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 2018-04-26 산재사망 노동자 앞서 나가니, 산 노동자 따르라

[이마트노동조합]

산재사망 노동자 앞서 나가니, 산 노동자 따르라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민주노총 결의대회

민주노총, 4월 25일 결의대회 열고

하청 산재사망 원청 책임 강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과로사·과로자살 실태조사, 대책 마련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 폐기 요구

민주노총이 '세계 산재마상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4.28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어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이 잇따르는 재벌과 대기업의 행태를 고발하고,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일하다 죽었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대형마트에서, 초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다, 배를 건조하다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편지를 배달하다 죽었다. 너무 오래 일했거나, 머리 위로 무엇이 떨어져 내렸거나 혹은 발밑이 무너졌거나, 곧 숨이 멎어올 것 같은데도 아무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자신이 아무리 조심해도 피할 도리가 없고, 누구나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죽음은 가혹하고 억울하다.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둔 4월 25일, 민주노총은 광화문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산재사망 노동자의 넋을 기렸다.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한 일을 떠넘기고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원청, 곧 위험의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재벌에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뜻을 모았다.

매년 노동자 2,400여 명 산재 사망

그 중 상당수는 하청 노동자

노동자의 대표인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것을 멈출 책임이 있다. 동료의 애꿎은 죽음을 기리기 위해 모인 1,200여 명의 노동자들에게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말했다. “자괴감이 든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OECD 산재사망 1위 국가가 한국이다. 올해로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이 30주년이다. 1988년과 비교해 나아진 점이 없다. 이제는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건설현장과 더불어 다단계 하도급이 가장 빈번한 곳이 조선 현장이다. 일터의 위험은 다단계 하도급 사슬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옅어진다. 최근 5년간 11개 조선사업장 산재 사망자의 87%가 하청 노동자였다. “곧 노동절이다. 작년 노동절에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로 여섯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삼성중공업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지적되었지만 사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고 신호수만 구속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매일 일곱 명 씩 죽어나가는 전쟁터 같은 일터를 반드시 바꾸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해물질이 영업비밀?’

산재노동자 두 번 죽이는 삼성 규탄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무대 위로 올랐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딸 황유미씨를 2007년에 백혈병으로 잃은 황상기 씨는 최근 황망한 소식을 들었다. 삼성은 법원, 행정심판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민권익위원회를 동원해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막았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난치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피해 입증을 위해 꼭 필요한 자료였다. 황상기 씨는 “산자부, 국민권익위, 노동부는 이 나라, 국민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삼성만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 자들 두고서는 국민과 노동자들이 살아갈 수 없다.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고 외쳤다.

이한솔 한빛미디어인권센터 대표는 방송 현장에서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부리고 싶지 않아 괴로워하다 숨진 형 이한빛 PD를 대신해 말했다. “방송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한줄기의 빛이 되기 위해 ‘한빛미디어인권센터’를 만들었다. 카메라 뒤의 사람 역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현장을 개선하려는 방송 노동자들에게 회사와 관리자는 말한다. ‘당신들이 무슨 노동자냐,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도 노동자로 존중받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하루빨리 방송업계 종사자가 방송국과 제작사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임을 인정하라.”

“전태일 열사께서 하루 8시간 노동을 보장하라,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돌아가셨고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존 러스킨은 노동자의 휴식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시간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자가 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과로사 OUT 대책위의 송경용 신부는 전태일과 19세기 사회비평가의 말을 인용하며 바뀌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다.

노동조합을 만드니 필수유지업무라며 파업권을 앗아갔다가, 정부 시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해달라고 요구하니 국민의 생명안전과는 관련이 없다며 전환에서 제외당한 사람들이 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최규철 공공운수노조 한전산업개발지부 태안화력지회장은 “5년간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의 90%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어났다. 차별도 서러운데 안전하게 일할 권리도 박탈당하고 정규직 전환에서도 제외되었다.”라고 말했다.

매일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서는 건설 노동자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구조조정, 노동안전 문제 해결 위해 농성”

건설노동자들은 한해 500~600명씩 죽는다. 90% 이상이 하청 노동자다. 지난 3월 2일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현장에서 세 명의 건설노동자가 떨어져 죽고 한 명은 깔려서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이어 인천 송도 현장에서도, 부산 산성터널 현장에서도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20일 사이 7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강은수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 교육선전부장은 “살인기업은 작은 업체가 아니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기업들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의 천국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죽어도 원청의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난다. 이해할 수 없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고 시공사 원청의 산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동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월 9일부터 전국 금속노조 지역지부와 함께 농성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며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 위원장 지시가 없는 한 농성을 접지 않는다. 구조조정에 (정부가) 책임있는 결론 내리고 산업안전 제도 개선할 때까지, 내 삶을 바꾸고 우리 사회를 바꾸는 2018년 투쟁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결의문 낭독을 마지막으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공원에서의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종로거리로 나가 행진을 시작했다. 황상기 씨를 비롯한 반올림 활동가들과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방진복을 입고 대오의 선두에 섰다. 하루 치의 일당을 포기하고 결의대회에 나온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다른 조합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광화문 광장에서 명동 신세계 백화점까지 행진하며

