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세계 최초로 가변 압축비 엔진을 얹은 2세대 QX50을 국내에 출시했다. 지난달 기사에서 잠깐 소개했지만 혹시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가변 압축비 엔진이란 상황에 따라 스스로 압축비를 조절하는 엔진이다. 압축비 범위는 8:1~14:1인데, 가속할 땐 압축비를 최대 8:1까지 낮춰 성능을 끌어올리고, 정속으로 달리거나 속도를 낮출 땐 최대 14:1까지 높여 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인피니티가 이 엔진을 개발한 이유는 4기통 엔진으로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효율은 희생하지 않겠다는 데 있다. 성능과 연비를 다 잡겠다는 거다.
신형 QX50의 제원상 최고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38.7kg·m다. 이 수치는 4기통 휘발유 엔진을 얹는 SUV가 쉽게 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포드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 모델의 최고출력이 274마력이긴 하지만 익스플로러는 배기량이 좀 더 크다. 참고로 4기통으로 실린더를 줄인 포르쉐 718 박스터의 최고출력이 300마력, 최대토크가 38.7kg·m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면 발바닥으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어서 빨리 달리라고 채근하는 듯하다. 하지만 스포츠카처럼 단단하게 노면을 박차고 내달리는 느낌은 아니다. 주행감각은 마냥 부드럽고 매끈하다. 그렇다고 낭창거리거나 좌우로 심하게 출렁이진 않는다. 운전자에게 불안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그리고 쏜살같이 움직인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엔진 소리가 조금 사나워지지만 거칠게 내달리는 수준은 아니다. 가속감이 가볍고 경쾌하다. 인피니티는 이 급의 SUV를 사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잘 파악했다. 전반적으로 움직임을 매끈하게 잘 다듬었다. 바람 소리와 바닥 소음도 꽤 잘 다스렸다. 덕분에 스트레스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게 좋다. 주행모드는 퍼스널과 스포트, 스탠더드, 에코가 있는데 스포트에선 엔진 소리가 좀 더 사나워지지만 크게 체감되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QX50에서 크게 놀란 건 성능이 아니었다. 고급스럽고 안락한 실내다. 시승차는 가장 윗급의 오토그래프 모델이었는데 도어를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오우!”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퀼팅 장식을 더한 아이보리색 가죽시트와 대시보드 아래에서 도어 안쪽까지 빙 둘러 장식한 아이보리색 가죽 덕에 실내에 밝은 기운이 가득하다. 도어 안쪽과 대시보드 아래, 센터터널 주변에 남색 스웨이드를 덧대고, 도어 안쪽에서 대시보드를 지나 조수석 도어까지 길게 은빛 나무 장식을 둘렀는데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난다. 대시보드 위와 운전대에는 갈색 가죽을 감았다. 컬러 조합이 기가 막히다.
편의장비도 풍성하다. 오토그래프 모델은 앞자리에 두 가지 메모리 기능을 갖춘 열선·통풍 시트를 달았고, 열선 스티어링휠과 보스 오디오를 챙겼다. 뒷자리 옆창에는 햇빛 가리개도 있다. 요즘 차에 필수인 무선충전 패드를 챙기진 않았지만 대시보드 아래엔 USB 포트가 두 개 있다. 속 깊은 센터콘솔 안에도 USB 포트가 하나 더 있다. 컵홀더 앞쪽에는 자잘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네모난 수납공간이 있다. 인텔리전트 크루즈컨트롤도 발휘하는데 조작하기가 아주 쉽다. 운전대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른 다음 길쭉한 버튼을 아래로 내리면 크루즈컨트롤이 세팅된다. 이 상태에서 길쭉한 버튼을 위로 올리면 속도가 높아지고, 아래로 내리면 속도가 낮아진다.
뒷자리도 여유롭다. 보통 체격의 성인 남자가 앉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다. 뒷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뒤로 슬라이딩도 된다. 시트 아래에 있는 레버를 당겨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을 넉넉히 쓸 수 있다. 뒷자리 승객을 위해 센터콘솔 뒤쪽에 시가잭과 USB 포트도 마련했다. 뒷자리에 열선과 통풍시트가 없는 건 아쉽지만 선루프가 큼직해 뒷자리에서까지 시원하게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건 좋다. 트렁크에는 뒷시트 등받이를 접을 수 있는 레버도 있다.
이쯤에서 여러분이 궁금해할 것이 있을 거다. 그래서 연비는? 인피니티가 발표한 복합연비는 네바퀴굴림인 오토그래프 모델이 리터당 9.8km, 앞바퀴굴림인 에센셜이 10.3km다. 솔직히 인피니티가 크게 자랑한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좋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4기통 디젤 엔진을 얹는 메르세데스 벤츠 GLC 220 d 4매틱의 복합연비가 리터당 12.9km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실망스러운 수준도 아니다. 더욱이 QX50은 가르릉거리는 디젤 소리와 덜덜거리는 디젤 진동을 겪지 않아도 된다.
QX50은 확실히 상품성이 뛰어나다. 이 급의 SUV를 찾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구석구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새로운 QX50은 확실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성능과 상품성이라는.
인피니티 QX50 오토그래프
기본 가격 633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직렬 4기통 2.0ℓ 터보, 272마력, 38.7kg·m 변속기 CVT 공차중량 1870kg 휠베이스 2800mm 길이×너비×높이 4695×1905×168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8.9, 11.1, 9.8km/ℓ CO₂ 배출량 176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