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휘성의 노래가 기인한 영화라는 이유로 이 비디오를 봤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지루하고 정말 재미없는 영화였다. 하지만
한 가지 남는 건 있었다. 그 한 가지 남는 것-
바로 [새로운 접근]이었다.
얼마 전부턴가 안방 TV에서는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아졌다.
그러나 사람만 다를 뿐 보여주는 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난 같은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가가 바로 연출자의 재능(?)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장만옥과 양조위는 각자의 남편과 부인이 서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 둘이 만나게 된 이유를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재연](?)을 해본다. 남자의 입장에서 또 여자의 입장에서.
또 장만옥이 남편에게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모습-
그건 바로 [연습]이었다. 이러한 [재연]과 [연습]을 함으로써 두 사람
은 어쩌면 둘의 사이를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가장 압권인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이별[연습]을
하는 장면이다. 싱가폴로 떠나는 양조위를 떠나 보내는 [연습]-
이 [연습]을 하면서 장만옥은 양조위의 가슴에 안겨 눈물을 쏟는다.
아주 서럽게.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게 사랑이구나 정말 사랑했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불륜이든 삼각관계든 소재는 같아도 그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독성의 강약이 조절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네 멋대로 해라]
이 드라마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난 감히 그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배우가 진짜 그 실존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그 배역을 자신의 본 모습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드라마
를 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웃음]이 있기 때문이다.
밑바닥 인생, 시한부 삶, 엇갈린 사랑...
어느 것 하나 [웃음]이란 요소는 찾아볼 수가 없지만 분명 이 드라마에
대해 얘기를 할 때 [웃음]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정하고 눈물을 쏙 빼놓는 드라마보다 훨씬 감동적인 드라마다.
분명 슬픈 장면인데 출연진들은 절대 눈물로 호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면을 보여주고 그 부분에서 난 절실한
감동을 느낀다. 입술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다는 표현을 난 이
드라마에 쓰고 싶다. [네 멋대로 해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무뚝뚝한
사람같은데 알고보면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요즘 시트콤에 눈물도 있다면 요즘 드라마는 [웃음]도
함께 존재한다.
어제 태우와 정화가 등을 기대고 있는 장면은 가을 동화에서의
준서와 은서가 등을 맞대고 창문을 닦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서로의 마음이 너무나도 잘 묻어나던 그 장면이 결국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태우가 정화를 일으켜 주는 장면에서 나름대로의
복수(?)를 하며 둘이 장난을 치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면 극의
재미가 덜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