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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 대전 한빛광장 일대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품평회와 국내외 와인전을 메인행사로 하는 국제와인페어가 열린다. 각 업체가 제공하는 와인을 마음껏 시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체험거리,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돼 호기심을 자극한다. 와인 전문가와 바이어, 일반 참관객까지 두루 참여해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국제와인페어가 열리는 대전으로 떠났다.
대전국제와인페어 테이스팅 존에 전시된 시음용 와인
세계와인이 모이는 교통도시 대전
대전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과학도시'로 굳어져 있었다. 1993년 과학기술진흥을 목적으로 한 세계박람회(대전엑스포)가 개최된 이후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과 같은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카이스트, 과학기술대학교, 국립중앙과학관 등 기관들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오늘날 포도 주산지로 꼽히는 영동이나 영천이 아닌 대전에서 국제와인페어가 시작될 수 있었던 걸까?
대전국제와인페어가 열리는 대전무역전시관 전경
[왼쪽/오른쪽]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 성인인증 후 제공되는 와인잔
사실 대전 대덕군(현재의 대덕구)은 1960~1970년대만 해도 포도 주산지로 손꼽히던 곳이었다. 이 시기에 국내 최초의 와인공장인 한국산토리㈜가 들어서면서 와인산업이 한층 활발해졌다. 경부선이 통과하는 지역이라 생산된 와인을 전국으로 실어 나르는 일도 수월했다. 국내 와인 역사가 시작된 곳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대전은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와인문화와 비즈니스가 균형을 이루는 축제형 유통박람회를 계획했고 이것을 국제와인페어로 완성시켰다. 대전국제와인페어는 와인페어에 참가하는 해외 와이너리들의 포도 수확 등 일정이 마무리되는 가을에 열린다. 올해는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입장료 만원이면 세계와인 시음이 무제한
대전국제와인페어 주요 행사로는 국제와인기구 승인 및 감독 하에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와인품평회인 '아시아와인트로피'와 세계 유명 와인 전문가들이 자국의 와인을 소개하고 와인시장의 동향을 논하는 '아시아와인바이어스 컨퍼런스'가 있다. '아시아와인트로피'는 그랜드골드, 골드, 실버 3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올해는 30개국에서 출품된 3천8백여 종 와인 가운데 포르투갈 포트와인인 Burnester Colheita Port 등 18종이 그랜드골드로 선정됐다.
테이스팅 존에 가득 찬 시음객들
테이스팅 존에 놓인 와인을 직접 따라 마시는 시음객 판매 부스에서도 원하는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행사는 국내외 와인과 전통주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존'이다. 입장료 만원을 내면 성인인증을 거쳐 와인잔을 지급해주는데, 이 와인잔으로 현장에 전시된 와인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은 일반인들이 와인문화를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놀이터이자 와인업계 종사자들의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국제와인페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와인들
와인의 출신과 종류도 매우 다양해 골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칠레 등지에서 들어온 레드‧화이트‧로제‧뱅쇼‧스파클링 와인부터 영천 복숭아 와인과 예산 사과와인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구경하려면 이곳에서만 2시간 이상 머물러야 할 정도다. 무엇보다 와인 생산 불모지로 여겨지던 한국의 와인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국에서 이처럼 수많은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누구라도 깜짝 놀라고 말 것이다.
치즈, 오크통 등 와인 관련 물품도 판매중이다 안주를 판매하는 푸드 트럭
다른 와인을 맛보고 싶은 땐 와인잔 세척 부스를 이용하거나 군데군데 설치된 빈 통에 먹던 와인을 버리면 된다. 치즈, 초밥, 아이스크림, 코코넛쉬림프 등 간단한 안주를 푸드 트럭에서 사다 먹을 수도 있으니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한빛광장에서도 축제의 여운은 이어진다. 와인을 테마로 한 만들기 체험이나 공예품 전시-판매장, 호텔 푸드 코트 등 다양한 부스가 설치돼 있어 와인잔에 와인을 가득 채워 나와 한바퀴 돌아보면 좋다. 와인에 취미가 없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판매하는 볶음우동, 족발, 보쌈, 파스타를 안주삼아 소주나 맥주,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더, 이곳에서 사용한 와인잔은 개인에게 완전히 지급된 물품이니 소중히 간직하자.
대전 명물 #장태산자연휴양림 #소고기김치비빔
대전의 대표 페스티벌을 즐겼다면 이번엔 대전의 명물을 둘러볼 차례다. 국제와인페어의 열기를 차분하게 다스리기에는 장태산자연휴양림이 제격. 이맘때 장태산은 발갛게 달아올라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굳이 단풍이 아니더라도 메타세콰이어 숲의 이국적인 경관이 숨을 턱 멎게 한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가을풍경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인 만큼 시설이 깨끗하고 실용적이다. 특히 메타세콰이어 숲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마련된 스카이타워가 인상적이다. 높이가 27m에 이르는데다 바람에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설계돼 웬만한 배짱으로는 쉽게 오를 수 없다. 두려움을 이겨낸 사람만이 메타세콰이어 숲의 장엄함을 만끽할 수 있다. 메타세콰이어 숲에서 삼림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입구에서 멀지 않은 삼림욕장에 나무로 만든 선베드와 평상이 설치돼 있으니 그곳에 잠시 머물다 가면 된다.
스카이웨이를 통해 스카이타워로 가는 길
[왼쪽/오른쪽]나선형으로 오르는 스카이타워 / 스카이타워에서 내려다 본 사람들
배가 고프면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사리원면옥에 들러 냉면과 갈비탕, 만두로 푸짐한 식사를 즐겨보자. 메뉴는 단출하지만 4대를 거치는 동안 노하우가 축적되어 하나같이 완벽에 가까운 맛을 낸다. 그중에서도 꼭 맛봐야 할 메뉴는 이름도 생소한 소고기김치비빔이다. 타지역에서 보기 드문 이 메뉴는 냉면 육수를 내고 남은 소고기를 김치와 함께 버무린 것이다. 이 집의 으뜸이라는 물냉면과 함께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비빔냉면과 갈비탕 냉면과 잘 어울리는 소고기김치비빔 여행정보대전엑스포과학공원
장태산자연휴양림
주변 음식점숙소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관광진흥팀 양자영 취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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