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 특히 호주캠핑여행하면
은은한 달빛, 잔잔한 기타소리, 무릎담요, 텀블러에 담긴 따뜻한 커피 같이
평화로운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호주여행의 수단으로 캠핑을 택한 건 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차에서 자고 먹고 이동하는 것이야 말로
광활하고 거대하고 물가가 비싼 호주를 여행하는
가장 저렴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호주여행 특히 호주캠핑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수단, 즉 차량 구비다.
호주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아웃백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어느 마을에나 중고차 매장이 있지만
제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직거래다.
호주여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여행자들이 내놓은 사륜차는
각종 식기구와 생활용품, 지도에다 고급 정보까지 포함해서
호주여행을 위해 4륜차를 구입하기로 결심한지 한 달 쯤 되었을 때였다.
사륜답지 않게 아리아리하고 늘씬하게 쭉 뻗은 차체하며
은은한 연하늘색을 보는 순간 “내 차다!” 싶었다.
급매물이라 가격도 비슷한 사양의 다른 차량들보다 5백 달러나 더 저렴했다.
거기다 뒷좌석을 눕히면 성인 두 명이 누워서 잘만한 공간까지 생겼으니,
빙고!
여행할 때도 나중에 팔기에도 좋은 디자인과 합리성을 갖춘 차였다.
2010년 5월 30일 그렇게 우린 ‘하니’를 품에 안았다.
단돈 5500달러에.
“호주에서 포드 익스플로러는 사륜 구동 중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편이에요.
부품 구하기도 힘들고 유비지도 많이 들고.
엔진이 좋은 게 장점이지만 잔고장이 많거든요.
나한테 부탁했으면 이 정도 사양으로 4천 달러 선에서 구해줄 수 있었을 텐데.”
차에 흙탕물만 튀어도 내 얼굴이 더럽혀진 기분인데
감히 그녀를 퇴물취급 하다니!
그러나 이건 앞으로 닥쳐올 것들에 비하면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점검을 마친 정비사가 영수증 뒤에 적어 놓은 일명 수리해야 할 목록은 더 가관이었다.
양쪽 쇼커, 위아래 컨트롤 암 링크, 연료 필터, 프런트 디프 실에 에어컨 무작동.
에어컨 문제를 빼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것들이 내 호주여행에 태클을 걸고 있었다.
결국 이 목록 중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수리하고
썬팅에 카오디오 교체하는 것까지 총 2,300달러를 더 들인 뒤에야
호주여행을 위한 차량 준비가 드디어 끝이 났다.
아이고 뒷골이야~~
첫댓글 엘리사벳님 체험기 잘 보고 있어요 *.* 앞으로도 계속 기대되요~ ^^
고맙습니다~~ 속도를 좀 내보려는데 지금 작업하는 호주일주 책이 곧 출간될 예정이라 시간 내기가 쉽지 않네요.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도 행복하게 올리고 있답니다^^
저도요~~~` ㅎ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