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라이프~테크 황혼이혼을 막아라
흔히 ‘은퇴’나 ‘노후’라는 단어는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보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서 오는 막막함에 더해,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리라. 그중에서도 노후를 재앙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황혼이혼’이다. 수 십 년 함께해온 배우자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돌연 이혼을 선언하는 일이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은퇴 후 30년, 당연히 함께하리라 믿었던 배우자에게 버림받고 비자발적(?) 고령 독신으로 전락하는 일을 방지하려면?
"30년 동안 가족을 위해 일하고 정년퇴직 후 집으로 돌아온 당일, 배우자가 수고했다는 말 대신 이혼서류를 내민다면?"
이 황당한 발상은 몇 해 전 일본에서 방영된 ‘숙년이혼(熟年離婚)’이라는 드라마의 첫 장면이다.
일본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와 함께 증가 추세를 보이는 ‘황혼이혼’이라는 소재를 다뤘던 이 드라마는 2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회사에서는 수많은 후배의 존경을 한몸에 받으며 ‘완벽남’으로 통하는 상사였지만, 가족과의 소통은 낙제점 가장이었던 탓에 결국 아내로부터 정리해고 통보를 받는 남편.
막장 드라마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지만, 지금의 일본 사회에서는 점차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배경에는 회사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반평생을 ‘기업전사(戰士)’로 살아온 일본 중년 남성들의 가치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회사 일에 대한 매진=가족을 위한 헌신’이라는 착각이 불러온 비극이다.
황혼이혼을 위한 금융상품이 있다?
세계 최장수국가로 일컬어지는 일본이기에 길어진 노후에 대한 기대가 황혼이혼률 급증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틈새시장을 노린 이색 금융상품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는데, 다름 아닌 ‘이혼자금전용 대출’이다. 일본의 한 지방은행이 출시한 ‘라이프 플랜 [Re]’라는 이름의 이 대출상품은 이혼 시 필요한 위자료나 소송비용, 자산분할비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상품 콘셉이 ‘이혼자금전용’인 만큼 아무나 대출을 받을 수 없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혼(협의, 조정, 심판, 재판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필요한 서류는 더 엄격해진다는 점이다. 즉, 위자료를 지불하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이 대출을 이용하려면 이혼을 결심한 판국에 서로 한 발씩 물러나는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황혼재혼 필수품 ‘유언장’
황혼이혼과 더불어 황혼재혼 역시 일본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내가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산다고…”라는 생각보다 “아직도 남은 인생은 긴데”라며 인생 2막에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고령층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황혼재혼은 새로운 가족관계형성으로 인해 상속권 갈등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상속분이 줄어드는 자식들이나 친족들이 재혼을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일본 고령자들은 새로운 남편 혹은 아내를 맞이하기 전 필수 통과의례로 ‘유언장’ 작성을 꼽는다.
유언장을 통해 재혼 전의 재산에 대한 분배 순위 및 비율을 명확히 하고, 상속분이 줄어드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사망보험 등에 가입하여 준비하는 식이다. 이처럼 일본사회에서 고령층의 이혼과 재혼은 더는 숨길 필요 없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자료: 통계청 (2014년 혼인·이혼 통계)
우선 지금의 50대 이상 가정의 대부분이 남편은 ‘바깥양반’, 아내는 ‘집사람’이라 불리는 가부장제로 살아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혼이혼’은 딴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여타 선진국과 같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아내라고 항상 참고 살 이유가 없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혼인지속기간별 이혼 건수 및 구성비),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20년 이상 함께 살다 헤어지는 황혼이혼 비율은 전체의 18.3%에 불과했는데, 작년 말 기준으로 그 비율이 28.7%까지 상승했으니 그 증가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중년 여성들의 반란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혼을 선택한 부부들의 혼인지속 기간을 살펴보더라도 황혼이혼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황혼이혼 피하는 똑똑한 라이프-테크
부부 중 황혼이혼을 희망하는 쪽은 대부분이 아내다. 20년도 넘게 함께해온 남편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데에는 남편들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가장 크게 기인하는 것이다. 직장이나 사회적인 인간관계에는 항상 적극적인 사람이 집안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수동적으로 변해버리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가족과 나누는 몇 마디의 이야기조차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없이 내뱉는 말이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이 안 일어나려면 회사의 상사 혹은 거래처 상대와 이야기할 때처럼 상대방이 들었을 때 기분 좋아지는 말을 가족에게도 건네보자.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어렵게 느껴진다면, 지금껏 당연히 느껴왔던 일부터 칭찬하고 고맙다고 표현해보자. 가령 출근 전 아침밥을 먹을 때 “여보, 오늘 반찬 정말 맛있다”고 칭찬하고 “당신도 한번 먹어봐”라며 먹기 좋게 상대의 접시에 먹기 좋게 가져다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같은 길이어도 초행길이 더 멀게 느껴지듯, 시도해 본 적 없는 일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말투 하나 바꾸기조차 어렵게 느껴서는 노후가 외로워질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자.
첫댓글 잘 해야지 있을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노래가사 처럼 조금만 잘해주면 오래 오래 같이 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