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밤하늘에 홀로 동그랗게 떠 있는 보름달. '보름달'의 가사처럼 보름달이 뜬 밤은 몽환적이다.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보름달을 모티브로 한 신화나 미신을 만든 이유였을 것이다. 한편으로 보름달은 '기괴한' 느낌도 준다. 낮에 뜨는 밝은 태양과 달리 밤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뜬 날에 늑대인간이나 드라큘라가 나타난다는 '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14일, 21세기 들어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 평소 보던 보름달보다 14%나 크고 30%나 더 밝다. 이렇게 큰 보름달이 뜨는 것은 68년 만이다. 이와 같은 크기의 달은 2034년 11월 25일이 되어야만 볼 수 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달. 보름달이 뜨는 날, 지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4일 뜨는 달을 '슈퍼문(SuperMoon)'이라고 표현했다. 1979년 미국의 점성술사인 리처드 놀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슈퍼문이라는 단어는 사실 천문학계에서 사용하는 학술 용어는 아니다.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장은 "슈퍼문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며 "밤하늘에서 보던 보름달이 평소보다 가까워 보일 때 주로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슈퍼문이 뜨는 이유는 달이 지구를 돌고 있는 궤도면이 완벽한 원이 아니라 타원형이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를 가장 가깝게 지날 때인 '근지점'에서는 35만7000㎞,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원지점'에서는 무려 40만6000㎞나 떨어져 있다. 가장 가까울 때와 멀리 있을 때의 거리 차이가 5만㎞나 된다.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과 달 같은 위성들은 이처럼 타원궤도로 공전한다. 1500년대, 덴마크의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가 행성의 운동을 관측한 방대한 자료를 남겼고 이를 토대로 요하네스 케플러가 '타원궤도의 법칙'을 이끌어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행성과학그룹 그룹장은 "행성과 태양이 완벽한 구를 이루고 있고, 중력의 분포까지 완벽하다면 공전궤도 역시 완벽한 '원'이 된다"며 "하지만 행성들이 모두 동그랗지 않을 뿐 아니라 자체 중력 분포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행성 궤도는 타원을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지구의 위성인 달도 마찬가지다. 달은 약 45억년 전, 지구가 어떤 행성과 충돌해서 흩어진 파편들이 뭉쳐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공간을 떠돌던 물질들의 밀도가 다르고, 공간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완벽한 '원운동'을 할 수 없다. 이후 지구와 달은 41억년 동안 함께하며 타원궤도를 형성해 힘의 균형을 이뤘다.
의문은 하나 더 남는다. 달은 일정한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근지점에서 다음 근지점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5일. 이론적으로 27.5일마다 슈퍼문이 보여야 하지만, 슈퍼문이 나타나는 날은 불규칙하다. 근지점 주기는 27.5일이지만, 지구에서 보름달이 뜨는 주기는 29.5일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달이 근지점에 위치하는 날 보름달이 떠야 하기 때문에 슈퍼문은 주기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1년에 약 2~3번의 슈퍼문이 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일 뜨는 슈퍼문은 근지점의 위치에서 약 2시간 동안 보름달을 유지할 전망이다.
슈퍼문이 뜨면 지구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면 행성 간 잡아당기는 힘인 '인력'이 극대화된다. 고체로 이루어진 단단한 지각은 큰 문제가 없지만 액체인 해수는 영향을 받는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14일 달의 인력으로 인해 밀물과 썰물 간 해수면 높이차가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인천 안산 평택 등의 해수면 높이차는 각각 9.7m, 9.4m, 10.1m로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지만 남서해역과 제주지역은 지난달 대비 27㎝ 정도 해수면 높이차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보름달이 떴을 때 일부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동양에서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불길한 의미로도 사용된다. 보름달이 뜨는 날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다거나, 사고가 잦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존재한다. 일본 도쿄대 이데 사토시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월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20년간 규모 5.5 이상의 대형 지진을 분석한 결과 12차례 중 9차례가 보름달이 뜨는 시기와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보름달이 뜨는 날 지구에 미치는 달의 인력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조류 활동이 거세지고, 이 힘이 단층에 전달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작은 지진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몸 역시 보름달에 반응한다. 2013년 스위스 바젤대 의대 연구진은 성인 33명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을 조사한 결과 보름달이 뜨는 날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잠들었을 때 뇌에서 나타나는 '델타파'의 세기도 30%나 줄었다. 보름달이 뜬 날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월주리듬(신체리듬이 달의 모양에 따라 적응하는 현상)'으로 설명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에 출현한 300만년 전부터 달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몸이 달의 크고 작음에 따른 수면 패턴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름달이 뜨는 날, 잠이 오지 않는 사람들은 다양한 상상을 하며 드라큘라와 늑대인간과 같은 존재를 만들어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물론 한국에서 비과학적인 이야기들이 판치고 있지만 14일 밤에는 부정적인 미신을 뒤로하고 원더걸스 선미가 부른 '보름달'의 노래 가사처럼 슈퍼문을 보며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 어떨까. 물론 솔로라면 보름달을 안주 삼아 외로움을 삼켜야겠지만 말이다.
