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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22
S#1. 구름다리 (새벽)
21회와 연결해서...
환 : (거침없이 성큼 성큼 걸어오면서)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이야!
은성 : (자기도 모르게 몸 돌려 환 쪽으로 향하고 양 난간 잡고 보는)
환 : (눈물 어려) 내가 너 믿는데! 좋은데! 갖고 싶은데!
은성 : (순간 꼼짝도 못하고 눈물 어려 환 보는데)
순간 은성 앞으로 와서 은성 머리 잡고 끌어당기면서 입맞춤 하는 환.
떠오르는 일출 속에서 입맞춤하는 둘...
자기도 모르게 양 쪽 난간 더 꽉 잡고 있던 은성, 눈부신 해에 감았던 눈 뜨면서 정신 퍼뜩 난다.
한 손으로 환 가슴팍 밀치며 뒤로 물러서는 은성.
환 : (뒤로 주춤하는, 안타까운 갈망으로 은성 보는데)
은성 : (눈물 어려 흔들리며 원망처럼) 안 된다고 했잖아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
환 : (한걸음 다가서면)
은성 : (이 악물고 냉정하게 밀어내는) 오지 마!
환 : (멈칫하는)
은성 : (휙 돌아서 가는)
환 : (해 바라보는, 현실 느껴진다. 눈물 어려 은성 뒷모습 보는)
S#2. 바닷가
초조하게 눈물 어려 바닷가 둘러보며 환 찾아다니고 있는 승미.
승미 : (이 쪽 저 쪽 보며, 지친, 중얼거리듯) 오빠... 오빠...
S#3. 방파제 (혹은 바닷가 일각)
멀리 묵호 등대가 보이는 곳. 은성 찾아 두리번거리며 오던 준세, 떠오르는 해 보다가 등대 보고 멈칫 선다.
혹시?... 급하게 등대 쪽으로 몇 걸음 뛰던 준세, 뚝 멈춰 선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스스로 어처구니없는 듯 씁쓸한 미소 짓는다.
후... 힘든 숨 내쉬며 고개 숙이는 준세, 불안하고 힘든 마음 다스리고 고개 든다.
왔던 길 되돌아가는 준세.
S#4. 바닷가
화난 사람처럼 입 꾹 다물고 빠르게 걷고 있는 은성. 환, 조금 뒤에서 걸어오고 있다.
S#5. 오토캠핑장 앞 바다
지친 걸음으로 걸어오는 승미. 준세, 테이블에서 커피 내리고 있다.
승미 : (왔나? 얼른 다가오며) 오빠하고 은성이 왔어요?
준세 : 아뇨.
승미 : (예민한) 근데 왜 이러고 있어요?
준세 : 그만 합시다, 두 사람 어디 끌려간 거 아닌데... (승미 앞에 한잔 놔주며) 커피 마셔요. (자기도 마시는)
승미 : (다급한) 준세씨 은성이 좋아하잖아요. 같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찮아요?
준세 : 환이가 은성이하고 있는 게 불안한 거에요, 은성이가 환이한테 무슨 말을 할까봐 불안한 거에요?
승미 : (멈칫 보면)
준세 : 너무 가기 전에 그만하는 게 좋지 않아요? 완전범죄 거리는 안 되는 거 같은데.
승미 : (덜컥하지만) 준세씬 은성이 좋아하니까 은성이 말 믿고 싶겠죠.
준세 : (더 말 할 일 아니다. 고개 돌리며 커피 마시려다가 멈칫하는)
은성 : (저만치서 오고 있고)
환 : (적당히 떨어진 뒤에서 오고 있다)
준세 : (예상은 했지만 같이 오는 둘 보고 굳어지는데)
승미 : (역시... 사색으로 굳어지는데)
은성 : (나와 있는 둘 보고 당황하는, 자기도 모르게 뒤 돌아보고)
환 : (역시 나와 있는 둘 보고 약간 당황하는데)
준세 : (천연덕스럽게) 해돋이 보고 왔어?
은성 : (멈칫하는, 당황해) 아니, 그냥 산책하다 보니까... 해가 뜨네요.
승미 : (아무렇지 않은 듯 환에게) 오빠, 일출 볼 거면 나 깨워서 같이 가지.
준세 : (멈칫, 승미 돌아보는)
환 : (대답 대신) 왜 나와 있어?
준세 : 방금 나왔어. 자, 커피 한잔씩 해. (은성에게 주다가 은성 목에 걸린 새 목걸이 보는, 멈칫하고)
은성 : (준세 보는데 왠지 미안해지는, 받으며) 고마워요.
승미 : (둘 분위기 탐색하듯 보는)
준세 : (덜컥해서 은성 보다가 추스리고) 환아, 너두. (커피 주는데)
환 : (받는데 마음 한 켠 찔린다. 무뚝뚝) 난 됐어, 속 아퍼. (돌아서 바다 보는)
승미 : (환과 은성 분위기 번갈아보는)
준세 : 미팅 10시지? 아침 먹고, 미팅하고 (웃으며) 동해 구경 짧게는 하고 갈수 있겠다.
S#6. 크루즈 사무실
정장으로 갈아입은 은성과 환, 담당자 두 명 정도 앞에서 제안서 보면서 설명하고 있다.
승미, 굳은 얼굴로 옆에 앉아 있고.
S#7. 박변 이사실
놀란 얼굴로 통화하고 있는 박변.
박변 : 아니 박사장, 그냥 설렁탕 입찰이 아니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잠시, 더 놀라) 뭐? 현지 음식을 결합한 제안서였다구?
(잠시, 당황해) 그럴 리 가없는데, 내 결재 없이 어떻게 다른 제안서로 입찰에 들어가!
(하다 뚝 굳어지는, 잠시) 박사장, 내 알아볼 테니까 끊읍시다. (끊는)
<시간 경과>
책상에 앉아서 팀장 보고 받고 있는 박변.
팀장 : (약간 난처한 듯) 사장님이 중간보고 하지 말고 새 제안서하고 서류 만들어 오라고 하셨습니다.
박변 : 이번 크루즈 입찰 따내면, 2호 점 매출 20프로 달성되는 거지?
팀장 : 예.
박변 : 그래 알았네, 나가 봐.
팀장 : (인사하고 나가면)
박변 : (굳어서, E) 나도 모르게 현지 음식까지 결합해 가면서 입찰을 진행시켰어? 장 사장... 갈수록 속을 모르겠네...
(하다 뭔가 퍼뜩 떠오른 듯 굳어지는) 2 호 점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설마) 그 아이? (헉! 놀라는)
S#8. 관광 안내판 앞
서서 안내판 보는 넷.
준세 : (밝게) 그래도 동해까지 왔는데 관광지 하나는 보고 가야지? 어디 볼까? 은성아, 어디 보고 싶어?
(적당히 가리키며 장소 얘기하고)
은성 : 글쎄...
준세 : 피곤하면 그냥 서울 갈래?
승미 : (그러고 싶다. 환 보고) 오빠, 그냥 올라갈까?
환 : (아쉬운)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 (동굴 가리키며) 더우니까 시원한 데 가, 동굴.
S#9. 천곡 천연 동굴
동굴 구경하며 걸어가는 넷.
(안내원이 있다면 설명해 주는 걸로, 아니면 준세가 안내 표지판이나 설명서 보고 적당히 설명해 주거나)
은성 : (약간 서늘한 듯 맨 팔 쓸어내리면)
준세 : (힐긋 보고) 좀 서늘하지? (들고 있던 점퍼 주며) 걸쳐. (걸쳐주는)
은성 : (힐긋 환 의식하는, 모른 척 점퍼 걸치는)
환 : (보기 싫다. 외면하는)
승미 : (그런 환 보는, 버티고 따라다니기 힘들다. 어지러운 듯 손으로 이마 짚는)
준세 : (뭔가 신기한 석주 가리키는) 야- 이거 봐!
멈춰 서서 석주들 구경하는 넷. 위에서 물방울 똑 똑 떨어진다.
석주에서 은성 어깨 죽지로 떨어지는 물방울 보는 환, 신경 쓰이는데...
은성, 석주 보려고 몸 움직이다가 물방울이 머리로 떨어지는 위치에 선다. 그 순간 떨어지는 물방울.
환,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물방울 받고 손 내린다.
무심히 그런 환 보던 승미, 다음 번 물방울 떨어지자 또 손 올려 받는 환 본다.
뭔가 이상한 듯 보면 은성 머리에 떨어지는 물방울이다.
쿵... 하는 승미, 돌아보면 자기 어깨 죽지에도 물 떨어지고 있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승미에게 떨어지는 물방울은 못보고
앞에 서있는 은성에게만 신경 쓰고 있는 환 확인하고 아득해지는 승미, 간신히 버티던 맥 빠진다.
