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이 또 사라지신 모양이다
시골 집터랑 논밭 전지를 매물로 내놓으시곤
연락이 안된다고 부동산업을 하는 동창이 전화
했었다.
별 기대없이 외숙모한테 전화해 봤더니
모른다면서 죽어야 그 병을 고칠랑가 ..
가시가 잔뜩박힌 한마디를 툭 던졌다.
마도로스로 평생을 바다에서 보내고
배에서 내린후 삼촌의 방랑은 시작됐다
전국의 사찰을 유람하며 반 스님처럼 사신지
오래다
청년시절의 삼촌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내가 외가에서 초등학교를 다닐때 삼촌은
군대서 제대하고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로 나를보고 씩 웃으며
마이컸네 ..하시며.
삼촌은 곧 청춘 사업에 열 올렸다
새농민이나 선데이서울 같은 잡지에서
골라내고 뽑아내서 전깃불도 안들어오던 시절
지름 딸는다는 외할머니 구박을 받아가며 여러
여자들과 편지질을 했다.
자기가 쓴 편지에 스스로 도취해서 나한테
연극배우 처럼 잔뜩 폼잡고 읽어주곤 어떠노..
개안체 ? 해서 외할머니가 한방 날리셨다
ㅈㄹ 용천한다 ^^
어느날 삼촌이 써놓은 편지를 몰래 훔쳐봤더니
철자법이 틀린게 있어 모른척 하려다가 의리가
발동해서 지적 했더니 그담부턴 꼭 나한테 검열을
받았다 ^^
편지들을 ㄷㄱ로 ㅇㄷ으로 ㅇㅅ으로 띄워놓곤
애타게 답장을 기다렸다
집에 가만 있어도 우체부가 알아서 갖다 줄건데
나더러 학교에서 오는길에 우체국에 들렀다 오라고
채근을 했다.
가끔은 갖은멋을 부리고 만나러 가기도 했는데
돌아와서
목록에서 지워지는 여자도 있고 더 열올리는
여자도 있었다 .
어느날 한 여자가 외가로 삼촌을 찾아왔다
양재사라는 얌전하게 생긴 여잔데 한쪽 다리를
살짝절어 할머니 눈밖에 나서 아웃 당했다.
그후 삼촌은 청춘 사업에서 손떼고 농사일을
거들며 조신하게 지냈는데 뒷뜰 감나무밑 평상에
드러누워 휘파람을 부는 모습이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육학년이 됐을때 삼촌은 외항선을 타기위해
외가를 떠났다
공부 열심히 해라.. 할매말 잘 듣고..하시며
내눈에 눈물을 빼놓고 떠났다
삼촌이 없는 외가에서 생활은 더없이 쓸쓸했다 .
오래전 충청도 한 사찰로 삼촌을 보러간적 있다
절 마당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데 삼촌이 나타났다
승복 비슷한 차림으로 휘청휘청 걸어오시는데
나는 내눈을 의심했다 .
저 양반이 우리 삼촌인가..
청년시절 매일 외가 뒷뜰에서 아령과 역기로
단련해온 다부지고 탄탄하고 건장하던 몸이
형편없이 말라 있었고 혈과 기가 다 빠져나간듯
허허로운 모습이었다.
왔나... 삼촌은 웃는데 나는 눈물이 났었다
팔순을 넘기고도 삼촌은 그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시는것 같다
그 무엇이 삼촌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정녕 삼촌이 원하는건 무엇인지..
나는 도무지 알수가 없다.
첫댓글 "ㅈㄹ용천 한다"시던 외할머니의
한마디에 빵 터졌다가
결말 부분의 외삼촌의 모습에는
마음이 아프네요.
외삼촌께서는 아마 역마살이 있으셨던가
봅니다. 외할머니, 외삼촌...
외 자가 들어가는 분들은 참 정겹게
느껴지지요.
저의 외가는 본가와 한 마을에 있었답니다.
외삼촌 한 분이 저희 집 바로 옆집에 사셨지요.