조선하청, 자치단체 비정규직, 제빵 노동자 현실 전해

‘신세계 이마트에 노동자 사망 책임 묻겠다’

본대회를 마친 뒤 집회 대오는 광화문 광장에서 명동 신세계 이마트 본점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노동안전 현실을 알렸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행진을 멈춘 대오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현장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실태를 폭로하며 고용노동부의 적극적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김성환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안전 실태를 보고했다. 2017년 말에 환경미화원 노동자 두 명이 사고로 죽었고, 올해 초에는 고양시 환경미화원이 바람에 날려온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재활용품 선별장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이고, 하수도 청소를 하다 질식사한 노동자도 있다. 김성환 위원장은 “일하다 다쳐도 사장 눈치보느라 산재 신청조차 하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노동자와 얼굴을 맞대고 그 요구가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약식집회를 마친 행진 대오는 3월 말 두 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숨진 신세계 이마트를 규탄하기 위해 명동 신세계 백화점으로 향해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서양호 화학섬유연맹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트지회 노안부장은 휴식조차 하기 어려웠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모인 제빵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대체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깁스를 하고 나와 일하던 사람도 있고, 임신 중에 하혈하면서 일하던 사람도 있다. 본사는 기다리라는 말, 참으라는 말만 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현실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산재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던 노동자들이 이제 몸을 갉아먹는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대형마트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21살 청년노동자는 무빙워크 수리 중 사망했고, 두 딸을 둔 계산원 노동자는 계산대에서 숨졌다. 청년노동자가 죽은 다음 이마트는 우리는 사전 안전교육을 했고 서명도 되어 있다고 했다. 오늘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안전교육도 없었고 서명은 위조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신세계, 이마트 원청의 단 한명도 처벌받지 않는다. 두 노동자의 죽음에 정용진이 책임지고 답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결의합시다. 산재사망 OECD 1위 오명 벗어내고 기업살인법 제정해 2018년을 전환점으로 만들어냅시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힘차게 투쟁합시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을 끝으로 집회는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위험의 외주화에서 비롯된 산재사고를 상징하는 대형 현수막을 찢으며 결의를 다졌다. 집회 대오가 떠난 명동 신세계 백화점 앞에는 숨진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손피켓이 군데군데 걸렸다.

건설노동자들이 산재사망한 노동자의 얼굴없는 영정을 들고 외주화로 늘어나는 하청 산재사방 근절을 위해 원청 책임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결의대회 무대에 올라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반올림 활동가들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을 들고 노동자 건강권과 알권리 등을 침해하는 삼성을 규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유미 씨의 유가족 황상기 씨가 노동자 건강권과 알권리 등을 침해하는 삼성을 규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4.28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거업처벌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이 세종로 공원에서 출발해 서울지방노도청, 신세계 백화점 본점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와 故황유미 씨의 유가족 황상기 씨를 비롯한 반올림 활동가들이 결의대회를 마친 후 세종로 공원에서 출발해 서울지방노도청, 신세계 백화점 본점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지역산별 대표자들이 결의대회를 마친 후 세종로 공원에서 출발해 서울지방노도청, 신세계 백화점 본점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산재사망한 노동자의 얼굴없는 영정을 들고 3시간마다 1명이 죽고 5분마다 1명이 다치는 한국사회 실태와 산재사망을 저지르는 재벌 대기업의 현실을 알리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서울지방노동청 앞에 도착한 민주노총이 무제한적으로 연장근로를 야기시키는 근로기준법 59조를 폐기할 것을 초국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사무장이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조선업 하청과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산재사망한 노동자의 얼굴없는 영정을 들고 3시간마다 1명이 죽고 5분마다 1명이 다치는 한국사회 실태와 산재사망을 저지르는 재벌 대기업의 현실을 알리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산재사망한 노동자의 얼굴없는 영정을 들고 3시간마다 1명이 죽고 5분마다 1명이 다치는 한국사회 실태와 산재사망을 저지르는 재벌 대기업의 현실을 알리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에서 하청 산재사망 근절을 위한 원청 책임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전수찬 위원장이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산재사망 노동자의 추모조차 막고 책임을 회피하는 신세계 이마트 재벌 정용진 회장을 규탄하고 시민노동자의 안전할 권리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이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에서 위험의 외주화로 산재사망을 방치하는 재벌과 대기업을 규탄하며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이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에서 산재사망의 행렬이 멈춰지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요구가 담긴 손팻말을 걸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노동과세계 안우혁  kct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