준세 : 가자. (돌아보는데)
승미 : (순간 풀썩 쓰러진다)
준세 : (보고 놀라) 승미씨!
환 : (놀라) 승미야!
은성 : (놀라서 승미 보는데)
환 : (승미 상반신 부축해 일으키며) 승미야! 유승미!
준세 : 환아, 우선 업어. (환에게 승미 업혀주는)
환 : 얘 왜 이래? (하면서 업는)
은성 : (놀라 어쩔 줄 몰라서 보는데)
환 : (승미 업고 급하게 입구로 가는)
준세 : 가자.
은성 : 어? 어. (뒤따라가는데 승미 업고 가는 환 보는데 괴롭다)
준세 : (그런 은성 힐긋 보는)
S#10. 병원 앞
옆 좌석에 승미 태우고 문 닫는 환. 은성과 준세, 보고 서있다.
환 : (운전석으로 돌아오다 멈춰서는, 은성 보는)
준세 : 탈진한 거라니까 얼른 서울 가서 쉬게 해.
은성 : (잠시 흔들리듯 보다) 어서 가요.
환 : 먼저 출발 해. (차문 여는데)
준세 : 너 찾는다고 새벽 내내 헤매고 돌아다녔다, 승미씨.
환 : (흠칫해서 준세 보는)
은성 : (역시 몰랐다. 차 안에 승미 보는)
S#11. 고속도로 + 준세 차 안
운전하는 준세 옆에 앉아있는 은성, 복잡한 마음으로 창밖 보고 있다.
준세 : (착잡한) 승미씨도 참 안됐다.
은성 : (준세 보면)
준세 : 거짓말인지 뻔히 아는 너하고 내 앞에서, 계속 거짓말하면서 버티는 거, 보통 일 아니었을 거야.
(미리) 이해하고 동정하는 건 아니고, 놀라워서.
은성 : 놀랍다뇨?...
준세 : 승미씨한테... 그만큼인가 봐, 환이가.
은성 : (덜컥해서 보면)
준세 : 크루즈 레스토랑, 다음 주까지 결정해 줄래? 그래야 일 진행할 수 있거든.
은성 : 어, 생각해볼께요...
준세 : (아픈 마음 감추고) 떠나야 할 곳에다 마음 두지 마.
은성 : (뭔가 느껴지는, 준세가 아나? 준세 보면)
준세 : (별일 아닌 척) 진성은... 2호 점 일 끝나면 떠나야 할 곳이잖아.
은성 : (끄덕이며) 알아요...
준세 : (의미 있는) 은성아, 난 니가... 힘든 길은 안 갔으면 좋겠어. 넌 씩씩하긴 하지만 독하진 못하잖아.
승미씨는, 환이 하나 때문에 자기를 다 내던진 사람이다.
은성 : (준세가 느꼈구나, 쿵... 해서 보는)
S#12. 고속도로 + 환 차 안
탈진한 듯 차창에 기대서 눈감고 있는 승미.
환 : (운전하면서) 괜찮아?
승미 : (눈 감은 채, 메여서) 오빠한테... 나는 누구야...
환 : (멈칫, 정확히 못 들었다. 승미 돌아보는) 뭐랬어?
승미 : (더 몸 차창으로 돌리며) 아냐...
환 : (자기 때문이다... 마음 아파서 승미 보는)
S#13. 대리점
놀란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승미가 아퍼? 어디가? 아니 왜?... (하다 기막혀) 탈진?... (잠시, 듣다가) 그럼 지금 서울 올라오고 있는 거야?
어디쯤이야?... (잠시) 그래, 알았어. 시간 맞춰서 집에 가 있을게... (끊는, 기막혀) 탈진?...
(급하게 가방 챙기는 데 핸드폰 울린다. 안보고 받는) 여보세요?
고(휠) : 나요.
백성희 : (뚝 굳어지는)
고(휠) : 부탁할 게 있어서 전화했어.
백성희 : (직원 쪽 힐긋 보고) 부탁이라니?
S#14.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고평중과 백성희.
백성희 : (기막혀) 인영이란 애가 졸업한 대학까지 찾아가서 전화번호를 물어봤다구?
고평중 : 내가 누군지는 말 안했어. 그러니까 인영이도 이상한지 전화번호 알려주지 말라고 하지.
백성희 : (화나는) 인영이 전화번호 알아내면 뭐라고 할려고 했어? 나 은성이 애비다! 그럴려고 했어?
고평중 : (정색하는) 승미 엄마.
백성희 : (멈칫 보면)
고평중 : 내 솔직한 심정은, 자수하고 싶어.
백성희 : (기겁해서) 자수?
고평중 : 심정은 그래. 지금도 하루에 열 두 번씩 자수하고 싶지만, 당신하고 승미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거야.
지난번에 갑자기 나타나서 승미 놀래 킨 것도 미안하고.
백성희 : (기막혀) 그런 사람이 자수를 생각해?
고평중 : (오르는) 죽은 사람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백성희 : 당신이 시작한 일이야!
고평중 : 알아! 아니까 이런 꼴로 당신한테 부탁하러 왔지! 심정이 그렇다는 거야!
백성희 :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 부탁할 게 뭔데?
고평중 : 당신이 인영이 학교에 가서 전화번호 알아내서, 은성이 어딨는지,
백성희 : (말 자르며) 인영이 번호 알아.
고평중 : 알아? 지난번엔 모른다고 했잖아.
백성희 : 당신이 서울도 못 떠나고 기어이 은성이 찾아 확인한다는데 내가 안 알아 봤겠어?
당신 장례 치르고 부터 은성이 연락 없대.
고평중 : (의아한) 점점 은성이가 이해가 안 돼. 유학 가서 여기에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하다) 그럼 혜리라고 있는데.
백성희 : 혜리? 혜리는 또 누구야?
고평중 : 당신은 잘 모를 거야. 은성이 고등학교 동창이니까,
백성희 : (말 자르며) 알았어, 알아볼게. 그리고, 우리 아파트 찾아오지 마, 이사했어.
고평중 : 이사?
백성희 : 당신 찾아오는 거 겁나서 이사했다구.
고평중 : (기막혀 보면)
백성희 : (자기가 더 기막힌 듯) 우리가 이러고 살고 있어! 당신 찾아온 이후로 승미 거의 제정신 아냐!
지금도 아파 누워있어, 빨리 들어가 봐야 해.
고평중 : (맘 안 좋은) 워낙 여린 녀석인데... 내가 너무 놀래켰구나.
백성희 : (고평중 맘 약해진 틈타) 그러니까 당신도 책임감 가져. 내 인생 승미 인생, 망가뜨리지 말라구.
고평중 : (보다가 단호한) 대신 핸드폰 번호는 바꾸지 마.
백성희 : (멈칫하면)
고평중 : (비장한) 은성이 찾을 때까진, 나 피하지 마. 당신 그 정도로 하면, 나도 자수하는 수밖에 없어.
백성희 : (서늘해지는) 당신 전화까지 피할 이유 없으니까, 걱정 마...
S#15. 승미 아파트 앞
차에서 승미 부축해서 내리는 환, 아파트 쳐다본다.
환 : 이사는 왜 한 거야?
승미 : ...몰랐던 빚쟁이가 엄마 또 찾아와서... 집 팔았어.
환 : (멈칫 보는)
S#16. 승미 집 거실
승미 부축해서 들어오는 환. 걱정스런 얼굴로 기다리고 맞이하는 백성희.
백성희 : 어떻게 된 거야? 왜 탈진까지 했어?
환 : 좀 피곤했나 봐요...
승미 : 오빠, 데려다줘서 고마워... (방으로 가며) 엄마, 오빠 배웅해 줘요...
환 : (비척비척 가는 승미 맘 안 좋게 보는데)
백성희 : 환아, 동해 가서 은성이하고 무슨 일 있었니?
환 : (멈칫 하는) 아뇨, 특별한 일 없었습니다.
백성희 : 없었는데 왜 쟤가, (하다 떠보는) 넌 은성이하고 일하는 게 괜찮아?
환 : (멈칫 보면)
백성희 : 할머니야 2호 점 매출 욕심에 은성이 들였다 치고, 넌 어떤가 해서.
환 : (대답하기 당혹스런) 할머니 결정이니까 제가 괜찮고 말고 할 일이 아니어서요.
백성희 : 은성이 때문에 할머니 유산 소동 생기고, 니가 제일 힘들었잖아?
환 : (잠시 생각하다가) 유산은... 은성이 때문은 아니었어요.
백성희 : (기막혀) 은성이 때문이 아니었다구?
환 : (시선 피하며) 할머니 평소 생각이셨지, 은성이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백성희 : (은성을 불신하는 환이 아니다. 쿵... 하는)
S#17 승미 방
옷 갈아입고 침대에 막 눕는 승미. 백성희, 들어온다.
