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다음 달에는 뭐 드실래요? 민정 씨는 고기가 좋다고 하셨는데….”
“고기 임마, 고기 많이 좋아하면 안돼. 아버지도 젊을 때는 고기 많이 먹었지만, 건강 생각하면 줄어야 해.”
“예, 예.”
두 분의 식성이 다르다. 메뉴를 정할 때는 항상 김민정 씨께 양해를 구한다. 점심은 아버지 좋아하시는 것을 같이 먹고, 저녁은 민정 씨 좋아하시는 것으로 먹자고. 그래도 다음 메뉴는 고기를 드시고 싶은가 보다. 두 분의 의견을 모아 삼계탕을 권했다. 고기지만, 보양식으로. 두 분 다 좋다고 하셨다.
이번 달은 약속대로 추어탕이다. 한창 식사 중 국물은 먹지 않는 민정 씨를 보고, 아버님께서 잔소리하셨다.
“국물에 밥 말아서 먹어.”
“….”
“민정아, 밥만 먹지 말고 국물도 먹어라.”
“예, 예.”
하지만 국물은 민정 씨 취향이 아니다. 잔소리하는 아버지와 말 안 듣는 딸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온다.
“아버님, 민정 씨가 온 김에 아버님 반찬 사 드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예, 예.”
밥을 먹다가도 자신의 가슴을 치며 아버지를 한 번, 직원을 한 번 본다. 자신이 반찬을 사 드리겠다는 뜻이다.
“아빠 집에 김치가 없다.”
정말 경상도 식이다. 김치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에둘러 하신다.
“그러면 민정 씨, 가는 길에 시장에 들를까요? 아버님 김치 없다고 하시니까요.”
“예, 예. 흐흐.”
시장에 들렀다. 장날이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 핑계로 아버지와 민정 씨만 시장에 다녀오시도록 권했다.
한참 뒤 만나기로 한 곳에 두 분이 없었다. 전화로 아버님이 어디로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밀양 지리를 모르는 전담 직원이 찾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한참 시장 근처를 돌고 돌아 버스 정류장에서 두 분을 찾았다.
“여기가 아빠 교회 갔다가 버스 타는 데다.”
“응.”
“민정이 요새 교회 다니나?”
“….”
전담 직원 차를 발견한 민정 씨는 대답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길을 더 헤맬 것을 그랬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아버지께서 넌지시 묻는다.
“또 언제 올끼고?”
“달력에 또 동글뱅이 하고 갈까요?”
창밖을 보던 아버님께서 잠시 시간을 두고 대답하셨다.
“그래라.”
2025년 3월 17일 월요일, 구주영
"아빠 집에 김치가 없다.", "또 언제 올끼고?" 아버지 말씀마다 마음을 울리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말씀마다, 다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담으신 것 같습니다. "그래라." 아버지께서 그래라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최희정
"또 언제 올끼고?" 자주 오라는 말씀 같아요. 신아름
시설에 살아도 떨어져 지내도 아버지와 딸로 소식하고 왕래하며 지내니 감사합니다. 반찬 살피고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2025년 온라인 사례집]
김민정, 가족 25-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민정, 가족 25-2, 신년 인사
김민정, 가족 25-3, 밥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정, 가족 25-4, 민정이 잘 지냈나
김민정, 가족 25-5, 다시 전화가 울리고
김민정, 가족 25-6, 출발했나
김민정, 가족 25-7, 아빠 집에 김치가 없다
첫댓글 "그래라." 아버지가 김민정 씨 오는 날을 기다리고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