외사촌 언니가 숨겨 둔 남자가 있었는데
외삼촌께 말씀 못드리고 있다가
외삼촌이 원하시는 신랑자리가 있어서
맞선을 본 뒤에 남자가 있다고 이야기 했지요.
그게 뭐그리 창피한 일이라고 외삼촌은
남사스럽다고 목을 매어 돌아가셨답니다.
해솔정 님의 외삼촌 이야기에 제 외삼촌
생각도 나네요.
해솔정 님, 글 잘 읽었습니다.
세상에 어째 그런일이요..
따님한테 평생 죄인이란 무거운 짐을
지우시고 그런 선택을 하셨을까요..
저희 삼촌은 배에서 내린후로 집에
정 을 못붙이고 절을 찾아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하셨어요
외숙모가 잘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게 꼭 원인같진 않는데 모르겠어요
인제 연세도 많으신데 저러다가 객지에서
큰변이라도 당할까 걱정입니다
이베리아님 정성스러운 댓글 고맙습니다 .
저녁식사 맛있게 하세요^^
글을 참 잘 쓰십니다.
다들 외가 하면,
'외'자가 들어가는 호칭에는
아늑한 품이 있지요.
해솔정님의 글에는 연민이 들어있고
외숙모의 맘에는 넌더리 나는 남편일 것입니다.
계속 외항선을 탓으면 어땠을까요.
자신도 자기를 못 말리는 뭔가가 있겠지만...
뭐라고 남의 일에 단정은 지을 수는 없지만,
제도권을 배척하는 그런 분인 것 같습니다.ㅎ
오늘은 立春이어서 입춘첩을 만들고
시간이 되면 현관에 부칠 예정입니다.
설날에 먹을 백김치를 만들어 며느리에게 보내면서
입춘첩도 함께 보낼까 합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ㅎ 감사합니다
삼촌은 예순살 가까지 배를 타셨어요
숙모와는 남남이 된지 오랜데 자식들이
있다보니 아주 연을 끊지는 못하나 봅디다
당신만 아는 뭔가가 있겠지만 그 뭔가가
뭔지를 모르겠습니다 ㅎ
콩꽃님이 손수 만드신 입춘첩 며느님한테
소중한 선물이 될것 같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니 마음이 분주 하시지요
저희도 내일 수산시장에 가볼까 합니다.
콩꽃님 편안한 시간 되시어요^^
제게도 어머니 형제는 막내 외삼촌만 생존해계십니다
현재 82세로 맹호부대로 월남전 참전도 하시고 만능재주꾼이신데
월남전 참전으로 인한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계시고 연금으로 사시는데는 무리가
없으신가 봅니다. 현재 마산에서 사진작가로 노후를 보내시지만
슬하 자식은 없고 숙모도 앞세워서 돌아가시면 제가 상주가 되야 할것 같습니다
그러시군요
저의 외삼촌도 엄마 형제중 막내신데
82세예요 말띠시거든요
삶방에서 그산님 글 봤어요
닉이 말하듯이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더군요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 감사합니다 ^^
삼촌께서는 인생에 별거 없다는 사실을 진즉부터 아셨던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ㅎ
그러게요
인생무상 삶의 회의를 느끼셨을까요 ㅎ
착코님 여독은 풀리셨는지요..
새솔정님 외삼촌은..
그냥
자유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고픈 일엔 죄다 열정적이신.
결혼은
그냥 경험으로 족하신..
덩달아 황량해지믄서
그래
인생. 별거 없다 싶슴다~
글 잘 쓰십니다
해솔정님~
삼촌은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셨던것 같아요
휴가 기간에 후딱 선보고 해치웠으니까요
숙모도 약간의 허영심이 작용했나 봅디다
배타는 사람들 돈 잘번다는..ㅎ
희수님 고맙습니다 편히 쉬세요^^
외삼촌 하니 잊어버리고 있던
학도병으로 육이오 전쟁 시 어디에서 전사하신지
얼굴도 모른는 하나뿐인 외삼촌이 저도 생각납니다.
인생은 뜬구름이라더니
방랑벽이 있는 자유인?
해솔님의 외삼촌이 진정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저도 궁금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건필 유지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세요.
