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이란 영화를 휴대폰으로 보았어요. 자장가로 틀어놓은 영화인데 재밌어서 잠은 다 잔 것 같아요. 물론 개봉관 때 보고 그 후로도 서버번은 더 봤어요. 휴대폰과 키스할 만큼 바짝 대고 보았더니 좁쌀 자막까지 다 보이네요. 영화가 재미는 이유가 뭘까요? 하정우-전지현-이정재-조진웅-오달수 등등 그 중에 탑 오브로 탑은 전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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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때는 몰랐고 '도둑들'에서 섹시한 쌍년을 만났다면 '암살'에서는 소나기의 소녀와 재회한 느낌입니다. 아주 플라토닉합니다. 그녀는 조말론 향기가 날것 같은 여자입니다. 퐁티가 언급한 것처럼 과연 보는 것은 그녀를 안는 것이며 섹스하는 것일까요? 최 동원 사단의 출연진이 재다 등장한 것이 '도둑들'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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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김 윤식-김혜수가 나오지 않아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암살'은 사실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허구도 아닙니다. 하기야 영화라는 것이 사실과 허구 사이에 놓인 줄을 타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암살'에 등장하는 일제의 식민통치, 데라우치 초대 총독, 이완용, 신흥무관학교, 대한민국 임시정부, 중국 상하이의 조계지, 김 구, 김 원봉의 의열 투쟁, 한국독립군(지청천)의 무장투쟁, 서울의 미쓰꼬 시백화점, 반민특위의 친일청산 실패 등은 모두 역사적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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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암살'의 대상이 된 두 인물, 뼛속까지 친일파인 강 인국(이 경영 분), 조선군 사령관 가와구치는 가공의 인물입니다. '암살'을 실행하는 주체로 그려진 한국독립군 출신의 여 전사 안 옥윤(전 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의 열혈투사 속사포(조 진웅), 폭탄 전문가 황 덕삼(최 덕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내 요원으로 그려진 아네모네 마담(김 해숙) 등도 모두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인물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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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열단 멤버였던 염 석진(이 정재), '암살단'을 암살하려다가 급기야는 '암살단'을 도와주게 되는 하와이 피스톨(오달수), 영감(하정우)도 그런 사람이 실재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무엇보다도 1933년 서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암살단이 친일파 거두와 조선군 사령관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허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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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터클한 재미의 원천은 일차적으로 끊임없이 깔린 복선을 씨줄과 날줄을 엮듯이 탄탄하게 짜 맞춘 시나리오에서 비롯됩니다. 극중 배역의 성격을 하나하나 잘 살린 배우들의 열연이야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실상의 주인공 역을 맡은 전 지현을 비롯해 여러 배우들이 누가 더 낫고 못한지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자 맡은 역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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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최동훈(1971. 서강대 국어) 사단의 찐 펜이 돼버렸어요. '도둑들'이 '암살' 보다 나중에 나왔으니까 조진웅이나 손석구(밀정)는 '암살'에서 이름을 알린 셈입니다. 카메오로 출연해 아네모네 마담 역을 맡은 김 해숙이 헌병에게 체포되기 직전,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아들인 다음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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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잊지 말라 보다 하정우와 전지현의 짧은 키스 씬은 온 몸을 오그라들게 만들었어요. 내가 실제로 전지현과 키스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정우를 넘버 원으로 꼽았던 전 여자친구 생각이 났어요. 그녀의 아카시아 향기가 현기증을 일으킬 지경입니다. 친일과 반일 간의 세력 싸움이 2015년 이전도 그랬고 2024년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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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념은 진보인데 조국의 진보가(문빠 개딸 등등) 너무 쪽팔려 진중권, 한동훈의 보수 쯤 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만들려는 시도는 옳지 않고 홍범도 흉상 육사 철거는 반댈 세. 친일파 중에는 우리가 알만한 문인들 뿐 아니라 혈서까지 쓰면서 일본군이 된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간도특설대'란 부대를 만들어 독립군을 죽이는 일에도 가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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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독립군들은 친일파를 암살하기 위한 비밀조직 '의열단'을 만들었습니다. 해방 후 숨어 있던 친일파들은 살아남기 위해 미국에 복종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은 자신들의 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친일파들을 다시 관리직에 복귀시켜 기득권 세력이 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야인시대'의 이정재가 경찰이 되는 장면이 오버랩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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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구과 이승만이 모두 국내로 들어온 후 지도자로 뽑힌 것은 김 구가 아니라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던 이 승만 이었습니다. 그는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가 우리나라에 근대화를 가지고 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본인들의 출세와 이득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친일 이었다는 그들은 광복 79년이 지난 아직까지 많은 권력과 재물을 가지고 기득권을 누리고 있지요. 최 동훈 감독은 독립운동과 친일이라는, 어찌 보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아젠다를 결코 회피하지 않습니다. 니들이 홍범도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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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네 앞에서 왜 눈을 감나"
"알려줘야지... 우리는 끝까지 싸우고 있다고"
"내가 너처럼 창녀는 아니잖아"
"삼천불 잊지마!"
"16년 전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이라던 그 명령 지금 수행합니다"
"야 너 돼지 불알 왜 까는 줄 알아?"
2024.8.6.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