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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月出山) 천황봉을 향하여...
영암 월출산 천왕봉을 향하여…….
서서히 열리는 하늘 아래로 두 암벽을 연결하는 철제 다리 하나가 보였다. 이름하여 구름다리이다. 길이가 아마도 오십 여 미터는 되는 성 싶었다. 이 다리가 시루봉 앞 봉우리와 매봉을 잇는 가교(假橋)이다.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구름다리 아래로 바람폭포로 가는 철제 계단이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낸다.
일행은 장비와 몸을 추슬러 구름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한 동료가 저만치 앞에 가서 구름다리를 흔들어 장난을 치니 마음이 조렸다.
구름다리를 건너자 좌로는 매봉, 우로는 사자봉이 성큼 앞을 가로 막는다. 매봉과 사자봉 사이의 협곡으로 아슬아슬하게 놓인 등산로를 따라 올라서는데, 밑을 내려다보면 천 길 낭떠러지가 오금을 저리게 했다.
한 참을 계곡을 오르내리자 다시 땀이 솟기 시작했고 슬슬 배도 고파왔다. 아침을 안 먹고 오르기 시작했으니 시간상으로 배가 고플만도 했지만 몰아치는 바람을 피해 조금씩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드디어 멀리 천황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천황봉 정상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통천문(通天門)이 나타났다. 사람 하나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통천문을 지나자 드디어 월출산 최고봉인 천황봉(809m)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탁 트인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 산아래 세상을 보여준다. 산 아래로 보이는 사람 사는 세상은 허허벌판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논바닥이다. 역시 호남은 우리나라의 곡창지대가 맞는다는 생각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한반도의 끝. 월출산 밑자락의 사람 사는 마을엔 아파트 대여섯 채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는 하지만 잘 정리된 넓은 토지와 군락을 이룬 주택들이 한층 평화로워 보인다.
이 마을은 수백, 수천 년을 민초와 도공들의 채취가 오롯이 살아있는 마을 이름에 달의 이름을 빌려서 월곡리, 월남리, 월하리, 월봉리 등을 붙였다고 한다.
인증 샷을 하고 장상 바로 아래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폈다. 컵라면에 밥을 말아 시장한 김에 게눈 감치듯 먹고 나니 아! 이제야 살맛나는 세상이로고…
내려오는 코스는 바람폭포쪽을 택했다. 올라갈 때 너무 고생을 해서 내려올 때에는 조금 쉽다고 하는 쪽을 택했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월출산은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남쪽의 금강산이라고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한 참을 내려오니 드디어 우렁찬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이 가을에 이렇게 많은 물이 어디에서 났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바위에서 솟아나는 물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맑고 깨끗하고 수량이 많았다.
폭포아래에서 잠시 앉아 막걸리 한잔으로 갈증 난 목을 축이고 나니 다리에 다시 힘이 솟는다. 그렇게 산행이 끝나고 새벽같이 올라가느라 인사도 못한 ‘바우팬션’에 들러 인사를 하고는 부지런히 영암 왕인 국화축제가 열린다는 왕인박사 유적지로 출발하였다.
(계속) 2012.10.31 운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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