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어디 가십니까?”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굳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습니다. “대구 본가 갔다가, 산동 처가 갔다가, 영주, 안동 산소 다니려면 꽤 바쁩니다.” 그가 물었을 때 이런 장문의 답을 바랐던 건 아닐 터, 내 얘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자기 얘기를 꺼내더군요. 연휴 동안 친한 친구 몇과 태국에 골프여행 다녀온다고... 그는 내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게 아니고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나의 주변머리, 융통성 없음과, 요즘 젊은이들은 조상 섬기는 일보다는 자신의 삶이 우선이라는 것. 젊은이들의 생각이나 행동 양태를 잘못되었다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나의, 아무리 신경 써도 나아지지 않는 순발력, 융통성 부족이 마음에 걸릴 뿐입니다.
지인들과 만나서 헤어질 때 흔히 하는 얘기, “밥 한 번 먹자.”는 밥 먹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영어권에서 헤어질 때 나누는 ‘Bye.'에 다름 아닙니다. ‘언제’ 혹은 ‘어디서’나 ‘무엇’을 먹자는 구체성이 포함될 때 “밥 한 번 먹자.”는 ‘진짜’ 밥을 먹자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마음을, 고민거리를 나눌 사람이 없어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인에게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여러 형태로 위로나 관심의 말을 건넵니다. 그 중 하나가 “괜찮아?”일 겁니다. 돌아오는 답도 “괜찮아.”인 경우가 많습니다. “괜찮아.”가 정말로 괜찮다는 말은 아닐 때가 많습니다. 그냥, 혼자 있고 싶다, 더 이상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누고 싶지 않다가 속마음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가 지인과 나누는 인사말, 걱정의 표현 중 상당수는 말이 담고 있는 단어적 의미와 달리 상투적이거나, 겉치레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마음을 담아 표현하고 어루만져주는 일도, 질문에 담긴 속뜻을 잘 간파하는 일도 살아가면서 꽤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습니다. 생활 양태도, 근무 방식도, 먹거리도, 인간관계도... 거의 모든 것들이 변하고, 힘들어졌습니다. 그 속에서 인간관계만큼은 소통의 방식은 조금 달라지더라도 근본이 바뀌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마음을 담은 “괜찮아?”, “힘들지?”란 질문, 진심을 담은 “괜찮아.”, “괜찮지 않아.”란 답변이 오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그게 진정한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끝이라 생각합니다.
시간 따라, 계절 따라, 날씨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자연이지만, 우리를 맞아주는 그의 속살은 언제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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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모셔온 글)=============
괜찮지 않은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주변에서 해주는 “괜찮아”라는 말에도 괜찮아지지 않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었다.
정말 괜찮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괜찮아지는지 알고 싶어 하는 당신과 만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도 괜찮지 않으니까.
이 책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야 스스로 괜찮아질 수 있는지 고민했다.
혼자만의 시간도 많이 가졌다.
내가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답은 나만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내가 나를 더 자세히 알고 나니 나는 생각보다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의 평가에 휘둘리는 사람이었다.
나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남의 기준에 맞추려고 했고 남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기쁨을 얻고 있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닌데, 정말 중요한 건 나 자신인데, 내가 나를 인정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찾아왔다.
진짜 내 목표를 세웠다.
내 방식으로 노력했고 다가갔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행복까지 찾아왔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 이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돌려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친한 사람에게 말하듯이 직접적으로, 진심을 담아서 전하고 싶었다.
그래야 괜찮아지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래야 남이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기에.
당신은 지금 괜찮은가?
괜찮을 수도 있다.
또 괜찮지 않을 수도 있다.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괜찮지 않다면 주변에서 해주는 괜찮다는 말에 “아니, 난 괜찮지 않아”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말이 괜찮아지는 삶을 만드는 시작이 될 테니까.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으로 살면 좋겠다.
괜찮지 않을 때 자신을 돌아보고 괜찮을 때는 행복감도 느끼는 당신.
목표가 명확해서 주변의 작은 흔들림에도 굳건한 마음을 유지하는 그런 당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멀리 볼 수 있는 멋진 당신이 되면 좋겠다.
더 나는 바랄 게 없겠다.
-----최대호의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지 않아>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