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기행 - 속세를 초탈하고자 한 철학자, 장자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5. 7.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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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기행 - 속세를 초탈하고자 한 철학자,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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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3:44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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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초탈하고자 한 철학자, 장자
장자(莊子), 기원전 340?~기원전 280?
노자와 함께 도가를 형성한 장자1)는 송나라의 몽읍(蒙邑)에서 출생했다. 이곳은 호수와 숲이 많았고 경치가 아름다웠으며 기후는 온화했다. 장자의 이름은 주(周)이고, 자는 자휴(子休)이며, 칠원성(漆園城)의 말단 관직에 있었다. 그런데 이 무렵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모양이다. 끼니를 굶을 지경이 되자 어느 날 치수(治水)를 담당하는 관리에게 쌀을 좀 빌리고자 했다. 그러나 그 관리는 쌀쌀맞게 말했다.
“내가 수확기에 전세(田稅)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당신에게 삼백 냥을 빌려주겠소.”
그의 말에 불쾌해진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리로 오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러 사방을 둘러보았더니, 시궁창의 붕어 한 마리였소. 그 붕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나는 동해의 파신(波臣)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나에게 한 말의 물을 주어 제발 살려주십시오.’ 하는 것이었소. 그래서 나는 ‘내가 남쪽의 오나라와 월나라의 군주를 만나면 큰 강의 물을 끌어다가 당신을 환영하도록 청하리다.’ 했소.”
장자는 이 비유를 통해 사람이 급할 때 조금만 도와주어도 될 것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말장난으로 희롱하는 것에 대해 준엄하게 꾸짖었던 것이다.
노자와 장자를 묶어 우리는 흔히 노장(老莊) 사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두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노자가 정치와 사회의 현실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데 대해, 장자는 개인의 안심입명(安心立命)2)에만 몰두했다. 노자가 혼란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무위자연에 처할 것을 가르쳤던 반면, 장자는 속세를 초탈하여 유유자적하고자 했다.
노자의 《도덕경》이 깊은 사색을 필요로 하는 철학적 작품인 데 비해, 장자의 《남화경(南華經)》은 읽는 사람을 도취의 망아(忘我) 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문학적 작품이다. 장자는 철학자임과 동시에 탁월한 산문가로서, 일천여 년 동안 그의 문학을 모방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의 문장은 모두 우화(寓話)3) 형식으로 되어 있고 내용도 대부분 허구적이기는 하지만, 《이솝 우화》에서처럼 무궁무진한 의미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