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고속도로 5000㎞ 시대의 명암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입력 2024.03.29. 03:20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03/29/SIASAW4DEBHF7HQMOPITYYAV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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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포천~조안 개통하며
한국 고속道 5000㎞ 시대 열려
문제는 유난히 많은 옥외 광고판
운전자 트인 시야·안전 위험요소
독일 아우토반에는 광고판 없고
미국에는 ‘고속도로 미화법’ 있어
고속도로는 ‘풍경의 항공모함’
미관·경관 갖춘 고속도 선진국을
고속도로 5000㎞ 시대가 열렸다. 지난 2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천~조안 구간 개통에 따른 것으로, 경인고속도로가 뚫린 지 56년 만의 대성취다. 이로써 대다수 국민이 30분 이내에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속도로 건설 및 유지 과정 전반에 걸쳐 최첨단 기술이 도입되고, 운영에 있어서도 데이터 기반 고속도로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다. 얼마 전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는 영암~광주 간 ‘초(超)고속도로’ 이야기도 나왔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 Deleuze)에 의하면 유목 사회와 달리 국가는 도로망(철도 포함)을 통해 완성된다. 지배가 미치는 공간에 ‘매끈한 홈’을 파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국가권력의 사활을 걸기 때문이다. 도로는 인구나 물자, 자본 등의 통제와 순환을 담당하는 인프라로서, 대개 국가가 직접 관장한다. 도로 ’보급률’ 같은 용어도 그래서 생겼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도로와 관련하여 피해의식이 많았다. 길이 없는 편이 군사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었던 탓에 치도(治道)는 가급적 피했다. 그랬던 나라가 국토 면적 대비 고속도로 연장이 OECD 국가 중 5위로 올랐다니, 이제 우리는 고속도로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나?
선진국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 고속도로 변에 옥외 광고물이 유난히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상업 광고가 제일 흔하나 지자체나 공공기관, 심지어 대학이 광고주인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 추산 1000개 정도인 전국의 야립(野立) 간판 가운데 대부분은 불법이다. 도로 경계선 500미터 이내 설치 금지 규정이 있지만 관공서조차 잘 지키지 않는다. 관계 법률에 따르면 옥외 광고물은 아름다운 경관의 조성과 보존에 유념해야 하고 교통수단의 안전과 이용자의 통행 안전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현장의 사정은 다르다.
고속도로 종주국인 독일 아우토반의 경우, 특히 속도 무제한 구간이라면, 옥외 광고판 자체가 거의 없다. 순간이나마 광고가 눈길을 뺏어 가는 데 따른 사고 위험성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는 법보다 상식의 문제다. 도로 표지판 또한 속도 규정, 추월 금지, 경적 사용 제한 등 운전과 직결된 기본 정보만 담는다. 이와 같은 옥외 광고판의 부재 및 도로 표지판의 절제에 따라 운전자의 시선은 보다 많은 자유와 여유를 누리게 되고 이는 고속도로 주변의 풍광 향유로 전이된다. 아닌 게 아니라 독일의 아우토반은 자연환경과의 조화와 공존이라는 측면에서도 전 세계 고속도로의 귀감이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는 고속도로 미화법(Highway Beautification Act)이 있다. 1965년에 주간(州間)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제정된 것인데, 당시 린든 B. 존슨 대통령 부인의 역할이 컸기에 ‘레이디 버드 법’(Lady Bird’s Bill)으로 통한다. 목적은 옥외 광고판 설치의 엄격한 제한과 주민 기피 시설 정비를 통해 고속도로 부근의 자연환경 및 자원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트인 시야 확보와 스트레스 경감, 도로 안전 증진도 기대했는데, 그 효과는 경험적으로 확인되었다. 그 밖에도 1980년대 초 텍사스에서 시작된 ‘고속도로 입양’(Adopt-a-Highway) 프로그램은 현재 북미 전역에 활성화되어 있다.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이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맡아 각종 미화 자원봉사를 하고, 이를 해당 구역의 표지판이 홍보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달리노라면 바깥 풍경이 참으로 빈약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조경의 손길이 닿지 않은 도로변에 먼 산의 송전선이나 철탑, 방치된 분묘까지 오버랩되면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정도다.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고 자율주행차 시대가 임박한 시점에 이렇게까지 많고, 크고, 복잡한 도로 표지판이 필요한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살(殺)풍경의 압권은 고속도로 곳곳에 나붙은 교통안전 플래카드다. 정장 위에 거적을 걸친 듯한 미적 부조화가 고속도로의 스타일을 구기는 가운데, ‘졸음운전! 자살이자 살인!’과 같은 섬뜩한 경고 문구는 문화 시민에 대한 언어 폭력에 가깝다.
미관이나 경관도 고속도로의 소중한 일부다. 고속도로에는 그곳 특유의 풍경 체험이 있다. 프랑스의 조경가 라소(B. Lassus)에 의하면 고속도로는 ‘풍경 항공모함’(landscape-carrier)이다. 항공모함 활주로와 고속도로 노면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숨어있던 풍경 요소들이 차창 너머 차례차례 나타났다가 금방 하늘 높이 비상하는 이미지 때문이다. 이 정도의 문화적 감수성은 갖춰야 명실상부한 고속도로 선진국을 말할 수 있다.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벽안
2024.03.29 06:16:26
고속도로 주변 경관이 중요하나 인구밀도가 차이가 많이 나는 미국 등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것은 잘못이라고 보며 각종 교통 표지판 하나하나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인데 길안내용 내비게이션 발달로 필요없다는 것은 잘못된 견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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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03.29 05:58:11
"고속도로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나의 산책길에는 나날이 쓰레기가 쌓인다. 일산 방향 사패산 터널 진입로 커브길은 조만간 쓰레기 하치장이 될 것 같다.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힘든 곳이다. 집으로 가져가 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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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2024.03.29 06:48:48
고속도로 지방은 도로 상태가 너무 불량이다! 차가 다 망가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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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3.29 05:45:38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안전에 방해가 되는 것은 금물이다. 자동차 운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이나 속도보다 안전임을 명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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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고향
2024.03.29 06:30:42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탓인지 타인과의 경쟁에서의 호승심 탓인지는 모르지만 고속도로에 오르면 제한속도를 초과해 달리는 차량들을 빌런처럼 볼 수 있다. 자신의 안전에 대한 마음쓰임이 타인도 구한다는 걸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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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2024.03.29 08:08:13
극공감합니다 한국 고속도로는 누더기 표지판으로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정도입니다. 색깔도 가지가지, 터널 속 경보 소음, 깜빡거리는 경광등, 바닥에 색칠한 리드선, 정신을 못 차릴 정도입니다. 독일 아우토반은 들어서면서 규격과 색상(블루)이 통일된 입간판이 운전자를 차분하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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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마바사
2024.03.29 06:56:40
중국 고속도로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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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오
2024.03.29 06:31:57
고속도로 및 진출입로 도로변에 널부러진 쓰레기는 정말 한국인의 질서의식의 수준이자 수치이지요, 겉만 뻔지르한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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