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실수 경쟁 총선의 결과 예측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희한한 총선이 진행되고 있다.
내가 이기기 위해 결정적 승부수를 던지거나 상대와 분명히 구분되는 아젠다나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야 각자가 『정권심판』, 『이념이 아닌 민생』이라는 정치 구호만 외친 채 끌어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야 각자 내부적으로 근소한 승리를 서로 자신하고 있기에 이대로 시간만 끌면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축구시합에서 후반전 중반에 선제골을 놓고 공격보다 공을 빙빙 돌리는 모양과 흡사하다.
어느 한 쪽도 이기기 위해 결사적으로 승부수를 던지지 않은 채 해석하기 애매한 정당지지도와 지역판세를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사실 이번 총선은 야당이 최소한 현상유지만 했어도 하나마나 한 게임이었다.
지난 4년간의 MB 정권의 갖은 실정과 여러 의혹 때문에 이번 총선도 지난 2010년 지자체 선거와 그 전후의 보선 때의 심판 분위기가 연장되며 선거 결과는 여권의 참패로 끝날 것이 자명했다.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여권의 마지막 승부수가 『MB 정권과의 차별화에 의한 갈라서기』였는데 이마저도 결국 총선 공천과정에서 한 배를 타는 것으로 정리되었기에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출발부터 어떤 정치를 하겠다가 아니라 어떤 복수를 하겠다고 했고 과거 향수 장사에 열중했다.
그러나 야권의 계파분쟁과 나눠먹기 공천과 후유증, 여론조사와 국민경선과정의 문제, 지도력과 전략미비가 노출되며 공천 초반 어이없게도 여야 정당 지지도가 역전되어 한때 두 자릿수까지 벌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항상 잘 나갈 때 마가 끼이는 법.
여당은 대선을 의식해 총선을 무조건 이기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공천과정에서 탈당을 협박하는 『친이』와의 대립 국면에서 결국 MB와 한배를 타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이후 이름까지 새누리로 바꿀 때의 절박함은 사라지고 외견상 외치는 『경제민주화와 쇄신』과는 상반되게 MB 노믹스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나아가 전국구 1번에는 원전 전문 여성연구원이 배치되었다.
MB 정권의 자칭 최대 치적이자 아킬레스건(머지않아 증명된다)이 원전인데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1번에 원자력 연구원 연구위원을 임명했다.
고리원전 1호기 완전정전 사고가 외부에 알려진 것이 3월 14일인데 공교롭게도 1호기 수명연장 심의에 관여했던 당사자를 1주일 뒤 비례대표 1번으로 발표했다.
공당의 의사 결정과정이 이렇게 둔감하거나 민심이 역행해서야 어떻게 선거에 승리할 수 있겠는가?(이번에 선출되는 의원들은 MB 퇴임 이후에도 3년이나 더 의원직에 머무른다) MB가 그토록 집착하는 핵 발전소 확대와 원전 수출 등 산업화 정책을 그대로 새누리당이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더 해석되겠는가?
만일 총선 와중에 어제 오늘 열리는 『핵 안보 정상회의』를 의식해서 그런 결정을 했다면 이젠 더 심한 시대착오적 판단이다.
솔직히 국민 대다수는 이미 그들만의 세계적 국제행사나 정치이벤트에 대해 무관심하며 둔감한 수준까지 와 있다.
이에 더해 새누리당이 간판으로 접전지역에 내세운 젊은 피들이 연일 사고를 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살던 20-30대 젊은 피가 심각한 고민 없이 반짝 스타가 되어 갑자기 정치판에 뛰어들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뒷정리와 후유증을 도외시하고 조작된 이미지로만 밀고 가다 사고가 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최악의 공천 후유증과 전략 부재의 무능한 지도부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야권의 패배를 막기 위해 여권 스스로가 일부러 보조를 맞춰 도와주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 2주기 즈음에 등장한 것이 『경기동부연합 사건』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보좌관의 여론조사 부정개입에 맞춰 터져 나온 이 문제는 결국 2007년에 터져 나왔던 구 민노당의 아킬레스인 『종북, 친북문제』를 총선 직전에 다시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도이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 운동권과 진보정당에서 언젠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맞기는 하다.
통합진보당 측이 『과거 일부가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친북 종북 문제는 항상 진보진영 주류의 사상과 이념의 리트머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아가 이는 비정규직, 주거, 교육, 재벌개혁, 반핵 등 진보진영이 천착해야 할 주된 현안보다 이념과 관련된 다른 비 본질적인 이슈들에 힘의 낭비와 우선순위를 두게 하는 폐해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총선이 임박한 현시점에서 일제히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과연 여권에 이로울지 의문이다.
보수 진영을 집결시키는 목적이라면 약간은 효과가 있겠지만 어차피 투표율이 50% 조금 넘은 정도인 총선에서 중도성향과 2040 세대의 투표 참여 정도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이러한 선제 이념 공세는 이슈논쟁에서 잠깐 『MB 정권 심판』이라는 야권의 공격을 잠시 가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 더 큰 야권의 공세를 불러오고 2040세대와 중도층의 반발과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 2010년 6월 지자체 선거에서 『천안함 문제』를 여권이 주 이슈로 끌고 가며 선거 압승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의외의 참패로 끝났다는 교훈을 여권이 벌써 잊은 것 같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배경에는 이번 총선의 결과 결국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양당 의석 합계가 원내 과반수를 넘길 것을 우려하는 보수진영과 재계의 초조함이 담겨있다.
실제 예상되는 총선 결과가 통합진보당의 의석수가 원내 과반수를 넘게 하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지금 수도권에서 오차범위 안에 들고 있는 상당수 지역이 막판에 야권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많다. MB 임기 말 선거에서 결국 선거 막판에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를 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설사 『동부연합』 논의가 공론화 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총선 직전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오히려 역풍의 가능성이 크며 오래 끌고 갈 경우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실제 이 문제가 며칠간 제기된 이후 통합진보당의 인지도를 높여주며 지지도가 약간 상승하고 있다.
진보정당에서 벌어진 도덕성에러가 오히려 여권의 이념 논쟁제기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보수 진영의 이념적 우려에 의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걱정』을 『현실화』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애초 이번 총선이 세계적 정치경제 변화에 순응하는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 그리고 국민의 5대 불만인 실업, 교육과 보육, 주거, 의료, 노후 등에 대한 여야의 적극적인 경쟁적 정책 대결이 되기를 바랬다.
물론 선심성 나눠먹기 식이 아닌 신중하고 지속적이고 세밀한 정책대결이 되기를 기대했다.
사실 총선에서 지역 개발 공약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4년간 국회를 끌고 가며 국가 예산과 정책을 책임질 여야정당이 정확한 시대적 고민과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방향 전환이다.
그러나 결국 dog fighting 되어가며 상대의 실수에 기대는 이전투구로 전락해 가고 있다.
총선 결과는 보나마나 정해져 있다.
단지 마음이 급한 몇 명만 이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상대의 실수에 기댄 반사적 승리가 복수심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행복이라는 효용의 증대를 보증하지 않는다.
과거 우리는 준비되지 않고 정책적, 인적 능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정권이 집권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그러한데 대한 반사작용적 분노가 어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지금 똑똑히 보고 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지만 여야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총선과정에서 마땅히 짚어지고 보완평가 되어야 할 내용들은 뒷전인 채 길거리 꼼수 싸움만이 난무하고 있다.
무조건 식 『닥치고 정치』가 모든 것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곧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