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한이 카페 창 넘어 눈 내리는 강물에서 시선을 옮기며 직선으로 고영애에게 물었다.
“애인 있죠? 전 없거든요.”
고영애는 경로이벤트에서 어려운 어르신들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대하는 염치한의 정성과 사랑에 작은 감동을 느끼고 있었지만 미래상스타일의 염치한이 아니어서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지만 염치한의 다이렉트한 질문이 거슬리지 않아서 대답 대신 웃었다.
염치한이 재차 물었다.
“제 질문이 황당하죠?”
고영애가 웃음기를 거두지 않고 말했다.
“예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지난과거를 묻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으나, 뜻하지 않은 고영애의 대답에 염치한은 잠시 흔들렸다. 허지만 애인이 있다는 것보다 수천 배 마음에 드는 말이어서 눈에 힘을 가득 싣고 고영애를 쳐다봤다.
“전혀 뜻밖이네요. 그게 아닌데.”
“네에?”
마침, 주문한 와인을 들고 온 카페매니저가 두 사람을 쳐다보며 눈을 치켜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주문하신 오리지널 로또loto가 아닙니까?”
고영애와 염치한이 마주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스페인산 로또는 이거 말고 다른 브랜드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제가 잘못 안건가요? 손님?”
염치한이 말했다.
“로또가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고영애가 말했다.
“그 와인 맞아요. 저희들 대화를 오해하신 거에요.”
매니저가 환하게 웃으며 친절하게 와인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러셨군요. 다른 브랜드가 있는 줄 알고 당황했습니다. 제가 알기에 와인은 스페인이 원산지고 로또는 하나뿐이거든요.”
“미안합니다. 오해하시게 해서요.”
매니저가 사람 좋게 웃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두 분의 대화를 방해했군요. 지금 따드릴까요?”
염치한이 고개를 꺼덕여 승인했다.
바구니의 흰 보자기를 제치고 와인을 꺼낸 매니저가 와인을 따서 고영애의 잔에 5부정도 따르며 말했다.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염치한의 잔에도 5부정도 따른 매니저가 덧붙였다.
“창밖에 눈이 참 많이 내립니다. 멋진 추억의 시간되십시오.”
매니저가 돌아 갈 때까지 멈췄던 대화를 염치한이 먼저 이으며 고영애와 잔을 부딪쳤다.
“그쪽 같은 여자에게 애인이 없다는 현실은 실감나지 않습니다.”
“이름 제가 말씀드렸는데.”
“어쩐지 이름 부르는 것이 죄송해서요.”
“제 인상이 안 좋은 모양이죠?”
“처, 처, 천만의 말씀을요. 이런 분위기가 꿈같아 함부로 이름을 부르기가 좀.”
고영애가 부드럽게 웃었다.
“전 이름 불리고 싶은데.”
“진짜죠?”
고영애가 고개를 꺼덕였다.
“후회 안하죠?”
또 고개를 꺼덕이며 고영애가 대답했다.
“네.”
염치한이 얼결에 고영애를 불렀다.
“고영애씨.”
막상 고영애의 이름을 부르자 고영애의 두 눈이 샐쭉해졌다. 염치한이 움찔했다.
“왜 그렇게 소심하세요? 이제까지 대범하시더니. 저하고 있는 것이 어색하신가 봐요?”
“아 아닙니다.”
“아니긴요? 여기 오기 전과 완전히 달라졌잖아요. 신기하네요.”
염치한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안절부절 못했다.
염치한의 쩔쩔 매는 모양새를 눈여겨보던 고영애가 돌발 질문했다.
“한 번도 연애 안 해보셨나 봐요.”
“네에?”
“몹시 불편해 보이니까 저도 불편하네요.”
염치한은 고영애의 말에 정신이 혼미했다.
이제까지 여자 앞에서 이렇게 주눅 든 적이 없었는데 왜 이럴까? 염치한은 스스로 분위기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다. 허지만 입안이 바짝 타들어가 말도 모래알처럼 부스러졌다. 내 이런 맘도 모르고 혹시 오해하면 어쩌나? 불편이 아니고 불안을 느끼고 고영애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설 것 같아 염치한은 똥줄이 당기도록 아랫배에 힘을 주고 용기를 냈다.
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염치한이 내 뱉은 말은 전혀 사실과 다른 말이었다.
“한번 기회가 있었지만 뜻대로 안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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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영애가 술집은 드나들어도
인격적으로 염치한을 압도 하는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편한 주일보내시고 신나는 월요일되셨죠?
이번 주일내내 행복한 날들로 채우시기 바랍니다
고영애 애인이 없다니까 염치한 기분 좋았겠슴니다.
ㅎ
그러게요. 상대가 애인 없다면 기분 좋아지는 것이 남자 심리겠죠.
예전에 애인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고로,프로포즈 할려면 해라~~ㅎㅎ
솔직해서 좋잖아요...ㅎ
잘돼야 할텐데 걱정입니다...ㅋ
고영애와 함께 술을 나누며 오가는 예기가 제미있슴니다.
장군님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군요....ㅋㅋㅋㅋ
멋진 월요일밤되세요
카페에서 와인을 한잔 하면서 두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 가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염치한이 긴장도 하네요 여자 앞에서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