백성희 : (약간 채근하듯) 어떻게 된 거야?
승미 : 나 좀 잘게요... 자야겠어... (눈감는)
백성희 : (기막혀) 한숨도 못 잔거야? (속상하고 맘 아픈) 은성이하고 환이 신경 쓰느라고 잠도 못 잤냐구!
승미 : 나중에 얘기해요... (눈감는)
백성희 : (기막혀서 딸 보는, 심상치 않은 상황 직감하고 굳어지는)
S#18. 부암동 동네
서있는 차에서 은성 짐 가방 꺼내주는 준세.
준세 : 피곤할 테니까 들어가서 푹 쉬어.
은성 : 오빠두요.
준세 : 아 그리고, 내일 변호사 사무실 가야 하니까, 출근할 때 서류 챙겨서 나와.
은성 : (끄덕이며) 조심해 가요. (미소로 손 흔들고 집 쪽으로 가면)
준세 : (표정 정색되며 핸드폰 들어 ‘환’ 찾아 버튼 누르는)
S#19. 승미 아파트 앞 + 환 차 안
환, 막 차에 오르는데 핸드폰 울린다.
환 : (보고 받는) 여보세요?
준세(휠) : (굳은) 나 좀 보자.
환 : (굳어지는)
S#20. 공원이나 공터 정도
거의 동시에 와서 서는 환과 준세 차. 둘, 동시에 차문 열고 내린다.
환 : (다가가며) 다짜고짜 왜 오래?
준세 : (다가오며 환에게 주먹 한방 날리는)
환 : (무방비 상태로 맞고 휙 돌아가는)
준세 : (또 한방 때리는)
환 : (맞고 확 돌아보면)
준세 : (화난) 한대는, 지난번에 니 마음 감추려고 치사하게 나 때린 값이고, 또 한 대는 형 말 무시한 값이야.
환 : (오르는) 좋아, 한 대는 내가 치사했던 거 인정하니까 맞아 줄께. 근데 형 말 무시했다는 건 뭐야!
준세 :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지! 은성이한테서 마음 접으라고 했잖아!
환 : (보다가 지지 않고) 형이 먼저 좋아한 여자 좋아해서 미안한데, 형은 마음이 마음대로 돼? (도전적인) 은성이가 형 여자야?
준세 : 이 자식아, 내가 지금 형이 먼저 좋아한 여자 왜 좋아하냐고 따지는 걸로 보이냐?
환 : 뭐야, 그럼!
준세 : 넌 은성이한테 상처가 되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몰라? 승미씨 옆에 두고 너 뭐하는 거야?
왜 은성이 흔들어!
환 : 승미하고 나, 아무 사이 아냐!
준세 : (말도 안 된다는) 때론 그 어떤 약속 보다 징한 사이가 있어, 니들처럼! 너, 승미씨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몰라서 그 오랜 세월 곁에 뒀어?
환 : (멈칫하는, 말문 막힌다)
준세 : 승미씨 두고 누구한테 가더라도 너, 그 사람 먼저 정리해야 해.
환 : (맞는 말이다. 흔들려서 보는)
준세 : 더구나 은성이하고 승미씨,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 은성이가 승미씨 때문에 어떤 꼴로 니 집에서 쫓겨났는지 잊었냐?
환 : (아직까지는 확고한 믿음이다) 두 사람 간에 오해가 있다고 생각해.
준세 : 편한 데로 생각하지 마! 니가 알고 있는 거 이상으로 처참하게 엮여있어!
환 : (굳어서) 그게 뭔데? 또 뭐가 있는 건데!
준세 : (분 가라앉히고 진심으로) 환아, 저 두 사람한테 중간은 없어. 니가 은성이 한테 다가가면, 승미씨를 믿지 않는 거야.
승미씨 말을 믿으면서는!... 은성이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야.
환 : (혼란으로 준세 보며) 형은 그러니까... 은성이 말을 백 프로 믿는 거구나.
준세 : 두 사람 관계, 앞으로 더 처참해질 거야. (단호한) 그러니까... 은성이 흔들지 마.
환 : (흔들려서 준세 보는)
S#21. 부암동 방 (밤)
퇴근한 듯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막 돌아서 은성 앞에 앉는 혜리. 은성, 빨래 정도 개고 있다.
혜리 : 대체 동해 분위기가 어땠길래 준세씨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했는지, 빨리 이실직고 해봐.
은성 : 오빠 기분 안 좋아 보였어?
혜리 : 안 좋아 보인 정도가 아니라, (하다 목걸이 보는) 어? 이 목걸이? 이거 그 때 자전거에 걸려있던 건데?
은성 : (그제야 여태 목걸이 하고 있는 자신 발견하는, 당황해서 목걸이 잡는)
혜리 : (심각한) 너 이거 돌려준다더니 안 돌려줬어?
은성 : (얼른 풀며) 그냥 한번 해봤다가 깜빡한 거야...
혜리 : 너 정말... (기막힌) 니들 기어이 이렇게 된 거야?
은성 : 그런 건 아냐.
혜리 : 그런 건 아냐?
은성 : (시선 돌리며) 그래, 나... 그 사람 좋아.
혜리 : (타박처럼) 니가 말 안 해도 이 목걸이가 말해주고 있어!
은성 : 근데 그거뿐이야. (스스로 자책하듯) 내가 지금 누구 좋아하고 그럴 때야? 그럴 때 아냐.
은우 찾고, 내 누명도 벗고, 다시 돈도 벌어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야. 사랑? 연애? 다 여유 있을 때 하는 거야.
혜리 : 아주 스스로 세뇌를 하는구나. 그렇게 말하니까 더 이상해, 너!
은성 : (다짐하듯) 걱정 마. 2호 점 일만 끝나면... 어차피 떠날 곳이니까. 이번 입찰 성공하면, 2호 점 매출 달성 해.
그럼 할머니 찾아뵙고, 할머니가 믿으시건 안 믿으시건 해명하고... 떠날 거야.
혜리 : 재판하면 보통 일 년은 걸린다든데.
은성 : (오기로) 일 년이 아니라, 십년이 걸려도 이대로 당하고 끝내진 않을 거야.
혜리 : 그래, 생각 잘 했다! 세상에 사랑 한번만 하고 죽는 인간 있냐? 사랑? 그까이꺼 가면 또 온다.
(한탄처럼) 올 때마다 괴로워 그렇지 또 와.
은성 : (마음 정리하듯 다시 빨래 개는)
S#22. 환 방 (밤)
침대에 앉아서 고개 푹 숙이고 생각에 잠겨있는 환.
<4회 11씬 중에서>
승미 : 모른척하지 말구... 내 마음 다 알면서 모른척하지 말구...
승미 : 싫다 그러지도 않구, 좋다 그러지도 않구...
준세(E) : 승미씨 두고 누구한테 가더라도 너, 그 사람 먼저 정리해야 해.
환 : (힘들지만 그래야 한다... 뭔가 결심한 듯 고개 드는)
S#23. 승미 아파트 외경 (다음날, 아침)
S#24. 승미 방
기운 못 차리고 누워있는 승미. 백성희, 죽 그릇 놓인 쟁반 들고 들어온다.
여전한 딸 보고 멈춰서는 백성희, 딸 꼴이 기막히고 화난다.
백성희 : (책상에 쟁반 놓고) 일어나, 죽 끓여왔어.
승미 : 생각 없어요...
백성희 : 회사에는 아파서 출근 못한다고 연락했으니까, 한술 뜨고 병원 가서 링거 라도 맞자. (앉는)
승미 : 그냥 쉬면 돼...
백성희 : 대체 환이가 어쨌길래, 얼마나 티를 냈길래 니가 이래!
승미 : (눈감는)
백성희 : (복잡한) 승미야, 너... 환이 포기하면 안 되겠니?
승미 : (놀라 눈 뜨는)
백성희 : 우리, 장사장한테 속았어.
승미 : (벌떡 일어나 앉는) 그게 무슨 말이야?
백성희 : 환이 할머니, 우리 안 믿어. 아니 은성일 믿어.
승미 : (덜컥해서) 누가 그래?... (떨리는) 오빠가 그래?
백성희 : (냉정하게, 자기와 승미가 환이네 가족에게 했던 거짓말 꿰는) 이미 자기 얼굴 환이 얼굴, 다 알고 있었던 애야.
지 아빠 죽자마자 뒤처리 팽개치고 집 나간 애야, 유산 받을 욕심에 너하고 나한테 비밀 지켜달라고 애걸했던 애야,
그러다 못해 지 아빠 보험금 핑계로 날 협박했던 애야!
승미 : (답답함에) 지금 뭐하는 거야!
백성희 : (자조적인) 정말 그런 애라고 생각했으면... 절대 근처에 못 뒀어.
