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코트
왜인들의 악성 발음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바바리코트로 통용되는 트렌치코트(Trench Coat)의 원래 명칭은 버버리(Burberry) 타일로켄(Tielocken)이었다. 버버리는 패션 브랜드의 회사이름, 타일로켄은 허리에 띠를 두르는 외투의 상품명이다. 버버리는 1870년대에 질기고 가벼우면서 방수까지 되는 개버딘 소재의 외투를 개발하여 1900년대 초반부터 장교용 외투로 영국군에 독점 판매하기 시작했다. 장교들은 개별적으로 타일로켄을 사서 입었다.
그때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타일로켄은 장교나 병사를 가리지 않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고온다습한 우기에는 방수 작용을 하고, 칼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보온성이 뛰어나 방한용으로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버버리에서 채택한 카키색도 유럽의 평원에서 보호색 구실을 했으며, 흰색에 비해 때나 먼지가 덜 타기 때문에 오래 입어도 별 문제가 없었다. 버버리는 총과 장비를 맨 채로 그 위에 걸쳐 입어도 되기 때문에 활용도도 다양했다. 바깥에 달린 큰 주머니와 안에 달린 여러 개의 주머니는 지도를 비롯한 필수품을 보관하는 데 아주 적합했다. 부상자를 옮길 때는 타일로켄을 그대로 들것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추억의 명화 《카사블랑카》에서, 사랑하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떠나보내는 험프리 보가트
일차대전 말기 악명 높은 참호전이 장기화되자 타일로켄은 한층 빛을 발했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 동안 포탄과 총알을 피해 참호 속에서 숨어 지낼 때, 타일로켄은 방수와 방한용으로 최고의 기능을 발휘했다. 이때부터 상품명인 타일로켄보다 트렌치(Trench. 참호) 코트로 더 많이 불리기 시작했다. 포로를 통해 트렌치코트의 기능을 알게 된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도 금세 유사한 코트를 만들어 장병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17년부터는 민간에서도 트렌치코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트렌치코트는 버버리의 특허품인데다 버버리와 대영제국 전쟁部 간의 계약에 의해 독점 공급되고 있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일반인이 함부로 입을 수 없었다. 그러나 특허에 대한 통제가 약하던 시절이라 우후죽순처럼 짝퉁이 나돌기 시작했다. 민‧관‧군을 가릴 것 없이 누구에게나 그만큼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영국군 장교의 제복이라는 상징성도 트렌치코트의 인기에 한몫했다. 민간에 유행한 이후부터 트렌치코트보다는 버버리코트로 더 많이 불리게 되었다.
항공잠바
우리가 흔히들 항공잠바라고 부르는 옷의 원래 명칭은 바머 재킷(Bomber Jacket), 즉 ‘폭격기 조종사 옷’이다. 바머 재킷이 왜국에서 항공잠바로 둔갑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알다시피 잠바는 점퍼(Jumper)의 변형인데, 왜인들은 ㅓ와 ㅍ 발음을 못해 잠바라고 발음한다. 항공잠바는 육군 장교들이 겨울에 입던 제복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장교들이 자기 돈을 내고 사 입었지만, 장교와 사병 간에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아예 없앴다. 항공잠바는 보온성과 활동성이 좋아 민간에서도 인기가 높다.
항공잠바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당시 전투기는 조종석이 개방형이었는데, 혹한의 고공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조종사들에게 방한대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공군에 체계적인 지원 대책이 수립되기 전이라 조종사 스스로 방한복을 제작, 착용했다. 일원화된 항공잠바는 1917년 미국 공군에서 처음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때 개발된 항공잠바는 방한 기능이 뛰어나면서도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조종사들이 항공잠바 위에 빨간 머플러를 착용하여 한껏 멋을 부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빨간 머플러 역시 발음 기능이 떨어지는 왜인들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빨간 마후라로 불리고 있다.
미군 조종사들이 착용하는 A2 버머 재킷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소재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겉은 물개 가죽으로 만들고 속에는 양털을 덧댄 A2 버머 재킷은 값도 비쌀 뿐만 아니라, 제대 후에도 조종사의 긍지를 상징하는 애장품으로 크게 각광을 받았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공군부대를 방문하는 대통령에게 부대 마크와 대통령의 이름표를 부착한 A2 버머 재킷을 선사하는 것은 최고의 예우를 상징한다. 공군 장교들에게는 사비로 고급 A2 버머 재킷을 구입하여 존경하는 분이나 절친한 지인에게 선사하는 전통이 있다. 특히 연인의 체수에 맞춰 커플 버머 재킷을 만들어 선사하면 최고의 선물이 된다.
1950년대부터 전투기의 성능과 전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버머 점퍼에도 큰 변화가 왔다. 비행고도가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아지면서 보온성이 뛰어나면서도 가벼운 소재가 요구된 것이다. 마침 나일론이 개발되어 빠르게 신기술이 접목되어 요구성능을 충족시켜주었다. 디자인도 조종사의 변화된 움직임에 맞춰 여러 차례 개선되었다. 그 결과 미국 공군이 채택한 버머 점프가 MA1, MA2 특허품이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한 항공잠바다. 로널드 레이건에서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방한하여 DMZ를 시찰하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도 세계 최고 권력의 상징으로 모두 MA1 또는 MA2 버머 점퍼를 착용했었다. 이들 중 조지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공군에서 입던 ‘NOMEX CWU 36/P’ 버머 점프를 착용했다.
외국 배우 가운데는 영화 《레옹》에서 여주인공 마틸다 역을 맡았던 나탈리 포트먼이 가장 시선을 끌었다. 항공잠바 차림에 난데없는 화분을 들고 나타난 마틸다는 신들린 연기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의 시선을 부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했던 천재가수 아이유가 항공잠바를 가장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아이유는 노래를 부르거나 공항에 나올 때도 항공잠바를 자주 입는다.
첫댓글 내게는 슬픈 버버리 추억이 있지.
십 수 년전에 영국 런던에 갔을 때인데,
아내가 버버리 매장 앞에서 서성이더라고,,
도망을 갔지.
혹 아내가 코트 하나 걸쳐보겠다고 할까봐...
그래서 내 그때,
비겁한 남편이 되고 말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