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먹어도 괜찮은가요? 담배는 피워도 괜찮나요? 회사동료 집들이 모임 중에 크리스천으로서 고스톱을 쳐도 되나요? 극단에 소속된 크리스천 배우가 무당 배역을 해도 되나요? 크리스천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회사에 출근해도 될까요?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데 절에서 공사를 요청한다면 공사를 해야 하는 건가요?”
크리스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법한, 일상적인 삶에서 부딪치게 되는 질문들이다. 주일을 제외한 6일,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명쾌한 답을 듣기는 힘든 질문들에 성경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책이 출간됐다. <월요일의 그리스도인>을 펴낸 최영수 목사를 직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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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그리스도인>을 펴낸 최영수 목사ⓒ뉴스미션 |
“교회 부흥회 때문에 야근하다 말고 퇴근했다고요?”직장사역훈련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수 목사는 일터에서 외롭게 영적 싸움을 하는 직업인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터에서의 사역이 기업에서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절박한 사역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 책은 그 노력들의 작은 결과물이다.
책 제목이 ‘월요일의 그리스도인’인 것은 수많은 크리스천 직장인들을 향한 그의 뼈아픈 질문이다. ‘주일이 아닌 월요일에도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가?’ 또한 이 질문의 답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친절한 조언과 충고이기도 하다.
“일터도 엄연한 삶입니다. 사역의 현장으로만 보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아요. 일터에서의 삶을 얘기해야 하는데, 직장전도만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을 어떤 일이나 행위, 이를테면 설교나 기도, 예배, 전도, 양육 등 영적인 활동으로만 이해하면 안 됩니다. 교회 부흥회 때문에 야근하다 말고 퇴근이요? 이건 하나님의 일과 세상의 일을 구분한 결과죠. 장소가 어디가 됐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자체가 신앙생활이에요.”
한국교회를 향한 사회적 비난과 불신이 깊어지면서 전도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들 말한다. 직장도 예외가 아니다. 최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일터에서 구별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크리스천 직장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개 두 가지예요. ‘너나 잘해’ 아니면 ‘그냥 내버려둬.’ 정상적인 일터는 예배드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습니다. 신앙생활의 모습이 같을 수가 없죠. 교회와 직장은 성격 자체가 다른 공동체입니다. 내게 주어진 모든 일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이 있는가, 이것이 신앙생활의 기준이 돼야 합니다.”
신앙생활 판단 기준, ‘술ㆍ담배’에 지나치게 국한돼 크리스천 직장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최 목사에게 던졌다. ‘술자리에서의 회식’,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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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그리스도인> |
“술과 회식은 엄밀히 말하면 일 이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구별된 삶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유독 한국에서만 문제가 됩니다. 술에 대한 성경적, 문화적 이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성경에는 술 취함으로 인한 노아의 망령된 행동(창 9:20~27), 술 취함이 주는 심각한 문제(잠 23:29~34)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예수님의 첫 번째 이적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사건이었다. 이처럼 술은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서 봤을 때 술을 먹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유교적 영향으로 술을 권하는 것은 위계질서의 확인이며, 아랫사람이 술을 거부하는 것은 윗사람에 대한 무례함으로 이해된다. 최 목사는 “우리나라는 술 취함에 대해 관대해, 술을 먹을 때는 취할 때까지 먹거나 방탕한 행동을 행해도 용납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한국의 초대 교회에서 성도들이 술을 먹지 않는 것이 경건에 유익하다고 판단해, 술을 윤리적 차원에서 금지시켰던 것입니다. 즉 한국적 상황에서 교회가 술을 윤리적 문제로 규정한 것이죠.”
최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지나치게 술과 담배로 신앙생활을 판단하는 잘못된 기준을 갖고 있다면서, 일터에서의 신앙생활은 술뿐만 아니라 업무와 대인관계에서도 하나님 앞에 부끄럼 없는 거룩한 삶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신앙인으로서 말과 행동 그리고 업무에서는 선한 영향력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술과 담배에 대해서는 매우 격리된 태도를 갖는다면, 불신자들이 볼 때 참 신앙인의 모습이 무엇인지 혼동하게 됩니다. 업무에서도 신앙인으로서 정직하고 성실할 뿐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삶이 강조돼야 합니다.”
재테크, 대인관계 등 관심 이슈들 다뤄…“목회자들도 필독하길”이랜드 사목 1호로 14년을 섬기고, 이후로도 여러 기업들을 거치며 크리스천 직장인들과 함께해 온 최 목사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일터에서도 구별된 크리스천의 특권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그는 12월 8일 오후 7시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독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가 펴낸 <월요일의 그리스도인>은 ‘STUDY GUIDE’라는 얇은 두께의 책자와 함께 2권으로 구성돼 있다. 스터디 가이드는 구체적인 질문과 도표, 관련 성경 구절 등으로 책의 내용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평일과 주일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의 재테크, 일터 문화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남기, 일터에서 뒤엉킨 대인관계 문제 등 귀가 솔깃해지는 흥미로운 이슈들에 대한 성경적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최 목사는 크리스천 직장인들뿐 아니라 목회자들도 이 책을 필독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목사님들이 일터에 대한 성경적 개념을 가지고 계셨으면 합니다. 교인 수, 셀과 구역 모임 참석 인원보다 중요한 건 성도들의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성도들 삶의 현장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셨다면, 교회가 이 책을 디딤돌로 삼아 스터디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교회들도 있거든요.”
이 책에서 최 목사는 일터를 포함한 일상적인 삶의 모든 영역에서 거룩한 삶을 사는 것이 참된 신앙생활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크리스천 직장인 개개인을 넘어서 한국교회를 향한 일침으로 다가온다. 교회 울타리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경건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참된 교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자꾸만 곱씹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