승미 : (놀라) 할머니 2호 점 매출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고 했어. 오빠도 그렇게 알고 있어!
백성희 : 그런 게 아니면, 너 어떡할래?
승미 : (사색돼서 보면)
백성희 : 은성이하고 환이 계속 붙여놓는 자체가 여전히 딴생각 있는 거면... 어쩔거냐구.
승미 : (오르는, 울듯) 그래서 이제 와서 환이 오빠 포기하라구? (악쓰는) 못해!
백성희 : (흠칫 놀라는)
승미 : 내가 어떻게까지 했는데 포기해? 환이 오빠가 포기가 되는 사람이면 엄마... 내가 그 짓을 했겠어?
엄마가 평생 돈 포기 못한 것처럼, 나한텐 오빠가 그래! 포기가 안 되는 사람이니까 내가 이런다구!
(비난하듯) 날 이 꼴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포기하란 말이 나와?
백성희 : (딸 안된) 환이가 은성일 내치지 못하잖아!
승미 : (멈칫해서 보면)
백성희 : 우리가 내민 증거 봤으면, 환이, 은성이한테 정 떨어져야 정상인데... 아니잖아.
승미 : (자기 고민이 그거였다. 눈물 어려 백성희 보는)
백성희 : (맘 안 좋은) 미안해, 몸도 안 좋은데 괜한 말로 속만 뒤집었어.
(생각했던 계획 있는지라 일어서며) 방법 있을 거야... 기다려 봐...
S#25. 2호 점 점장실
테이블에 앉아서 회의하는 넷. 은성과 환, 각자의 복잡한 심정 때문에 서로 쳐다보지 않는다.
점장 : 두 사람 고생했어요, 어제 다녀와서 좀 쉬었어요?
수재 : 고생은 무슨 고생이에요? 님도 보고 뽕도 딴 거 아닌가? 출장 가서 데이트 하고.
은성 : (정색하고) 수재씨,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수재 : (평소와 다른 은성 기색에 놀라) 주임님, 왜 그러세요...
환 : (그런 은성 보는)
점장 : (뭔가 심각한 둘 분위기 보는, 얼른) 어쨌든 수고했어요.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결과 기다려 봅시다.
(희망적인) 이번 크루즈 입찰 따내면, 2호 점 20프로 매출 달성입니다.
수재 : 점장님, 20프로 달성되면 우리 2호 점 특공대는 어떻게 되는 거에요?
은성, 환 : (동시에 멈칫하는)
점장 : 2호 점 매출 20프로 달성 목표로 모인 거니까 해산되겠죠.
수재 : 어디루요?
점장 : 그거야 사장님이 판단하시겠죠.
은성 :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다. 착잡해지는)
환 : (덜컥하는 눈으로 은성 보는)
S#26. 환 집 주방
식탁에 마주 앉아있는 표집사와 영란.
표집사, 팔짱 끼고 근엄하게 영란 보고 있고 영란, 낑낑대며 가계부와 지갑에서 남은 돈 꺼내놓고 계산기 두드리고 있다.
영란 : (갸웃하며) 3,700원이 안 맞네... (표집사 보면)
표집사 : 다시 하십시오.
영란 : 두 번이나 했는데 안 맞잖아!
표집사 : (냉정하게) 성질을 왜 저한테 내십니까? 생활비 통장 드리면서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모든 사용 내역은 그날 그날 메모하실 것, 모든 지출에는 영수증 첨부하실 것.
영란 : (울상) 아- 생활비 괜히 맡는다 그랬어. 내 맘대로 호떡 하나 못 사 먹는데.
표집사 : 계산 맞추고 계십시오. (일어서는)
영란 : 어디 가는데?
표집사 : (큰 돋보기 들어서 보여주며) 청소 검사하고 오겠습니다.
영란 : 아... (하며 푹 엎어지는)
표집사 : (힐긋 보고) 지난주에 시장 가셨을 때 떡볶이 2천원어치 드셨습니다.
영란 : (벌떡 몸 일으키며) 어머 맞다 맞다.
표집사 : (나가는)
영란 : 그럼 천칠백원은 엇다 썼지?... (또 고민하는)
S#27. 2층 거실
근엄한 얼굴로 돋보기와 흰 수건 들고 다니면서 청소 검사하는 표집사. 돋보기로 구석 보고, 흰 수건으로 탁자 닦아본다.
쯧쯧... 혀 차고 3층 계단으로 올라가던 표집사, 몸 구부리고 구석에서 뭔가 찾아든다. 집어 들고 보면 은성의 십자 목걸이다.
S#28. 승미 방
심란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는 승미, 핸드폰 울린다.
승미 : (집어 들어 보고 받는) 오빠...
환(휠) : 몸은 좀 어떠냐?
승미 : 어 괜찮아졌어...
환(휠) : 그래? 그럼 있다 퇴근하고 보자.
승미 : (느낌에 덜컥하는) 만나자구?... 갑자기... 왜?
S#29. 2호 점 옥상/승미 방
승미와 전화하는 환.
환 : (결심한) 너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할 얘기도 있고.
승미 : (덜컥하는) 할 얘기라니... 오빠 무슨 일 있어?
환 : (심각한) 어디서 볼래?
승미 : (불길한 느낌에 망설이는)
환 : (아무 소리 없자) 여보세요?
승미 : (피하는) 오늘은 안 되겠어, 오빠. 나 지금 집이야.
환 : 집?
승미 : 어, 아파서 출근 못했어.
환 : (멈칫) 어... 그랬구나. (만나자고 할 수가 없다. 낭패스럽기도 하고 맘도 안 좋고)
승미 : (불안감에 손으로 입 막고 핸드폰 대고 있는)
환 : 그럼 우선 쉬고... 나중에 얘기하자.
S#30. 승미 방
서늘해져서 전화 끊는 승미, 걷잡을 수 없는 불안에 핸드폰 쥔 손 떤다.
S#31. 매장
일하던 은성, 핸드폰 울리자 꺼내본다. ‘승미’ 떠있다. 보다가 전원 끄는 은성.
S#32. 승미 방
연결되지 않는다는 안내에 굳어지는 승미, 다시 끊었다가 통화시도 하는데 전원 꺼있다는 안내 나온다.
은성이 고의로 전화를 안 받는다... 덜컥해서 핸드폰 들여다보는데 ‘인영’ 뜨며 벨 울린다.
승미 : (받는) 어, 인영아.
인영(휠) : 너 아프다며? 회사로 전화했더니 아파서 출근 못했다 그러드라?
승미 : 어, 몸이 좀 안 좋아서... 근데 무슨 일이야?
인영(휠) :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야 은성이한테 무슨 일 있니?
승미 : 그건 왜?
인영(휠) : 은성이 안다는 어떤 아저씨가 날 찾아다녀서.
승미 : (놀라) 아저씨?
S#33. 까페
음료수 마시며 얘기하고 있는 승미와 인영.
인영 :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우리 과사무실 찾아와서는 은성이 문제로 물어볼 게 있다고 내 연락처를 알려 달랬대.
승미 : (사색돼서) 그래서 알려줬대?
인영 : 나한테 전화 왔길래 일단 알려주지 말라고 했지. 근데 대체 난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승미 : 너 혹시 은성이한테 말했어?
인영 : 따질려고 전화했는데, 내 전화 안 받드라니까?
승미 : (얼른) 은성이한테는 아무 말 하지 마, 아마 은성이 아버지 빚 때문에 은성이 찾는 걸 거야.
인영 : (놀라) 빚? 그럼 빚쟁이가 날 찾아왔단 말야?
승미 : 그러니까 절대 니 전화번호 알려주지 말라고 해. 그랬다간 은성이만 곤란해져... 은성이도 모르는 게 편하니까 암말 말구.
인영 : 넌 이 와중에 은성이가 빚 독촉 받을까봐 걱정되니?
승미 : (미안한 듯, 늘 진심 반 상황 모면 반이다) 나하고 관계 알게 돼서 오빠 집에서도 나오게 됐으니까...
인영 : (승미 쪽 입장에서 어느 정도 설명 들은 상황) 그러니까 왜 남의 재산에 욕심을 내냐구. 자업자득이지 뭐.
승미 : 인영아, 혹시 너... 은성이 집 알아?
인영 : 은성이 집? 부암동?
승미 : 어, 거기 어딘지 알아?
인영 : 알지, 내가 가봤는데. 근데 왜?
승미 : (일단 사는 곳 알아두려는) 그냥 어떻게 사는지 한번 가보려구...
인영 : (기막힌) 진짜 너도 못 말리게 맘 약하구나?
S#34. 준세 레스토랑
테이블에 앉아서 혜리와 얘기하고 있는 형진. 혜리, 그래 한번 지껄여봐라... 보고 있다.
형진 : 그러니까 내 말은, 나는 준세 형 룸메이트, (손가락으로 혜리 가리키며) 거기는, (하는데)
혜리 : 거기는 내 가슴팍인데?
