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1박2일간 집사람과 둘이서 서산과 태안 일대를 돌며 크리스마스 여행을 다녀왔다.
전혀 낯선 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생활의 공간을 이용해 소박하게 하지만 의미있게~
집에 돌아온 뒤에 말리를 데리고 전주천으로 내려가 녀석의 산책을 시켜준다.
이편한세상을 거쳐 홍산교 건넌 뒤 문학대공원엘 다녀오는 계획인데 혹한용 파커에 이중구조의 바람막이 하의를 입은 채 핸드폰까지 들고 있기 때문에 그저 속보로 걸어서~
그런데 이편한세상 정자를 앞둔 무렵에 뒤에서 달려온 날렵한 주자가 나를 지나치며 인사를 건낸다.
낯이 익은 분이고 복장도 신발도 런닝을 위해 준비해 나온 것 같은데 계속 달려서 나아가지 않고 되돌아 오며 박수를 친다?
오호라~ 강아지랑 함께 달리고 있구나!
뒤를 돌아보니 말리녀석 근처에서 푸들이 더이상 오지를 못하고 멈칫거리고 있다.
주인을 따라서 달리다가 말리랑 나를 본 뒤 경계를 하느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나보다.
그래서 말리에게 아저씨를 따라서 뛰라고 외친 뒤 나도 그 뒤를 따라서 얼떨결에 달리기 시작.
푸들은 그 뒤를 따라 눈치를 보며 따라오고...
백제교를 지날 무렵부터 견주 주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달리게 되었는데 군산 지엠대우자동차에 다니는 분이고 예전에 전주마라톤대회에서 서브3를 했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주력을 갖췄는데 요즘 몇년간은 예전만큼 훈련을 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동네달리기 정도로 소일을 하고 있단다.
푸들은 4살인데 보통 10~15Km까지는 무난히 함께 달릴 정도로 주력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집 말리가 이래저래 해서 '상에 이런일이'까지 출연했다고 해도 초반에는 크게 동감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우리개가 이정도로 뛰는데 다른개를 쉽게 인정할 리가 없을 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리의 주력이 그냥 포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감탄의 단계까지...
그간 허리와 옆구리 부상으로 런닝은 커녕 평상생활 조차도 제약을 받고 있었는데 그저 산책을 하러 나왔다가 개님들 덕분에 본격적인 런닝을 하게 되었고 그것도 꼬박 10Km를 채웠다.
삼천보 부근의 5Km지점까지 갔다가 반환해서 돌아오는데 오는길엔 속도를 5분 페이스 안쪽까지 올라간다.
그 정도에서 말리는 자기일을 보면서 아주 가볍게 달리는데 반해 푸들은 한참 뒤떨어진채 힘겹게 속도를 맞춰오다가 지나가던 사람들 중 여자나 노약자만 만나면 애꿎게 화풀이를 한다.
아마도 심기가 몹시도 불편한 눈치.
그도 그럴것이 주인장이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귀 같은 말티즈랑 신나게 앞서 달리고 있고 그 녀석을 칭송 하고 있으니...
효자교 부근에서 오른쪽 신발끈이 풀어진 것이 느껴지지만 분위기를 깰 수가 없어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편한세상까지 죽~
그나저나 아직도 허리의 부상은 진행형이고 불편함도 남아 있지만 평지에서 이런 정도의 런닝은 견뎌낼 수준까지 회복이 되었다는 것이 검증되어서 다행이다.
이편한세상에서 휴먼빌 앞의 화강암 징검다리까지 걷고 도로를 건넌 뒤 푸들네는 영무 예다음으로 우리는 휴먼빌로 각각 들어간다.
훗날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