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열차 4376
매미의 소야곡은 강물을 이루고, 목마른 사랑을... . 아무도 살지 않는 원시림에 와 있는 양. 어두운 숲길에는 귀뚜리 소리만... . 새벽별이 다할 때까지. 짝을 향한 사랑의 야상곡만은 아닐 터. 무슨 가을도 아닌데. 오늘은 개소리 닭소리 들리는 타이응웬 시골길로 가보고 싶었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었다. 2천동(100원)을 내고 이내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월남의 통일을 기념하는 금성기가 집집마다 걸려 바람에 펄럭인다. 국경일이다. 공산당 연수원을 돌아들어 한 십여 분 갔을까. 벼가 한창인 논이며 밭의 옥수수가 보인다. 자전거를 세우고 옥수수 밭 옆으로 다가 섰다. 언제 개꼬리가 나왔는지 싯누런 꽃술들이 더위에 축 늘어져 비에 젖는다. 머잖아 옥수수 알갱이가 알알이 박힐 것이다. 옥수수들은 바람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무심하게 돌아서려는데 옥수수 밭 앞에 보이는 다소 누런 듯 보이는 논이 들어온다. 손전화로 당겨서 사진을 찍어 보니 벌써 벼이삭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이 4월인데 무슨 벼이삭이... . 아, 그렇지. 여기는 이모작 동네가 아닌가. 젊은 한 때 새로 들어온 통일벼를 심어 벼농사를 지을 때였다.
어떡하면 단위 면적의 논에서 좀 더 많은 벼농사를 지을 수는 없을까. 따듯한 동남아 지역으로 가면 두 번 혹은 세 번 벼농사를 짓는다던데... . 논밭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벼와 옥수수가 시를 읊고 있다. 살다 가노라고... . 쌀은 고려 중엽 숙종 때 귀화한 북송인 손목의 계림유사에는 쌀을 보살(菩薩)이라 했다. 보살- -쌀로 소리와 음절이 줄어서 오늘날의 쌀이 된 것이다. 보살은 보리살타(菩提薩埵)의 줄임말. 깨닫고 더 많은 사람들을 자비의 길로 인도 하는 수도자란 말이다. 그렇다. 배가 고파서야 아무 것도... .
5-60 년대 우리는 먹을 쌀이 모자랐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혼분식을 장려한다고. 점심 시간에 선생님이 도시락 검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겉에만 보리며 잡곡을 그 아래로는 쌀밥을 싸 갖고 오던 코흘리개 시절이 있었다. 심술궂은 아이들은 다른 애들 도시락을 몰래 미리 먹어치우고 빈 도시락 통 안에 개구리를 넣어 놓는다.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그 여자 애는 울고불고... . 그런 날이면 선생님이 벌로 운동장에 나가서 풀을 뽑게 하고 변소 청소를 하게 했다. 지금은 어떤가. 쌀이 남아돌아 골칫거리다. 농사짓는 이들은 때만 되면 정부의 쌀 수매가 협상에 애를 먹는다. 에프 티 에이 때문이라고... . 쌀이 좋으니 나쁘니.
밥이 하늘이라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거리의 중요함을 강조한 화두들이다. 모두가 사람들의 삶을 위한 희생의 제물들이다. 그 바탕 위에서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며 축복을 노래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벼와 옥수수들이여.
점점 비바람이 불더니 보슬비가 내린다. 가던 길을 되돌아섰다. 벌써 한 시 반. 점심 때가 지났다. 배가 고팠다. 당 연수원 쪽으로 돌아오는 길섶에는 갈잎에 싼 찹쌀 밥, 여기서는 쏘이(XOI)라고 한다. 부부가 길섶에서 커다란 우산을 받쳐 놓고 음식을 만들어 판다. 한두 사람이 쏘이를 먹고 있다. 나도 달라고 하며 야트막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렸다.
고기를 넣지 말라고(khong thic thit). 시장이 반찬이라. 맛이 좋았다. 먹고 나서 돈이 얼마냐고. 2만동, 우리 돈 1천원이다. 2천 동(100원)을 주니 안 받는다. 이건 내 마음입니다며(trai tim toi). 고맙다고 한다. 장사 잘 하시라고... . 농대 쪽으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바로 옆 고샅길로 가란다. 가깝다고. 세상에는 공짜로 먹는 밥이 없구나. 없어... .
비는 그쳤다. 구름만 끼었다 하면 보슬비가 오는 때가 많다. 거리가 비교적 조용하다. 아 그렇지. 여기서는 12시에 오후 2시까지는 문 닫고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안 그래도 그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 안 그래도 내가 탄 열차는 76킬로미터로 달리지 않는가. 허둥거리며 달려온 나를 되돌아볼 때이기도 하다. 나도 좀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첫댓글 .. 반갑소. 대표님. ... 뭐 그리 내놓을 만한 글이 아니라서.. 마중에서만 괜찮다면... . 그렇게 하세요.
문운을 빌며... 이미 정년 후의 터전을 마련했구려... 잘 했어요. 문운을 빌며... . 삼국유사 대학카페와 연계한
마중의 활동도 고려함은 어떨지...? 우선 링크하여 시행해 봄도... ?
https://youtu.be/BJ2oImHOp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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