형진 : (헉! 얼른 손 거두면)
혜리 : 한글 못 읽나? (명찰 가리키며) 이혜리, 우리 아빠가 나 낳고 삼일밤낮을 고민하고 지어주신 이름이거든요?
형진 : 네 네 네, 혜리씨. 그러니까 내 말은 자주 볼 사이에 사이좋게, 친절하게, 뭐 그렇게 지내자는 얘기지. (하다) 죠.
과거는 싹 잊고, 솔직히 나 때문에 은성이가 준세 형 만났잖아요?
혜리 : 듣고 보니 그러네.
형진 : 그쵸? 그쵸? 그러니까 좀 끓는 물에 넣다 뺀 닭털 뽑듯 그만 뜯어대시라구요. 여기 오기 불편해 죽겠어요.
혜리 : (웃긴다) 쪼잔 한 줄만 알았드니 소심하기까지 하시네? 그 배포로 어떻게 부자 집 딸 꼬실 생각을 했을까.
형진 : 아 그거는 그냥, 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소박한 프로젝트였는데, 아 그 덕분에 은성이가 진성식품 후계자 됐었잖아요.
혜리 : (그 말에 더 심정 상하는) 됐었잖아요?
형진 : 쫓겨났다면서요.
혜리 : (어?) 당신 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 준세씨가 그런 얘기 할 사람은 아니고, (설마) 인영이?
형진 : (손으로 입 막으며) 모른 척 하랬는데.
혜리 : 아니 인영인 그걸 어떻게 알았지? (하다) 승미?
은성 : (들어오다 형진 보고 뚝 멈춰서는)
형진 : (은성 보고 벌떡 일어서는, 당황해) 으, 은성아...
혜리 : (일어서며) 엇다 선배 여자친구한테 은성이야?
형진 : 아 은성씨...
은성 : (이제는 별 유감도 없다. 담담한) 오랜만이에요.
형진 : 진짜 오랜만이다? (얼른 혜리 눈치보고) 오랜만이에요. (머쓱해서 머리만 긁적이며) 저기 그때는... 내가 좀... 미안했어요.
은성 : 덕분에 사람 공부 잘 했어요. 혜리야, 준세 오빠는?
혜리 : 안에. (은성 더 부담 주려는) 너하고 변호사 사무실 갈려고 동창회도 취소 하드라.
형진 : (변호사 사무실? 무슨 소리야... 보는)
은성 : (신경 쓰는 준세에게 또 미안해지는) ...
S#35. 변호사 사무실
보험금 관련 복사본 보는 변호사와 얘기하고 있는 은성. 준세, 옆에 앉아있다.
변호사 : 이분 보통 분 아니네... (은성 보며) 설마 이거, 고은성씨가 서류 다 해준 건 아니죠?
은성 : (펄쩍) 아니에요?
준세 : 선배님!
변호사 : 그 정도로 완벽하단 얘기야.
은성 : (걱정에) 그럼 재판해도 제가 이길 수 없는 거에요?
변호사 : 서류로만 보면 완벽하게 고은성씨 동의하에 보험금 수령한 거라서, 빚 갚았다는 증거까지 내놓으면 질수도 있어요.
준세 : 쉽지 않을 걸요. 차용증이야 가짜로 만들 수 있지만, 그 당시 계좌 이채나 송금 영수증까지 조작할 순 없잖아요.
변호사 : 넌 아주 확신을 갖고 있구나.
준세 : 그런 거 없이 선배님한테 부탁했을까 봐요?
은성 : (신경 써주는 준세 뭉클하게 보는)
변호사 : 해 봅시다, 소장 써서 진행할께요.
은성 : 저기 그런데요, 소송에서 이겨서 돈 받게 되면 드리겠지만... (봉투 내놓으며) 우선은 인지대 밖에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변호사 : (힐긋 준세 보는, 이미 준세에게 받았다)
준세 : (모른 척 괜히 서류 만지며) 당연히 이길 거니까, 이긴 다음에 받아요.
변호사 : 그럽시다.
은성 : (꾸벅) 감사합니다.
S#36. 술집 (저녁)
혼자 앉아서 백성희 기다리고 있는 박변, 약간 긴장한 얼굴로 시계 보는데 백성희, 들어온다.
(백성희, 전에 박변에게 보였던 수줍은 여자로서의 모습 대신 싸한 모습으로 박변 대합니다)
백성희 : 제가 좀 늦었나요?
박변 : (얼른 일어서며) 아닙니다, 제가 일찍 왔어요.
백성희 : (자기 비밀을 털어놓고 처음 만나는 자리다. 본연의 서늘한 눈빛으로 보는)
박변 : (그 눈빛에 약간 당황해 보는데)
백성희 : (앉으며, 순하게 미안한) 몇 번 전화 주셨는데 제가 안 받아서 언짢으셨죠?
박변 : (앉으며) 아닙니다, 제가 성희씨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전남편하고 사별하신 얘기 못한 죄로 벌어진 일이 너무 컸지 않습니까.
백성희 : (시선 내리깔고) 아뇨, 저 그렇게... 착한 여자 아니에요.
박변 : (멈칫 보면)
백성희 : (박변 똑바로 쳐다보는, 그 전과 다른 싸한 분위기) 박이사님이 알고 계시는 좋은 여자 아니에요, 저.
(자조적인) 좋은 여자, 착한 여자... 되고 싶었죠, 노력도 했었구요, 그런데 저한테는 기회를 안주더라구요?
박변 : (다른 분위기에 약간 당황해서 보면)
백성희 : 그래서 박 이사님 전화 안 받았어요. 저 이제... 남자 안 믿거든요. 아버지에 이어서 전남편 둘까지...
(씁쓸한 미소로) 겁나요, 이젠.
박변 : (무슨 말인지 알겠다. 도리어 짠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신 겁니까?
백성희 : 그보다 지금은, 제 인생 보다는... 저로 인해서 헝클어진 딸아이 인생이 더 중요해요, 급하기도 하고.
그래서 뵙자고 했어요.
박변 : 그게 무슨...
백성희 : (보다가) 아드님이... 은성이 좋아하는 거, 마음에 안 드시죠?
박변 : 이제는 더 그렇죠. 그 아이가 어떤 아인지 알았는데.
백성희 : (바로 툭 던지듯) 환이도 그 아이 좋아해요.
박변 : (놀라) 환이가요?
백성희 : 네, (괘씸하다는) 은성이한테 마음이 갔다 네요, 우리 승미를... 8년을 곁에 둔 환이가요.
박변 : (기막혀) 아니 그 아이는 대체,
백성희 :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혹시라도 장사장 친손자인 환이가, 장사장이 후계자로 삼고 싶은 은성이하고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진성식품을 대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박이사님 꿈은... 영원히 물 건너가죠.
박변 : (굳어서 보는)
백성희 : (단도직입적으로) 전, 두 가지를 원해요. 우리 승미가 환이를 잃지 않는 것과...
제 딸이 환이하고 결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력이요. 그럴려면... 은성이가 장사장 근처에서 없어져야 해요, 영원히.
박변 :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백성희 : 박이사님, 이대로 당하실 분은 아니잖아요.
박변 : (속 들키고 흠칫해서 보면)
백성희 : 진성식품이 장사장 손에서 떠나면, 장사장한테 은성이 가치도 없어지게 되겠죠. 그 원인이 은성이 때문이라면,
환이네 가족들 원망이 은성이한테 갈 거구요. 박이사님은... 원하는 진성을 가질 수 있구요.
박변 : 그러니까... (쉽게 입 밖으로 꺼낼 말 아니다. 갈등으로 백성희 보면)
백성희 : 박이사님이 가야 할 길과, 제 길이 같은 길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변 : (심각하게 백성희 보는)
S#37. 할머니 방 (저녁)
표집사에게서 보고 받고 있는 할머니.
표집사 : 고평중씨라고 건설업을 했던 것도 맞고, 가스 폭발 사고로 사망한 것도 맞습니다.
사망하던 날 이미 부도 맞은 상태였구요.
할머니 : 부도면 빚이 적진 않았겠구만.
표집사 : 예, 백여사님 말씀하신 대로 집이며 부동산 다 넘어갔고, 사채 형 개인 빚은 채권자들 불러서 빚잔치를 했다는데,
생명 보험금이 전액 빚 갚는데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일이 액수 내역까지 알아볼 수가 없어서요.
할머니 : 승미 엄마 말대로 아귀는 참 잘 맞는다, 그치? 환이 에미한테 빚 갚은 차용증까지 보여줬다니 말일세.
표집사 : (담담한) 차용증이야 채권자 만나 확인할 때 까지는 그저 종이조각이기도 합니다.
할머니 :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고... 그럼 대리점은 전남편 유산이다?
