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날, 사공쪽으로는 안가고 2월회로 가기로한 용어천을 한번 답사하기로 작정하고 혼자 나섰다. 터미널역에 도착해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 요즘 종종 소지품을 잊고 나오는 날이 느는것 같은데, 에라 그냥 밀어붙이기로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도봉산에 도착하여 안면있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사정해서 돈 만원을 빌리니 이제 세상이 내것인양 마음이 든든하였다. 비상식량으로 삶은 계란 3개를 사서 넣고 마당바위로 향했다. 과연 불볕 더위 탓인지 산에도 넘쳐나던 등산객이 많이 줄고 솔로이스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힘들게 오르는 산길 어쩌면 산속도 시원한 바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식량 걱정을 했는데 웬걸 천축사에서 점심공양을 한다고 써 붙힌 것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들어갔다. 여러가지 나물이 8가지정도 있는데 고추장에 밥도 하나 가득 담겨있다. 비빔밥으로 해서 국까지 한그릇 배부르게 먹었다. 느긋하게 절 뒤뜰로 올라가보니 동굴이 있고 그속에 부처가 모셔져 있는데 그야말로 바위속에서 스며나오는 청강수가 파놓은 바위통속에 모여있었다.
이것은 부처님 공양수로 일반인이 출입할수 없었는데, 아무도 없길래 슬쩍 들어가서 부처한테 눈인사를 살짝하고는 물을 한잔 맛보았다. 도봉산의 수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바위를 뚫고 나온 청강수는 정말 대단히 상쾌하고 시원하였다.
이어서 관음암으로 나아가 용어천 계곡으로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아쉽게도 상류는 물이 말랐고 중류쯤부터 물이 군데군데 나오기 시작하는데 물이 있는 곳이면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래 다리쪽은 수량이 제법 많아 성시를 이루고 있었는데 모두 이물을 보고 산으로 올라온것인양 보일 정도였다.
다 내려와서 삶은 계란 3개를 안주삼아 생맥주 한잔을 하고, 전철 패스가 없는게 걱정이 되었으나, 도봉산역에서 옆문을 밀고 들어가서 전철로 무사히 도착하였다. 8월 13일날 갈때 천축사에서 점심먹는 것을 모두 동의한다면 산속에서 느긋하게 낮잠이라도 한숨자고 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화기도 놓고가서 사진을 올리지 못해 미안하다.
첫댓글 좋은 경험 하셨군요. 한데 돈 한푼 없이 되돌아 가지 않고 산에 갈 작정을 하고 나선 것도 보통이 아니지만 가게에 가서 만원을 빌리는 뱃짱도 보통이 아니군요. 역시 먼나라 과테말라까지 다녀 온게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게 실감이 나는 군요. 두월회 회장 ! 정말 믿음직 합니다.ㅋㅋㅋ 그런데 절에서 주는 밥이 정말 공짜 일까요? 그 외상값 이자 까지 처서 갚아야 되는것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