는 것을 막는다. 수면 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홍채.모양체의 긴장도를 낮춰 눈을 쉬게 하는데, 촛불 하나 정도의 약한 빛에도 분비가 억제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돼도 근시가 발생할 수 있다.
조명을 포함해 전자기기를 선택할 때는 확인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빛 깜빡임(플리커) 현상이다. 빛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깜빡이는 현상으로 형광등, 저가 LED 조명, TV.컴퓨터 모니터 등에서 발견된다. 장시간 노출되면 눈 피로, 안구건조증, 시신경 손상으로 인한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플리커 현상이 있으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출 때 까만 색의 줄이 나타난다. 제품 구매 시 플리커 현상이 없는 제품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스마트폰과 일부 LED 조명의 '블루 라이트(청색광)'도 10대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
박성표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청색광은 안구 내 활성산소를 늘려 시세포 파괴.망막변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많이, 자주 노출될수록 좋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청색광은 시차적응을 치료하는 데 활용될 만큼 생체리듬 조절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며 "적어도 잠들기 전에는 사용을 자제하는 게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