표집사 : 여사님 말씀으로는 승미양 아버지 유산이 넉넉해서, 재혼 전까지 그걸로 생활했다고 들으셨다면서요.
할머니 : 오래 전에 이 세상 떠난 사람이라 힘들겠지만, 승미 아버지에 대해서 좀 알아봐.
뭘 했었고, 남긴 재산이 얼마나 있었는지.
표집사 :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할머니 : 시간이 중요한 게 아냐. 섣불리 파헤치다가 누구도 다치면 안 되니까 조심스럽게 알아봐. 환이도, 은성이도 승미도...
어른들이 경솔해서 다치면 안 되네.
표집사 : 예, 어르신.
S#38. 환 방 (밤)
막 문 여는 환. 표집사, 들어온다.
표집사 : (목걸이 내밀며) 환아, 아무거나 찾았다.
환 : (보고 어? 놀라서 표집사 보면)
표집사 : (환이 했던 말 고대로 하는) 버릴 순 없는 거고 뭐 그런 거 찾았잖아?
환 : (머쓱해서 받으며) 아저씬 가끔 좀 얄미워.
표집사 : 왜, 니 속을 너무 잘 읽어서?
환 : 지금도!
표집사 : (살짝 웃으며) 니 어머니가 그러시드라, 귀신 아니냐고. (나가는)
환 : (반가운) 집에 있었네... (목걸이 보다 멈칫하는)
<프래쉬 컷- ‘은우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
환 : (갸웃하는)
S#39. 2호 점 외경 (다음날)
S#40. 매장 계단
은성, 출근 차림으로 계단 올라오는데 환, 유니폼 입고 팔짱 끼고 서있다.
승미와 정리하기 전에는 적극적으로 표현 할 수 없는 환이다.
환 : 출근이 늦냐?
은성 : (시선 외면하며 냉하게) 5분 전이거든요. (가려는데)
환 : 서 봐.
은성 : (멈칫, 돌아보면)
환 : (은성 목 보는, 자기가 준 목걸이 안했다)
은성 : (시선 의식하는, 얼른 손으로 목 가리면)
환 : 자! (목걸이 내미는)
은성 : (보고 놀라) 어? (얼른 받으며 밝아지는) 이거 찾았어요? 어디서 찾았어요? (감동으로 손에 쥐고 가슴에 대는)
환 : 목걸이 차별하지 마! 치사하게.
은성 : (귀에 안 들린다) 고마워요... 엄마가 주신 거라서, 정말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환 : (멈칫) 엄마가 주신 거야?
은성 : (끄덕이며)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서 주신 거에요... 우리 은우 잘 부탁한다면서, 미안하다면서... 사랑한다면서...
(목걸이하며) 엄마가 마지막 선물로 주신 거에요.
환 : (찡해서 보다가) 이거랑 똑같은 목걸이 한 애 봤어, 걔도 자폐라드라.
은성 : (놀라) 누군데요? 어디서 봤어요?
환 : 영석이라고 친구 사촌동생이야.
은성 : 진짜 사촌동생이에요?
환 : (짠한) 그래, 니 동생은 아냐. 걔는 영재야, 한영재.
은성 : (실망하는) 엄마가 맞춰주신 거라 흔한 건 아닐 텐데...
환 : 걔도 피아노 잘 쳐.
은성 : (눈물 어려) 피아노도 쳐요?
환 : 치기도 잘 치지만 좋아해. 피아노 없으면 못살 만큼.
은성 : 꼭 우리 은우 같다...
환 : (보다가) 보러 갈래?
은성 : (멈칫 보는, 갈등하다가 환과의 자리 피하는) 아뇨, 됐어요. (올라가는)
S#41. 2 호점 매장
점심시간이라 정신없이 바쁜 매장. 점장, 카운터에서 전화 받고 있다.
점장 : (약간 난감한 표정이지만 미소로 끄덕이는) 예, 알겠습니다. (끊는, 둘러 보고) 선우환씨.
환 : (빈 테이블 치우다가 오는) 예, 점장님.
점장 : 한 그릇 배달이 들어왔는데, 배달 직원들 다 나가있으니까 선우환씨가 좀 갔다 와요.
환 : (황당한) 한 그릇 배달이요? 배달은 2인분이 기본이잖아요.
점장 : 아는데, 전화하신 분이 아주 연로한 분이에요. 갖다 드립시다.
환 : 그렇다고 1인분 배달을 해요? 차 기름 값도 안 나오겠네.
은성 : (듣다가 다가오는) 어딘데요? 제가 갔다올께요.
환 : (얼른) 됐어, 내가 가.
점장 : 어차피 차로 못 갑니다. 자전거 타고 가는 게 빨라요.
환 : (영문 몰라 보는) 어디길래요?
S#42. 동네 골목길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 환, 설렁탕 한 그릇 담은 매장 쇼핑백 들고 걸어온다.
환 : 고은성 동네 보다 더하네... (더운 듯 땀 닦으며 걸어가는)
S#43. 지하방 앞
반 지하 문 앞에 와서 서는 환, 주소 적힌 쪽지와 문 옆에 달린 주소 확인한다.
환 : (문 두드리며) 설렁탕 배달 왔습니다-
할아버지 : (안에서) 문 열렸소-
환 : (문 열고 들어가는)
S#44. 지하방
겨우 몸 움직일만한 작은 재래식 부엌에 방 하나 딸린 구조.
방문 열려져 있고 8순의 할머니, 병색 짙은 얼굴로 누워 있고 또래 할아버지, 문가에 앉아있다.
들어오다 코에 먼저 들어오는 악취에 자기도 모르게 찡그리며 멈칫 서는 환, 뒤이어 처음 보는 환경에 놀라서 둘러보는데...
할아버지 : 임자, 설렁탕 왔네...
환 : (그제야 할아버지 보다가 방 안에 누워있는 할머니 보는)
할아버지 : (미안한) 한 그릇만 시켜서 미안허네...
환 : 괜찮습니다... (배달 쇼핑백 내미는) 여기요. (방 안쪽에 놓아주는)
할아버지 :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었다가 편 천 원짜리 다섯 장 세며) 우리 마누라가 먹고 잡다는디...
(하다) 한 놈이 어디로 갔나... (장판 열어서 천 원 한 장 더 꺼내 여섯 장 내미는) 여깄소.
환 : (할아버지 전 재산 같은 6천원 받는데 죽을 맛이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 (웃으며) 임자, 일어나 봐.
환 : 맛있게 드세요... (돌아서는데)
할아버지 : 젊은 양반.
환 : (다시 돌아보면)
할아버지 : (주머니에서 포장지에 달라붙은 사탕 두 개 내밀며) 오니라고 애썼는디... 가면서 빨아 묵어.
환 : (당황해) 괜찮아요, 할아버지. 할머니 드리세요.
할아버지 : (몸 일으켜 환 손에 쥐어주며) 한 그릇 들고 여꺼정 와줬는디...
S#45. 문간방 앞
나오는 환,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치밀어 오르면서 울컥한다. 손에 놓인 사탕 두 개 보는 환, 방 쪽 쳐다본다.
S#46. 2호 점 매장
맘 안 좋은 얼굴로 들어오는 환.
은성, 점장과 카운터에서 컴퓨터 보면서 얘기하고 있다.
환 : 여기요. (천 원짜리 여섯 장 내미는)
점장 : 수고했어요. 근데 표정이 왜 그 모양입니까?
환 : 아닙니다.
점장 : 한 그릇 배달이 그렇게 귀찮았어요?
환 : 저 쉬는 시간 씁니다! (나가는)
은성, 점장 : (왜 저래? 보는)
S#47. 옥상
걸어오는 환, 의자로 가서 벌렁 눕는다.
<1회 37씬에서>
환 : (끄떡없이) 얼마라구?
웨이터 : 390만원입니다.
환 : (지갑 속 달러 전부 꺼내들며) 달러 받지?
<22회 44씬에서 ‘6천원 겨우 맞춰서 주던 할아버지’>
환 : 아... 뭐 이래... (주머니에서 사탕 꺼내는, 하나 까서 입안에 넣는다)
S#48. 환 집 거실
2층 계단 난간 정도 마른걸레질하고 있는 영란. 표집사, 주방 쪽에서 양복 차림으로 다가온다.
표집사 : 여사님.
영란 : (돌아보다 차림새에 놀라) 어머. (평소와 다른 모습 쫙 훑어보는)
표집사 : 저 외출합니다.
영란 : 외출? (약간 신경 쓰여서) 어디?
표집사 : 어디 갑니다.
영란 : (괜히 기분 나쁜) 아니 갈 거면 가지 왜 나한테 보고는 하고 간대?
표집사 : 저녁까지 못 들어오니까 오늘 저녁 밥 찌개 반찬 준비하시라는 말씀 드리러 온 겁니다.
