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3-21)> 왁자지껄 수다 뮤지컬 <다시, 봄>
프랑스어 마티네(matinee)는 연극·오페라·음악회 등의 낮 공연을 가리키는 예술경영용어이다. 아침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탱(matin)에서 유래한 단어로 ‘마티네 콘서트’는 오전 11시를 전후해 열리는 공연을 말한다. 뮤지컬계에선 평일 낮 2-4시 시작하는 경우를 마티네 공연으로 정의하고 있다.
3월 30일, 오전 11시 아내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왁자지껄 수다 뮤지컬(Musical) <다시, 봄>을 90분 동안 재미있게 관람했다. 이 작품은 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 만큼 공연시간대도 유동적으로 변경하여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후 3시 공연을 편성하는가 하면, 심지어 목요일엔 파격적으로 오전 11시 공연도 있다.
<다시, 봄>은 서울시뮤지컬단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 장르에선 생소한 시도인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 형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즉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캐스팅된 7명의 여배우들이 자신들의 솔직한 경험과 이야기를 뮤지컬 제작진과 나누며 극의 창작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다시, 봄>에 출연하는 배우 여자 7명과 남자 1명(왕은숙, 권명현, 오성림, 임승연, 박정아, 박선옥, 이신미 그리고 정선영)은 서울시뮤지컬 단원이며 평균 연기 경력이 30년 이상이다. 이들은 창작진과의 심층 인터뷰, 창작 워크숍 등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며 창작 과정에 긴밀하게 참여했다. 이들은 “관객들도 우리 작품을 보고 쉼 없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인생 2막을 꿈꾸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나눈 ‘수다’는 갱년기의 안면홍조 때문에 메인앵커 자리에서 밀려난 완벽주의 아나운서 ‘진숙’부터 마트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주부 ‘승희’와 이혼한 싱글맘 ‘성애’까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 7명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오랜만에 버스 여행을 떠난 이들은 빗길 사고로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 순간 나타난 저승사자 앞에서 각자의 삶을 돌아본다. 남우 정선영은 여행 중 버스사고와 함께 마주친 미스터리한 존재인 ‘백작’ 역할을 한다.
50대 여성들의 이야기로 출발한 작품은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는 가족 전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배우들은 각자 맡은 역할 외에도 캐릭터(character)의 아들, 딸, 남편 등으로도 무대에 올라 일인다역(一人多役)을 연기한다. 작품은 인물들이 모두 모여 ‘완경(完經) 파티’를 열며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뮤지컬 출연진은 관객들도 이 작품을 통해 갱년기(更年期) 혹은 폐경기(閉經期)는 병이 아닌 하나의 과정이라는 걸 느끼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행복한 인생 2막, 당신은 준비되셨나요?”라고 질문한다. 본 뮤지컬의 총괄프로듀서는 김덕희이며, 3월 15일부터 4월 1일까지 공연한다.
<사진> (1) 뮤지컬 <다시, 봄> 무대인사. (2) 뮤지컬 포스터 앞에서 아내와 함께.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30 March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