예전에 듣자니 삼촌이 인도에서
어떤 불교적인 영향을 받은것
같다곤 합디다
그러면 아예 입산수도를 하시던지요
한쪽 다리만 걸쳐놓고 방랑을 일삼으니
답답 합니다 주위 사람들 걱정 시키고..
한스님 올도 즐거운 날 되셨는지요
편히 쉬세요 감사합니다.
우리네 인생살이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보면 어리거나 나이가 들거나 허망하더군요
편지 주고받던 여자들도 다 떠나고
외삼촌의 그 허허로운 웃음 속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숨겨 있을까요?
저의 외삼촌은 시골에서 동네에서 한명뿐인 대학을 나왔는데
평생 변변한 직장도 없이 하는 일이 신문을 뚫어져라 보는 것 이었습니다
주택복권 번호 맞추느라 ㅎㅎ
ㅎㅎ 하여간에 웃기셔요
삼촌은 스스로 씌운 올가미에서
못빠져 나오시는것 같아요
이태전인가..
저한테 전화해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던게 좀 불길한 생각이 드네요.
보면
기분 좋아지는 가리나무님 이셔요^^
해솔정님의
외삼촌께서는
뱃사람으로
많은 곳을 다니시며
깨달음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세속에 머물지 않고
영혼까지도 자유를 얻고자하는
구도의 길을
걷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외삼촌이 배에서 내린후 바로
ㄱㅇㅅ에 가서 몇년을 계셨어요
저흰 그때 승적 하시려나 했지요
근데
무슨일이 있었는지 거기서 나오셔선
이절 저절을 떠돌고 계셔요
인제
연세도 많으신데 어디서든 편안하게
안주하시면 좋으련만요
제 느낌에 혜전님은 불자신것 같은데
외삼촌을 좋은 방향으로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한날 되세요.
@해솔정 님
불자도,
크리스천도
아닙니다.
그러나
스님들이랑
곡차 한잔하며
이야기하기를
즐깁니다.
그리고
기독교 방송,
카톨릭 평화방송의
설교나 강론을
듣곤하지요.
매일 매일 봉사하며 사는 길이 수행이며
깨달음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세속의 잣대로 볼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요
그러니
제가 이렇게 걱정하지 않습니까 ㅎ
암튼
편안하게 읽어주시고 일침 가해주셔
고맙습니다 ^^
해솔정님, 여기서 더 반가워요.
글 참 꾸밈없이 쉽게 잘 쓰시네요.
울엄니는 막내이자 외동딸이었으니
위로 외삼촌이 6명이나 되었어도
어려워서 외삼촌이라 불러 본 추억이 없어요.
외할머니는 얼굴도 모르고
외할아버지는 사랑채 글 읽는 분으로
외가의 추억은 먼 남같이 어려움 뿐이었네요.
부엉이 우는 긴 겨울밤
마치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의
진진한 옛날이야기같이
해솔정님의 외삼촌 이야기에
연민의 정을 느끼며
그 어떤 좋은 글보다
감동을 주는 글로 잘 읽고 갑니다. ^^
초록이님 넘 반갑습니다
저희 엄마는 6남매중 맏이신데
저 외삼촌이 막내 동생이셔요
엄마와는 말띠 띠동갑으로 24년 차이가
나는데 아마 늦동이 였나봐요
엄마가 일흔에 돌아가셨는데 그러고보니
돌아가신지 오래됐네요
저는 초등 오학년때 집안 사정으로
외가에서 졸업할때 까지 학교 다녔어요
그때 외삼촌이랑 정이 많이 들었어요
삼촌도 그런 이유도 있고 제가 첫조카라
많이 이뻐 하셨지요
배타고 나가셔서도 학용품등을 사서
보내주시곤 했어요
답글 쓰자니 또 눈물날라 카네요 ㅎ
제글을 좋게 평가해주시고 포근한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날 되세요
다정한 언니같이 느껴지는 초록이님 ^^
초록이님 이제보니 제가 착각 했네요
말띠 남편이 엄마랑 24년 차이나는데
삼촌 나이로 착각했어요
삼촌과는 12살 차이가 맞아요
그러게 좀 이상하다 싶었어요 ㅎ
@해솔정 에구, ㅎㅎ
어쨌든 엄마에게는 자식같은
동생이었겠다 싶어요.