영란 : (놀라) 내가? 혼자?
표집사 : 한 달에 네 번은, 쉴 권리가 있습니다, 저한테도.
영란 : 여태는 안 쉬었잖아.
표집사 : 오늘은 쉴 겁니다.
영란 : 그럼 찌개 뭐 할 건지, 메뉴라도 말해 주고 가지.
표집사 : 간단한 걸로... 된장찌개 끓이시구요, 두부 지져서 간장양념 올리시고, 생선 구우시고,
나머진 있는 반찬 올리시면 됩니다.
영란 : (외우는) 된장찌개, 두부 지져서 간장 양념에 생선? 별거 아니네? (하고 보면 표집사 벌써 나가고 없다)
아니 나이든 여자 만나는 게 저렇게 좋아?
S#49. 매장
감격스런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점장. 은성과 수재, 궁금한 얼굴로 옆에 서있다.
점장 : 아 예, 저희로 결정 났습니까? (잠시, 웃으며) 예, 감사합니다! (잠시, 듣다 가) 예,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수재 : (울듯 좋아서) 우리가 됐나 봐요...
은성 : 어뜩해, 그런가봐...
점장 : (끊으며) 크루즈 입찰 성공입니다.
수재 : 근데 이 형님은 어디 갔어요? 말해 줘야 되는데!
은성 : (자기도 모르게) 내가 말해줄께요. (후다닥 뛰어 나가는)
S#50. 옥상
뛰어올라오는 은성. 환, 여전히 의자에 누워있는데...
은성 : 저기요! 우리 입찰 땄대요!
환 : (벌떡 일어서는) 뭐?
은성 : (달려와서) 크루즈 입찰 성공 했대요!
환 : 했대?
은성 : 했대요!
환 : 와!- (하며 자기도 모르게 은성 손잡고 뛰는)
은성 : (같이 손 잡고 웃으며 깡총 깡총 뛰며) 어뜩해 어뜩해-
둘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격으로 끌어안는)
은성 : (먼저 정신 드는, 어? 굳어지는)
환 : (은성을 안고 있다. 멈칫하는)
은성 : (떨어지려면)
환 : 잠깐만.
은성 : (굳어진 채 그대로 있는)
환 : ...고생했다.
은성 : (울컥했다가 밀어내며) 그쪽도 고생했어요.
환 : (은성 보는)
<20회 32씬에서>
은성 : 할머니가 약속했던 두 달 일은 하라고 하셔서 왔어요.
환 : (현재) 우리 이제... 20프로 달성한 거지?
은성 : (끄덕이며) 그렇게 됐네요... (이제는 끝이다... 흔들려서 환 보는)
S#51. 사장실
점장에게 전화로 소식 듣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 : (반색하는) 크루즈 입찰 성공했다구?
점장(휠) : 예, 사장님. 다 사장님 덕분입니다.
할머니 : 이 놈아 그게 왜 내 덕분이야?... (잠시, 하하 웃으며) 그래, 고맙다, 이준형이! 우리 애들도 좋아하지?...
(웃으며) 그래, 알았어. (끊는, 감격스런, 웃으며) 성공했다구? 성공했어?
S#52. 박변 이사실
놀란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박변.
박변 : 우리 진성으로 입찰이 떨어졌다구?...
박(휠) : 아이디어에서 밀렸습니다. 동해시 향토 음식 아이디어요!
박변 : (충격으로 확 굳어지는)
S#53. 사장실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는 할머니와 박변.
박변 : (화난) 사장님 의도가 뭡니까? 저도 속이고 입찰 성공 위해서 그렇게 애쓰신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할머니 : 우리 회사가 입찰 따내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
박변 : 새제안서로 바꾸면서 중간 결재 과정 생략하고 단독 결재까지 해주셨어요.
할머니 : (여유) 그깟 일도 하나 처리 못해? 사장이?
박변 : (보다가) 이번 입찰 성공으로 사장님 유언 조건이 달성된 건 아시죠?
할머니 : 알지.
박변 : (단호한) 그럼 지금 당장 유언장 취소 해 주십시오.
할머니 : (웃으며) 내 유언장에 왜 그리 관심이 많아?
박변 : 사장님께 의도적으로 접근한 아입니다!
할머니 : (냉정한) 그건 내가 판단 해.
박변 : 대체 왜 유언장 취소를 안 하시는 겁니까?
할머니 : (천연덕) 대안 생각 중이야.
박변 : 사장님, 설마... 유언장 취소하실 생각이 없으신 건 아니죠?
할머니 : 대안 생각 중이라고 했잖아.
박변 : 정말 왜 이러세요? 사장님 유언장 때문에 이사들 반발이 얼마나 큰지 아십니까?
그동안은 제가 설득했지만, 이제는 저도 용납 못하겠습니다.
할머니 : (감히? 확 오르는) 용납을 못해? 야, 박태수! 너 지금 용납이라고 했냐?
박변 : (언성 높이는) 이러실 순 없는 겁니다! 회사가 장난입니까?
할머니 : (책상 탁 치고 일어서는) 니가 무슨 상관이야!
박변 : (멈칫하면)
할머니 : (버럭) 내가 내일 당장 죽어? 왜 채근이야? (의미있는, 불호령 내리듯) 자격 없는 인간한테 이 회사 맡길까봐?
웃기는 소리 말라고 해!
박변 : (너무 흥분했다, 얼른 누르고) 도대체 왜 그 아일 내치지 않으세요? 파렴치 한 아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다 나왔는데요!
할머니 : (여유 있게) 곧 알아서 정리할 거야, 진정하고 기다려.
S#54. 증권사 상담실
증권사 직원과 마주 앉아있는 백성희.
직원 : 혹시 관심 갖고 있던 종목이 있으세요?
백성희 : 살림만 하다 보니까 익숙한 식품회사나 가전제품 회사? 뭐 그런데요.
직원 : 그럼... (모니터 보는데)
백성희 : (슬쩍) 요즘 진성식품 주가는 어때요?
직원 : 아 진성이요? 진성도 괜찮습니다, 사모님. 크게 사업 확장을 안 하는 대신,
백성희 : (말도 안 된다는) 진성식품이요? 아니 지금 그 회사가 얼마나 우습게 됐는데 그런 델 추천하세요?
직원 : 우습게 되다뇨?
백성희 : 진성식품 사장이, 오다가다 만난 애한테 경영권을 넘겨주기로 했다잖아요.
직원 : (놀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백성희 : 주가 떨어질 까봐 이사진들 난리 났다는데, 주가 아직 안 떨어졌어요?
S#55. 점장실
앉아있는 넷.
점장 : 사장님이 왜 2호 점에 가서 매출 20프로를 올려달라고 하셨는지 난 솔직히 이유는 모르지만,
두 달도 안돼서 사장님 뜻을 이뤘다는 게 감사할 뿐이에요.
은성, 환 : (서로 쳐다보는)
점장 : 그래서 오늘만큼은 내가 축하주 한잔 사고 싶은데, 점장 퇴근시간까지 기다려 준다면.
수재 : 당연히 기다려야죠!
점장 : 두 사람은 괜찮겠어요?
은성 : (웃으며) 그럼요?
환 : 친구가 하는 바 있는데 그리로 가도 됩니까?
점장 : 기다려 준다는데 어딘들 못 가겠어요? 그럼 두 사람, 둘이 놀던가, 각자 시간 보내던가 하다가 와요.
은성, 환 : (서로 쳐다보는)
S#56. 옥상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있는 환과 은성.
은성, 다이어리 정리하고 있고 환, 바지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착잡한 얼굴로 보고 있다.
은성 : (다이어리 두 장 정도 뜯어서 내밀며) 내가 따로 맡아서 미팅하고 접촉했던 곳들이에요.
별표 친 곳은 거의 납품 가능한 곳이구요, 동그라미는 가능성, 세모는 좀 부정적인 곳이에요.
환 : 이걸 왜 나한테 줘?
은성 : 난 이제 여기 일 안할 거니까, 할머니하고 2호 점 매출 20프로 올리는 일 까지만 하기로 했잖아요.
환 : (덜컥해서)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데?
은성 : (보며) 20프로 달성했으니까... 내일 할머니 찾아 뵈야죠, 인사드리고, 드릴 말씀 드리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럼 끝이에요.
환 : 승미네하고... 다시 얘길 해 보면 어때?
은성 : (뚝 굳어서 보면)
환 : 너도 그렇고 승미도 그렇고, 서로 잘못 알거나 착각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 얘기해서 오해도 풀고,
은성 : (말 자르며) 승미하고 난, 더 이상 할 얘기 없어요.
환 : (그럴 리는 없다는) 승미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거야?
은성 : 말이라는 게, 얼마나 웃기고 허무한 건줄 알아요? 그날 봤잖아요.
