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쯤 전부터 손목을 문지르며 기다린 날이 왔다. 그 동작 하나에 많은 직원들의 오해를 일으켰다. 어떤 직원은 ‘구주영 선생님, 민정 씨 팔찌 꺼내주세요.’라고 메모해 주셨고, 또 몇몇 직원은 같이 팔찌를 사러 가자는 말인 줄 알고 같이 사러 갔다가 파우치나 볼펜만 잔뜩 사고 돌아왔다. 하지만 팔을 문질렀던 것은 팔찌를 만들러 간다는 뜻이었다.
수업 전 준비할 것이 있었다. 실을 고르고, 길이에 맞춰 미리 잘라야 했다. 팔찌의 색깔은 김민정 씨가 고르고, 길이에 맞춰 자르는 것은 직원이 했다. 두 사람이 같이 하니 훨씬 빨리 끝났다. 앞에 앉은 분이 실을 자르는 것을 김민정 씨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김민정 씨, 힘들어 보이나요?”
“네.”
“그럼 저 분 실도 잡아주실래요?”
“아냐.”
아, 도와줄 마음은 없으셨구나. 머쓱하다. 앞에 앉은 분도 대화를 듣고 계셨는지 혼자 조용히 웃으셨다.
“저라도 괜찮다면 잡아드릴게요. 둘이서 하니까 빨리 끝나더라구요.”
직원이 대신 앞에 앉은 분의 실을 잡아드렸다. 그 모습을 보고 김민정 씨가 웃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낯을 가린 것 같다. 김민정 씨는 내향형이 아닐까?
앞에 앉은 분과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방법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알려주기도 했다. 직원과 민정 씨의 대화를 듣고 혼자 많이 웃으셨다.
수업은 실을 꼬아 전통매듭으로 팔찌를 만드는 내용이었다. 김민정 씨에게는 조금 어려웠고, 대부분의 과정을 직원이 해야 했다. 수업을 하는 내내 지루했는지 종이를 달라, 머리가 아프다, 밖으로 나가자는 요구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김민정 씨가 직접 선택한 수업이고, 다 끝날 때까지 같이 하자고 설득했다. 강사님이나 다른 수강생들도 그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탓하거나 불쾌해하지 않았다.
수업이 다 끝나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 앞에 앉아 계셨던 분이 민정 씨께 잘 가라고 먼저 인사해 주셨다. 직원이 성함을 여쭙자 ‘김혜진’이라고 답해 주셨다. 민정 씨 이름과 직원의 이름을 알려드렸다. 직원의 명함을 달라고 하셔서 전화번호 교환을 했다. 다음 원데이클래스 신청 때 같이 신청하자고 말씀드려야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신청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다수와 함께하는 원데이클래스는 이런 재미가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
2025년 3월 22일 토요일, 구주영
두 달을 기다렸던 수업이라 아마도 기대하는 것이 컸을 텐데…. 팔찌보다 더 귀한 사람을 알게 되었네요. 다음 원데이클래스는 함께 신청할 사람이 있다니 기쁜 일입니다. 최희정
민정 씨 말이 잘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이해하려는 직원들 감사합니다. 민정 씨에게 지루한 수업이지만 마무리까지 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아름
원데이클래스라 부담 없어 보이네요. 와중에 좋은 분을 만나니 감사합니다. 가급적 지역사회 일반 수단을 이용하는 이유죠. 월평
[2025년 온라인 사례집]
김민정, 취미 25-1, 계획 의논
김민정, 취미(원데이클래스) 25-2, 수업 신청
김민정, 취미(원데이클래스) 25-3, 도어벨 만들기
김민정, 취미(원데이클래스) 25-4, 소원팔찌 만들기
첫댓글 두달을 기다렸으니, 수업과 팔찌가 더욱 값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