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리에 좌우되는 금융 세제
국내 주식은 매각 차익 '비과세'
해외 주식은 250만원 초과 22%
똑같은 나스닥100 추종 ETF는
국내.해외 상장 따라 세금 3배差
이재명 정부가 첫 세제 개편을 통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 이상 보유'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도로 강화하려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가운데,
땜질을 거듭하다 누더기 신세가 된 금융 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권 따라 정치 논리로 과세 기준이 고무줄 조정되는가 하면, 상품마다 과세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투자자 혼란만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논리에 누더기 된 금융 세제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은 2000년 제도 도입 당시 100억원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했었다.
그러다 2013년 50억원으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25억원-15억원-1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닞아지며 강화됐다.
윤석열 정부 때 稅 부담 완화 차원에서 10억원-50억원으로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는데,
이번 증세를 이유로 원상복귀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시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변경한다 해도 해당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말 전에 주식을 팔아버리기 때문에
증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올렸다는 인식 때문에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는
정치 논리가 우선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세제가 누더기 소리를 듣는 것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 상품에 따라 과세 대상 소득이나 세율이 재각각이어서
복잡한 데다 일관성도 없기 때문이다.
주식을 샀다 팔아 얻는 수익은 '양도소득'으로, 펀드 매매 차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한다.
연간 이자.배당 소득이 2000만원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개인 주주의 경우 주식으론 양도세 한 푼도 안 내도
펀드 수익에선 최대 49.5%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같은 ETF인데, 세금은 3배 차이
순자산 200조원을 돌파하며 요즘 투자 대세가 된 ETF(상장지수펀드)도 상품 구조가 '펀드'이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분배금은 배당소득으로 구분된다.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2000만원 넘게 분배금을 받았다면 역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어느 시장에 ETF냐에 따라 투자처가 같아도 세율은 제각각이다.
일례로 국내에 상장된 나스탁100 ETF에 1억원을 투자했다가 1000만원 이익을 봤다면 15.4~49.5%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세금이 최대 495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에 비해 해외에 사장된 나스닥 100 ETF에서 같은 이익을 봤을 때는 이익의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양도소득세 22%를 적용해
세금 165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새금 차이가 최대 3배나 벌어지는 것이다.
도입도 못 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이런 난맥상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인데, 정치권은 주식 투자자의 눈치를 살피며
폐지해 버린 상황이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 상품 투자로 얻은 연간 수익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해당 수익의 20~25%를 부과하는 세금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여야 합의로 법안이 마련돼 2023년 1월 시행 예정이었다.
주식, 채권, ETF 등 상품마다 수익과 손실을 서로 상쇄(통산)해 번 부분만큼만 과세하는 '순익통산', 자산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동안은
세금을 미뤄주는 '과세이연'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 등의 반발로 2025년까지 2년간 도입이 미뤄진 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폐지를 선언하고
다수당인 민주당까지 동조하면서 작년 말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한 증권사는 고위 임원은 '부동산 투자 수익, 가상 화폐 등 여타 투자 자산에 대한 과세는 손도 안 대면서 금융 투자 상품에 대한 세금만
더 무겁게 한 꼴'이라며 '이번 정부가 세금에 대한 종합적인 원칙과 철학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