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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月出山)
영암 월출산……. 영암과 강진의 성전면, 그리고 목포까지도 그 산세의 기운이 뻗힐 듯 한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하는 영암 월출산, 가을날의 억새도 좋다는 그 산을 가기로 한 달 전부터 마음먹었다.
사실은, 2년 전 찾았던 부안의 격포항을 거쳐 단풍과 단청이 아름다운 내소사의(山寺)의 멋진 모습을 보러갈까도 생각했다. 아울러 마지막 배를 타고 위도로 들어가 바다가 보이는 멋진 민박집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 섬일주 구경을 한 다음, 이것저것 가을을 건질 생각도 했지만, 결론은 영암 월출산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월출산에 대해 말은 많이 들었지만, 사실은 초행이었다. 그저 산새가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절대 후회 안 할 거라는 주위의 말만 듣고 드디어 그 곳을 향해 출발했다.
가을이 저물어가는 2012년도 10월의 마지막 주말인 10월 28일 오후 2시를 살짝 넘은 시간에 우리 3인은 서울을 출발했다.
사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월출산 자락에 한옥으로 지은 ‘바우팬션’ 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우’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는 순풍에 돛달 듯 빠르게 빠져나갔는데, 문제는 광주에서 영암까지였다. 300m마다 나타나는 신호등은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묘하게 열리는 신호 때문에 탄성을 지르며 달려 도착하니 어둠이 사방을 덮었는데, 찻소리에 민박집 아주머니가 반갑게 나와서 맞는다.
새로 지어 개업한지 4개월밖에 안되었다는 내실은 아직까지 나무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맘씨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단감 한바가지를 들고 들어와 이것저것 설명을 하는데, 영암의 단감이 유명하다는 것을 실감한 것은 다음 날, 마을 곳곳마다 븕은 감이 흐드러지게 열려있는 감나무 때문이었다.
일출(日出)을 본답시고 부지런히 저녁 지어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4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주섬주섬 장비(카메라…외~)를 챙겨 깜깜한 밤길을 나섰는데, 선들선들 바람소리, 물소리, 그리고 발자국소리만 어지러이 들려온다.
깜깜한 밤하늘을 쳐다보니 고운 별빛만 소곤대고 산 중턱에 올라서자 땀이 송골송골 맺혀오기 시작한다. 희미한 불빛이 창틈으로 흘러나오는 천왕사(天王寺) 마당에서 우리는 숨고르기를 하면서 춥다고 끼어 입었던 옷을 한 꺼풀씩 벗었다. 다시 부지런히 오르는데, 멀리 동쪽이 붉그스레 물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구름다리에 도착하여 촬영하기 좋은 곳을 잡아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장착하고 나니 어디선가 사정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황급히 집어넣었던 방한 옷을 꺼내 겹겹이 입었지만 역시 추웠다. 그리고 30여분이 지났을까? 30분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길었다. 추웠다.
어둠을 헤치고 동녘하늘에서 새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붉은 겨우 손톱모양의 붉은 해가 산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더니 순식간에 올라오기 시작한다.
마치 움직이는 물체가 꿈틀꿈틀 거리며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듯 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멋진 모습이 지난해 지리산 천왕봉에서 보았던 일출을 떠올리게 했다. 월출산에서 일출에 흥분하다니… 2012. 10. 30 운해 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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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파노라마로 올려놓은 사진이 마치 저도 거기에 있는듯 느껴지게합니다. 다른분 강추하는 이야기로는 월춠산이 국립공원이라고 하내요.
넵, 국립공원 맞습니다.
근사했습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