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철 전 주미대사,“DJ의 통일 의지와 집념을 존경한다.” "클린턴은 5가지 이유로 평양 방문을 못했다."
지난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키나와 휴가에 동행했던 양성철(68) 전 주미대사가 25일 CBS ‘손 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에 출연, 김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인연과 ‘65년부터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사연을 털어놨다.
이에 앞서 양 전 대사는 지난 2월 18일부터 나흘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 오키나와 휴가에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장석일 주치의 등과 다녀와, 자신이 가장 정치색이 적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연락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일담에서 “6자회담에서 2·13 합의를 끌어내, 대결 구도에서 대화·협력 분위기로 큰 틀이 바뀌게 되어 김 전 대통령도 굉장히 좋아하셨다. 다자간협의체가 생겼을 뿐 아니라 북일, 북미 관계를 정상화할 틀도 마련됐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및 비핵화 실현을 위한 실무협의체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청난 진전이기 때문에 김 대통령은 상당히 고무된 상태이다. 원래 낙관적이신 분인데 이번 타결로 더 낙관적이 되셨다.”며, “김 전 대통령은 지금이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셨다”는 말을 덧붙였다.
‘엔 카오 키’ 콧수염 교수로도 유명한 양 전 주미대사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 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유학, 미국과 한국에서 정치학과 교수 생활을 해오며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고려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DJ와의 처음 만남과 40년 인연
양 전 대사는 65년 6월 당시 미국 존슨 대통령이 하와이 대학에 설립한 ‘동서문화센터’의 장학생으로 가있었는데, 한국에서 국회의원 세 사람(DJ포함)이 국무성 초청으로 미국으로 가는 길에 하와이에 들러 우연히 통역을 하게 되었고, 그 때의 인연이 80년대 망명시절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김 전 대통령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자,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이민자가 많은 미국 중서부의 5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전년도 노벨상수상자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도록 하는데,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전 대통령이 2002년에 초청을 받았다며, 현직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아 초청을 받은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초청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니 자신에게 대신 가라고 해서 자료를 찾는 중에 ‘김대중 옥중일기’와 ‘나의 사랑 나의 조국’을 읽게 되면서 김 전 대통령이 얼마나 탄압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뒤 서로 바빠서 못 만나다 대사 임기가 끝나고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거의 한 달에 한 번 이상을 만나 뵈면서 집념과 강인한 열정, 젊은 사람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의지, 국가에 대한 특히, 통일문제와 동북아정세에 대한 집념이 너무나 감격스러울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아 많은 것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주미 대사 시절의 북미 관계
▲ 양 전 대사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에 실린 평양을 방문하지 못한 다섯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외교에서 가장 막중한 주미 대사를 2000년 8월부터 3년 동안 맡았던 동안이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자리이기도 했지만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기도했다고 털어놓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클린턴 정권은 김대중 대통령과 뜻이 맞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는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또, 조명록 차수가 파격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백악관에서 사진을 찍는 등 모든 것이 잘 진행되어 갔는데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아쉬워했다.
양 전 대사는 2001년 부시 정부가 등장하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면서 2002년 소위 고농축 핵 프로그램문제가 발생한 이후로는 북미관계에서 양자회담도 거부하게 되고 어려운 조건도 내놓고 그러다 보니까 오늘 같은 상황이 오면서 책임을 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올브라이트의 자서전에도 북한 문제가 등장하고 클린턴의 자서전인 ‘My Life’에도 나오는데, 클린턴의 고백 중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을 가려고 했는데 5가지 이유로 방문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있다며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인데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맹 우호 국가를 다 들러야 하니까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는 것,
두 번째, 차기정권이 누가 되든 대북관계를 계승해서 진행하리라고 믿었기 때문.
세 번째, 부시 후보가 당선됐는데 부시한테 북한을 다녀와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부시가 ‘이 순간부터 내년 25일까지는 당신이 미국대통령이니 당신이 알아서 하라’ 며 확답이 없이 냉담했다는 것.
네 번째는 정치상황인데 부시와 고어의 플로리다 투표 사건으로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것.
마지막 다섯 번째로 제일 결정적인 사건은 북한과도 관계가 있는데, 야세르 아라파트 사건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이 문제에 클린턴은 가장 큰 실망을 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올브라이트도 자기들 재임 중에 가장 큰 실망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일을 들었다고 말했다.
양 전 대사는 인터뷰 말미에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버지니아 공대 참사 사건을 대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어떤 인종이나 민족이나 국가나 극한 상황에 있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 사회이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이 저지른 범행이니 조금 더 냉정한 판단으로 대처해줄 것을 요구했다.
같은 민족이고,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기보다는 참 안됐고, 또 그런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 경험이 있는 양 전 대사는 김대중 정부시절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해인 2000년부터 3년여 동안 주미대사를 지냈으며, 최근에는 ‘움-민구의 작은 발견’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첫댓글 퍼 나르겠습니다. 원본에는 '조종안 대기자'라고 나와 있던데...
그렇게 자세히 관찰을 해주시는 해상이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