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근의 ‘의술의 독점을 나무라며’*
ㅍ전에 판사(고려 때 사헌부 8품 벼슬)를 지낸 김공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 박천에 부임하였을 때 나를 따라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어찌하여 독충에 물려서 1년이 넘도록 낫지 않았습니다. 목구멍은 부ㅍ어서 바늘구멍만큼 좁아지고, 배는 북통처럼 부풀어 올라 서 먹고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루는 하도 답답한 나머지 도움을 청하고자 나에게 겨우 기어왔는데 숨이 곧 넘어갈 듯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딱하고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먹고 싶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소주’는 가슴 속의 답답한 채기를 내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소주 한 잔을 마셔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선뜻 마시기를 사양하였습니다. 나는 거듭 억지로 권하여 연거푸 두 잔을 마셔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 사람은 곧 취하여 밖으로 기어나가더니 아주 심하게 구역질을 하였습니다. 나는 혹시나 그가 어떻게 될까 염려가 되어서 사람은 내보내어 그를 보살펴 주도록 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조금 뒤에 돌아와서 ‘고기 주머니를 토했는데 헤쳐보니 모두 죽어 있는 기생충 덩어리였습니다.’라고 고하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 그 사람은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또 우리집안의 종 하나가 갑자기 중풍에 걸렸습니다. 밖에 나와 있어야 할 생식기가 모두 뱃속으로 들어가 없어지고, 입술과 손발이 시꺼멓게 변했습닏. 그 또한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딱히 치료할 방법을 몰랐습니다. 이치를 따져 보아 기운을 밑으로 끌어내리면 거기에 따라서 생식기가 밖으로 밀려 나올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소금물에 아주까리 씨를 담궈놓았다가 그 물을 말구유통에 가득 채웠습니다. 아픈 사람을 그 속에 들어가 누워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다행스럽게도 한참 뒤에 생 식기가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더운 물을 더 붓고, 계속 누워있도록 하였습니다. 드디어 생식기가 다 나오고, 병도 크게 호전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한 처방은 이전에 어디서 들은 것이 아니고, 다만 내가 여러 가지를 헤아려서 해 본 것입니다. 요행히 들어맞았던 것입니다. 이 방법은 매우 쉽고 또 효과가 빨라 모든 사람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자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글로 써서 알리는 것이 더 널리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 오래 전재질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감히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김공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의술이란 결국 의견으로 하는 것입니다. 어떤 병세를 살펴보고 그것이 암시하는 요점을 헤아려서 약을 먹어야 치료가 될 것입니다. 어찌 옛날의 처방에만 매여서 되겠습니까. 그러니 공의 의술이 참으로 밝다고 하겠습니다.
내가 듣건데 요즈음에 고기를 먹고 급체한 사람들을 잘 치료하는 사람이 그 처방을 멈추고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말을 치료하는 사람도 그렇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 방술을 신비하게 만들어 그 이익을 독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속이 좁고 한심하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공은 사람을 사랑하고, 구제하려는 마음이 참으로 간절하고 지극하기 때문에 병의 증세에 따라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처방하여 위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또 그 처방을 널리 알리고 오래 전해질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공의 넓 은 마음과 두터운 음덕을 쉽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기꺼이 이것을 써서 널리 전한다.
-김공경험설 金公經驗說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