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구속사 강해
하나님의 권능이 나타나는 재앙들
하나님은 다시 모세를 바로에게 보내 개구리 재앙을 선포하도록 하셨다(출8:1-4). 모세의 두 번째 이적에도 바로는 여전히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지 않았다. 온 애굽 땅에 개구리가 득실거리는 재앙을 당한 바로는 술법사들도 하수에서 개구리를 올라오게 하는 것을 보고 여전히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개구리에게 시달린 바로는 모세를 불러 애굽 사람들에게서 개구리를 떠나게 하면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겠다고 제안을 해오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점차 바로가 하나님의 권능 앞에 무너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에 모세가 바로의 제안대로 해주었으나 바로는 다시 마음이 바꾸어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지 않았다.
하나님은 다시 애굽 온 땅의 티끌을 이로 변하게 하는 세 번째 재앙을 통해 모든 애굽 사람들과 생축들에게 오르게 하였다. 이번에도 술객들이 술법을 부리려 했으나 이번만은 이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자 술객들은 비로소 "이는 하나님의 권능이니이다"(출 8:19)고 하며 바로에게 사실을 고했다. 티끌로 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창조주이신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었다.
1. 거듭된 재앙이 주는 교훈
첫 번째 재앙에 이은 두 번째 재앙은 애굽의 술객들도 사탄의 도움을 입어 바로로 하여금 마음을 강팍하게 만들게 하였다. 그러나 세 번째 재앙에 이르러서 그들은 하나님의 권능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권능'이란 '손가락'이란 말로 하나님의 손이 직접 이러한 이적을 행하신 것은 인정하였다. 이것은 애굽의 술객들조차도 하나님께서 직접 이 일에 간여하고 계심을 인정한 일이기도 하다. 이로써 바로는 하나님과 싸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렇지만 이미 두 번이나 재앙을 견디어낸 바로는 세 번째 재앙에서도 여전히 마음을 바꾸지 않고 이스라엘을 보내지 않았다
여호와 하나님은 모세에게 네 번째 재앙을 선포하게 하셨다(출 8:20-23). 애굽 전국은 파리 떼로 인하여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러나 고센 땅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은 아무런 해를 당하지 않았다. 그러자 바로는 모세를 불러 "너희는 가서 이 땅에서 너희 하나님께 희생을 드리라"(출 8:25)고 절충안을 내어놓았다.
하나님을 섬기되 애굽 땅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이것은 바로가 항복을 하되 자신의 이권을 최대한으로 보장받으려는 일종의 술수에 지나지 않다. 이미 바로가 패색이 짙어지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는 모세로서는 조금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모세는 "우리가 사흘 길쯤 광야로 들어가서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희생을 드리되 우리에게 명하시는 대로 하려하나이다"(출 8:26-27)고 하며 바로의 제안을 거절했다. 바로는 모세의 말을 받아들여 "내가 너희를 보내리니 너희가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광야에서 희생을 드릴 것이나 너무 멀리는 가지 말라 그런즉 너희는 나를 위하여 기도하라"(출 8:28)고 허락하고 말았다. 이에 모세는 다시는 약속을 파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다짐을 하고 애굽 사람들에게서 파리 떼를 떠나게 하였다. 그러나 파리 떼가 떠나가 바로의 마음이 더욱 강퍅해져서 이스라엘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재앙이 거듭될수록 바로의 심정에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본문에서 볼 수 있다. 두 번째 개구리 재앙은 바로가 요청한 것처럼 일시에 개구리들이 사라짐으로서 그 일이 여호와로부터 나왔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8:10). 바로는 그 사실을 친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티끌이 이가 되어 사람들과 육축을 괴롭힌 세 번째 재앙에서 애굽의 술객들이 흉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바로는 술객들이 인정하는 하나님의 권능을 정면 거부하고 나섰다. 친히 확인한 사실을 두고서도 바로는 하나님을 인정하려 들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바로가 철저하게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탄은 거듭되는 재앙이 하나님의 권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그 재앙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직접 이 싸움에 참여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바로의 마음을 사로잡고 하나님을 계속 거역하도록 종용하였다. 이것이 그 백성을 통치하시는 하나님과 사탄의 차이점이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더욱 소중히 여기시는 반면 사탄은 자기 수하에 있는 자들이 어떤 고난에 처하든 하나님을 거역하게 만드는 것이다.
2.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재앙의 의미
이 사실이 분명하게 나타난 재앙 사건이 네 번째 재앙이다. 애굽 전역은 파리 떼로 인해 크게 곤역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이 거주하는 고센 땅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이로서 하나님의 백성과 바로의 지배를 받고 있는 백성들과의 차별화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것은 하나님이 살아 계신 분이심을 증거해 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죽어 있는 신이라면 자기 백성을 구별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은 하나님이 애굽까지도 다스리시는 분이심을 증거한다. 애굽의 사람들과 육축만을 구별해 재앙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가 애굽 전역을 대상으로 행하여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자 비로소 바로는 "내가 너희를 보내리니 너희가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광야에서 희생을 드릴 것이나 너무 멀리는 가지 말라 그런즉 너희는 나를 위하여 기도하라"(출 8:28)고 함으로써 하나님의 실체를 인정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사탄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권능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세는 이 재앙이 하나님의 손에서 나왔음을 확인해 주기 위하여 내일이면 파리 떼가 바로와 바로의 신하와 백성을 떠날 것이라고 약속해주었다(8:29). 이것은 재앙이 우연히 이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명해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하나님은 모세의 말대로 파리 떼를 그들에게서 떠나게 하셨다.
한편, 이 재앙으로 인하여 사탄의 앞잡이로 이적을 행하던 애굽의 술객들도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술객들은 비록 악령의 도움으로 자신들도 이적을 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하나님의 권능 앞에서는 참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사탄의 하수인들을 무력하게 하신 것으로 이제 하나님께서 직접 사탄에게도 그 권능을 행사하시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스라엘 백성은 이 사실을 통해 하나님께서 살아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재앙이 거듭될수록 하나님의 편에 있는 백성과 사탄의 편에 있는 사람들과 구별되고 있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하나의 표징으로 주어진 것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재앙은 하나님의 권능을 친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자신들이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과 사탄의 지배 아래 있는 사람들과의 구별은 장차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 건설할 하나님 나라의 성격을 규명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이 건설할 나라는 세상 나라와 그 성격이 다른 나라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아브라함의 언약을 통해 그 나라가 바벨탑 사건 이후 혼돈과 무지로부터 구별된 신령한 나라임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장차 건설할 나라는 하나님의 권능에 의해 통치되어지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나라는 세상 나라와 그 존재 목적이 다른 독특한 나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출처: 기독신학공동체 원문보기 글쓴이: 송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