외삼촌께서는
밖에 나가야 마음이 편한 사람인가 봅니다.
이런 분들을 역마살이 끼었다하지만
각자의 문제들이 있을 거라는.
외가 식구들한테 친근감이 드는
건 왜인지,최재천 박사께 여쭈면
기발한 답이 나올 것 같아요.
외삼촌을 향한 사랑이
애틋합니다.
해솔정님께서 정이 많으신 거지요.
요게서 최재천이 왜 ?
최박사 인기 엄청 많다고 하데요.~ 팬인가 봐요 우헤헤~
그리고 해솔정님 글 좋네요 지는 주눅 들어서 댓글도 몬달아요
@단풍들것네
저 분의 시각에서 보면
뭔 가 나올 것 같아요.
팬 맞아요.
유튜브 안 보는데 저 분 걸
보려 합니다.우헤헤.
최재천 박사가 어떤분인지
검색해 봐야겠어요
외삼촌은 제가 어릴때 많이
의지했다 보니요
지언님 저녁식사 하셨겠지요
저는 파김치 깍두기 담느라 종일 일이었어요
인제 저녁밥 하면서 들여다 봅니다.
@단풍들것네 와카십니꺼
사람 민망하구로예 ㅎ
해솔정님 외삼촌 이야기를 읽다보니
옛 영화 '만다라'의 지산스님이 떠오릅니다.
'목이 좁은 병 속에 든 새를 어찌 끄집어 낼 것인가?' 화두를 붙잡고 방황하다 눈 많이 오던 산 속에서 자기 방식으로 성불하던...
외삼촌이 깨달음에 대한 갈증이 아주 크신가 봅니다. 귀한 샘물을 꼭 찾아내실 겁니다.
글쎄요..
그런 거룩한뜻 ?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연세도 많으신데
저러고 다니시니 걱정됩니다
한동안 당신 거처에 계셨나 보던데
소리 소문없이 또 어디로 가셨나봐요
말씀 감사합니다.
해솔정님 외삼촌 이야기에 잊고살자 다짐했던 저보다 일곱살 위인 제 외숙 생각이 떠올라 씁쓸 해 집니다.
약 40년 전 제게 꼭 석달만 이용하고 되돌려 주겠다며 제게 빌려갔던 돈 천만원을 전 아직도 울외숙에게 돌려받지 못한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ㅠ ^^~
그런일이요..
그 당시에 그돈이면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많이 속상 하셨겠어요
갚을 형편이 안되서 안줄까요
아예 안갚을라고 작정하신 걸까요
속상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드려
죄송하네요 ^^
아마도 그 분의 전생의 업을 푸는 중일 겝니다.
그 허함을 조절해 가며 여행으로 산으로 풀었으면 좋았겠지만, 외항선을 탔으니 고착이 됐겠지요.
하고 싶은 것 하며 사셨으니 지켜보는 수밖에요.
삼촌이 배타실때 인도에서
어떤 스님하고 같이찍은 사진이
있더랍니다
그때 불교의 영향을 받은것 같다고들
하던데 한군데 뿌리를 못 내리시니
말씀처럼 전생의 업보인가 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좋은날 되셔요 ^^
드라마로 엮어도 좋을만큼
드라마틱한 사연이인데
가족들은 많이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마음의 갈피를 못 잡으시는 외삼촌의
내면세계는 외삼촌만이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해솔정님이 왜 외갓집에서
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외가에서 큰건 아니고
초등 5학년때 가서 졸업할때 까지
살다가 왔어요 가정사로..
필 받으면 그 얘기 할지도 몰라요 ㅎ
제라님 요즘 잘 안보이셔 궁금 했어요
명절 다가오니 바쁘시지요
저도 모레 아들네가 온다해서 대청소
했어요
자식도 손님 같아서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네요 명절 잘 쇠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