환 : (앉으며 답답하다는) 그렇게 참지 말고, 니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해봐.
은성 : 내가 다 아니라고 해도, 그쪽은 내 말 다 믿을 수 없을 거에요. 승미를 알고 지낸 세월이 있으니까.
환 : (맞는 말이다. 멈칫하면)
은성 : (당한 게 많아서 아픈) 나도 이제는, 누가 하는 말 갖고는 그 사람 안 믿어요... 못 믿어요.
환 : (안타까운) 그럼 이대로 그냥 가버리면 끝이라는 거야?
은성 : 아뇨, 할머니한테 오해 풀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다시 찾아올 거에요. (다짐하듯) 그때까지는... 진성은 다시 안 와요.
환 : (쿵... 해서 보는)
S#57. 환 집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 온통 야채들 늘어져있고 된장찌개용으로 썰고 남은 야채들 등 어지럽게 널려있고...
식탁에 된장찌개, 두부부침, 콩나물, 생선구이와 기본적인 밑반찬 차려져있다.
땀 뻘뻘 흘리고 요리한 듯 상기 된 얼굴로 밥 푸고 있는 영란.
정, 옆에서 앞치마 입고 밥 식탁에 갖다 놓고 있다.
할머니 : (들어오는) 다 됐냐? (앉고)
영란 : (헉헉 대며) 네.
표집사 : (들어오는) 다녀왔습니다, 어르신.
할머니 : 마침 자네도 잘 왔네, 얼른 앉아 먹자.
표집사 : 예. (앉는) 보고는 저녁 드신 후고 드리겠습니다. (영란 보며) 잘 먹겠습니다.
할머니 : (수저 들며) 그러니까 오늘이, 오영란이가 오십년 만에 혼자 저녁 지은 날이지?
정 : (앉으며) 할머니, 수저랑 젓가락 놓고 밥 갖다놓고 이거는 내가 했어. 아참, 반찬도 담았어.
영란 : (앉으며 주눅 들어) 맛은 자신 없어요... 제가 이거 다 만들었다는 게 기적이에요.
할머니 : (빙긋 웃으며 찌개 한 숟가락 떠먹는, 뚝 멈추는)
표집사 : (뒤이어 떠먹는, 역시 놀란 듯 영란 보고)
영란 : (찡그리며) 짜요?
할머니 : 이거 혹시 성철이가 만들어 놓고 나간 거 아냐?
정 : 할머니 그 정도야? (떠먹는) 진짜 맛있네?
영란 : (너무 좋은) 어머니, 정말 맛있어요? 이거 콩나물도 제가 무친 거에요.
할머니 : (콩나물 먹는, 울컥하는)
영란 : 콩나물은 쫌 아니죠?
할머니 : 아니다, 아주 맛있어. 이제 보니 에미가 손맛이 있었구나? (안도감에 눈물 어려) 고생했다, 애썼어.
영란 : (멋쩍은) 어머니, 뭐 이런 걸로 감격을 하고 그러세요?
표집사 : (뿌듯하게 영란 보는, 역시 감동이다. 눈 껌뻑대는)
정 : 진짜 맛있어, 엄마. 그럼 나도 엄마 딸이니까 손맛 좀 있겠는데? (잘 먹는)
영란 : 그래? 아후... 세 시간 들인 보람 있다... (너무 뿌듯해서 어쩔 줄 모르는)
할머니 : (머리에 두통 오는 듯 찡그리는)
S#58. 환 집 거실 (저녁)
커피 잔 한잔씩 들고 소파로 오는 영란과 정.
영란 : (앉으며) 아우 아우 다리야... (하면서도 웃고)
정 : 엄마 다리 아프다면서 왜 웃어?
영란 : 발바닥은 또 불났는데, 다들 잘 먹으니까 기분 좋아서.
정 : 엄마는 이제 살길 찾았고, 엄마 나두 이제, 내 살길 찾아야겠어.
영란 : 니 살길이라니?
정 : (조금 철들었다) 언제까지 준세 오빠 가게에서 알바하면서 8십 몇 만원 받고 살순 없잖아.
할머니 돌아가시기만 기다리면서 살수도 없구.
영란 : (펄쩍) 할머니 돌아가시기 기다리면 안 되지!
정 : (펄쩍) 내가 언제 할머니 돌아가시기 기다린대? 엄마 나 그런 말종은 아냐!
영란 : 갑자기 니가 너답지 않은 말을 하니까 그렇지. 그럼 뭐 취직이라도 한다는 거야?
정 : 제대로 된데 해야지.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진 우리한테 돈 안줄게 분명한데 (별 생각 없이) 이러다 할머니 20년 더 사셔 봐,
내 나이가, (하다) 으악- 마흔 다섯이야 엄마?
영란 : (계산하다 더 허걱 하는) 어머머 난 그럼 일흔이야?
둘 : (동시에, 징그럽다는 듯) 으아아-
영란 : 설마 할머니가 20년을 더 사시겠니?
정 : 난 30년도 가능하다고 봐. 그럼 난 쉰다섯 이야.
영란 : 쉰다섯까지 혼자 살아? 결혼할 거잖아.
정 : (시무룩한) 그게 뜻대로 안 된다는 거 이번에 알았잖아...
그리고 오빠네서 일하면서 보니까 요새 남자들, 능력 없는 여자 안 좋아하드라.
영란 : 어머머머?
정 : 암튼, 이제 할머니 믿고 사는 시절은 끝났어, 내 살길 찾아야 돼.
S#59. 할머니 방 (저녁)
머리가 쪼이고 깨질 듯한 두통으로 웅크리며 신음하고 있는 할머니.
표집사 : (찻잔 쟁반 들고 들어오다 놀라서 서는) 어르신? (얼른 다가가서) 어르신, 왜 이러세요? 어디 편찮으세요?
할머니 : (고통으로 떨리는) 서, 성철아... 머리가, (비명처럼) 아이구!... (머리 잡고 뒹구는)
표집사 : (기겁해) 어르신!
S#60. 영석 바 (밤)
들어오는 넷. 은우는 안 보인다.
영석 : 어서 오세요- (하다 환 보고) 오늘도 우리 조카랑 놀려고 왔냐?
환 : 오늘은 회식이다!
영석 : (반색하는) 정말? (뒤이어 들어오는 일행보고 반가운) 안녕하세요?
환 : 우리 점장님, 주인님, 아니 주임님, 한수재.
셋 : (적당히 영석과 인사하고)
환 : 피아노 가까운 데로 앉게 해줘.
영석 : (자리 안내하며) 일루 앉으세요.
셋 : (자리에 앉는)
환 : 근데 우리의 리틀 피아니스트는 어디 계시냐?
영석 : 좀 전에 들어가셨다.
환 : 벌써? 왜?
영석 : 몰라, 급해요, 급해, 그러면서 들어갔어.
환 : (은성에게) 기다려, 데리고 나올게. (안으로)
은성 : (둘러보다 피아노 보는)
S#61. 영석 방 (밤)
들어오는 환. 은우, 노트에 작곡하고 있다.
환 : 어이 한 영재!
은우 : (기척도 없고)
환 : (들여다보고) 자식,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서 피아노 앞을 떠나셨구만. 어이, 피아노!
은우 : (돌아보면)
환 : 나가서 피아노 좀 쳐라.
은우 : 지금은 이거 해야 되는 거야...
환 : 임마, 형이 좋아하는 그 여자 왔단 말야, 스파이!
은우 : (스파이란 말에 반짝해서) 스파이.
환 : 그래, (피아노 어감으로) 스,파,이.
S#62. 영석 바 (밤)
피아노 옆에서 은우 생각하듯 건반 손으로 쓸어보고 있는 은성, 궁금한 듯 내실 쪽 쳐다본다.
S#63. 영석 방 (밤)
은우 달래고 있는 환.
환 : 스파이도 피아노 되게 좋아해. 야 그리고 형이 여기까지 너 보여준다고 데려왔는데, 니가 안 나가면 내가 뭐가 되냐?
은우 : (싫은 듯 찌푸리면)
환 : (잡아 일으키며) 가자, 어? 피아노 치면, 너 맛있는 거 사주께.
은우 : 쪼코우유가 맛있는 거야.
환 : (손잡아 일으키며) 그래, 쪼코우유! 쪼코우유 사러 가자.
은우 : (끌려 일어서는)
환 : (은우 등 떠밀며) 자- 가자! (핸드폰 울린다) 잠깐? (보면 ‘엄마’ 떠있다. 받는) 엄마 왜? 나 바쁜데.
영란(휠) : (울며) 환아, 클났어! 할머니 쓰러지셨어.
환 : (놀라) 뭐?
S#64. 수술실 앞 (밤)
수술대에 실려서 수술실로 들어가는 할머니에서 엔딩.
<22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