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정원
한이나
뒤늦게 따로 거처를 만들어 나가며
그녀가 말했다
고요의 끝 책 속으로 갈래요
나만의 벽이 있는 어떤 삶
은밀한 기쁨을, 알아차려 볼래요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다운 새
극락조를 꿈꾸는 걸까
이슬만 먹고 살아 깃털이 아름다운 새
외로운 날엔 조금 더 멀리 날아보렴
나는 너에게 정원을 바칠게
----{시터} 동인 제8집에서
극락조는 참새목 극락조과에 속한 새이며, 그 화려한 깃털 때문에 오래전부터 자주 장식용으로 사냥을 당했다고 한다. 원주민들이 필요한 것은 깃털이었기 때문에 다리를 잘라서 가공하였고, 따라서 유럽의 학자들은 발이 없는 새라고 착각을 하였다고 한다. 극락조는 다리가 없는 새이며, 죽을 때까지 이슬을 마시며 자유 자재롭게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뒤늦게 따로 거처를 만들어 나가며/ 그녀가 말했다/ 고요의 끝 책 속으로 갈래요/ 나만의 벽이 있는 어떤 삶/ 은밀한 기쁨을, 알아차려 볼래요.” 서재는 언어의 꽃밭이고, 언어의 꽃밭은 그녀만의 정원이다. 언어의 씨앗을 뿌리고 언어의 꽃을 피우며, 언어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시인의 정원에서는 모든 것을 다 할 수가 있다.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다운 새”인 “극락조”는 한이나 시인의 언어의 꽃밭에서 태어났고, 이 극락조는 자유와 평화와 사랑의 화신이라고 할 수가 있다. “고요의 끝 책 속”에는 자유의 길과 평화의 길과 사랑의 길이 들어 있고, “나만의 벽이 있는 어떤 삶”은 내가 언어의 꽃밭은 물론, 그 모든 것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극락조, 그 모든 가시밭길과 천길의 벼랑끝을 자유 자재롭게 날아다니는 새, 꿈과 희망을 잃고 끊임없이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은밀한 기쁨과 삶의 기쁨을 선사해 주는 새, 단군 시조의 건국을 도와주고, 부처의 깨달음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구원해 주었던 극락조----. 극락조는 이 세상에 그 어디에도 없고 시인의 언어 속에만 존재하며, 한 바가지의 찬이슬과도 같은 언어를 먹고 살아간다.
외롭고 쓸쓸할 때는 우리들 모두가 다같이 ‘고요의 끝 책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한이나 시인의 [너의 정원]은 언어의 꽃밭이고, 우리는 언어의 꽃밭에서 자기 자신은 물론, 이 세계의 창조주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