오는 14일 밤 하늘에 뜨는 달은 ‘슈퍼문(Supermoom)’이 될 전망이다. 이 달은 보름달이자 가장 지구와 가까워져 사실상 ‘가장 크게 보이는’ 슈퍼문이 되는 것. 맨눈으로 보는 달이 훨씬 커 보이는 이 특이한 현상은 1948년 이후 68년 만에 처음 나타나며, 앞으로 28년 뒤인 2034년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슈퍼문 현상을 앞두고 재미난 ‘달의 과학’을 소개한다.
△‘슈퍼문’ 현상이란?
슈퍼문은 한마디로 달이 지구와 가장 거리가 가까울 때 뜬 보름달이다. 달과 지구의 거리는 평균 38만여 ㎞로, 가장 길 때는 40만 6000㎞, 짧을 때는 35만 7000㎞ 정도다. 약 5만 ㎞의 차이가 난다. 14일의 슈퍼문은 수십 년 만에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경우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일반 달보다 직경으로 14%, 면적으로 30%가량 크게 보인다. 또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보다 30% 밝다. 달이 수면이나 지평선에 낮게 걸렸을 경우 나무 또는 빌딩에 대비돼 중천에 떠 있을 때보다 크게 보여 장관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문이 뜨면 재난과 재앙이 온다(?)
오래 전부터 서양에서는 보름달의 강한 인력(끄는 힘)이 사람의 몸속 호르몬을 변화시켜 광기에 빠지게 한다는 전설이 있다. 광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Lunatic’도 ‘달(Luna)’에서 파생됐다. 해외에서는 슈퍼문으로 인해 여러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북부의 몽샐미셸 수도원이 섬이 되기도 했다. 슈퍼문 재앙설과 연계된 대표적인 재난은 2011년 3월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이다. 대지진이 일어난 2주 뒤 슈퍼문이 뜨면서 재앙설이 나돌았다. 타이타닉 호 침몰 원인도 슈퍼문이란 설도 있다. 배가 가라앉기 3개월 전, 슈퍼문이 떠서 조수간만의 차가 커져 빙산이 평소보다 많이 떠내려왔고, 이로 인해 배가 빙산과 부딪혔다는 것.
슈퍼문이 아니더라도 달이 지구에 가까워지는 주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해수면 상승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블랙문ㆍ블루문ㆍ럭키문
‘블랙문(Black Moon)’은 한 달에 초승달이 두 번 뜰 경우, 두 번째 초승달이 뜨기 바로 전에 달이 완전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그러나 맨눈으로는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블랙문은 지구 종말 등 좋지 않은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블루문(Blue Moon)’은 양력을 기준으로 2~3년에 한 번 정도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현상이 생기는데, 그중 두 번째로 뜬 달을 일컫는다. 실제로 달이 푸른색을 띠는 것은 아니다. <<열두 달 중 2월을 뺀 나머지 달은 모두 30일이거나 31일이다. 반면, 달의 공전 주기는 29.5일이기 때문에 양력으로 1일경에 보름달이 떴다면 30일이나 31일에 보름달이 뜨는 것이다.>>
‘럭키문(Lucky Moon)’은 크리스마스에 뜨는 보름달이다. 이 달은 평생에 몇 번 보기 힘들다. 럭키문의 주기는 18.61년으로, 대략 19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온다.
△달의 모양은 바뀔까?
달은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 또 스스로 빛을 내지도 못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달은 태양빛, 즉 햇빛을 반사한 모습이다. 달은 지구 둘레를 돌고, 지구는 태양 둘레를 돈다. 그래서 태양과 지구와 달의 위치는 계속 바뀐다. 그리고 그에 따라 태양빛을 반사하는 달의 부분도 바뀌게 된다. 그래서 달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달은 모양에 따라 초승달, 상현달(매달 음력 7~8일경에 나타나는 반원 모양의 달), 보름달, 하현달(매달 음력 22~23일 나타나는 반원 모양의 달), 그믐달 등으로 부른다.
참고로 달은 낮에도 떠 있다. 다만, 태양빛이 너무 환해서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달 표면은 진흙밭?
달은 언뜻보면 진흙투성이처럼 보인다. 이처럼 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다’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름뿐 물이 있지는 않다.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어 검게 보이는 것뿐이다. 달 표면에서 밝게 보이는 부분은 지형이 높은 곳으로, ‘대륙’이라고 일컫는다. 달 표면에는 ‘크레이터(우주에 떠도는 돌덩이가 부딪쳐 깊게 파인 구덩이)’가 있다. 재미난 사실은 달에 맨 처음 도착한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이 지금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달에는 공기와 물이 없어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