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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역사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월드컵과 유러피언컵,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수많은 무대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등장했고, 그중 일부는 단순히 위대한 선수를 넘어 축구라는 경기 자체가 발전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가지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에서 시작해봤습니다.
“유럽 축구 역사 전체에서 단 11명만 선택한다면 누구를 고를 것인가?”
처음에는 생각보다 쉬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11명을 채우기 시작하니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ㅋ
게르트 뮐러, 에우제비우, 플라티니, 바비 찰튼, 반 바스텐, 사비, 이니에스타, 레이카르트, 무어, 라모스, 노이어….
이름 하나를 넣을 때마다 또 다른 전설 한 명을 빼야 합니다.
결국 이번에도 단순히 위대한 선수 11명의 이름을 나열하기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유럽 축구사의 위상과 실제 한 팀으로서의 조화를 함께 고려해봤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 11명을 선택했습니다.
푸스카스 — 마지막까지 게르트 뮐러와 고민했던 한 자리
최전방에는 페렌츠 푸스카스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가장 오래 고민한 자리 중 하나였습니다.
게르트 뮐러가 있기 때문입니다.
골잡이로서의 순수한 파괴력과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결정력만 생각한다면 뮐러를 선택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축구 역사 전체의 선수들을 평가할 때 푸스카스를 역대 10위, 게르트 뮐러를 12위 정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 끗 차이입니다. ㅋ
푸스카스는 엄청난 득점력을 가진 선수인 동시에 공격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기술과 창조성을 갖춘 선수였습니다.
특히 이 팀에는 호날두라는 또 하나의 압도적인 득점원이 있습니다.
따라서 최전방 공격수에게 단순히 박스 안에서 골을 넣는 역할만 요구하기보다는 주변의 지단과 크루이프, 호날두와 함께 공격을 만들어갈 능력까지 고려했습니다.
아주 근소한 차이지만 결국 저는 푸스카스를 선택했습니다.
호날두 - 지단 - 크루이프
푸스카스의 뒤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네딘 지단, 요한 크루이프를 배치했습니다.
호날두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왼쪽에서 출발하지만 전통적인 윙어처럼 측면에 머무를 필요는 없습니다.
중앙으로 들어와 푸스카스와 함께 득점을 노리고, 상대 수비 뒷공간과 페널티박스를 끊임없이 공격합니다.
이 팀에는 지단과 크루이프, 디 스테파노까지 있습니다.
공격을 만들어줄 선수는 충분합니다.
따라서 호날두에게는 자신이 역사상 가장 잘했던 것 중 하나를 맡기고 싶습니다.
골을 넣는 것입니다.
중앙에는 지단을 선택했습니다.
플라티니와 바비 찰튼을 비롯해 수많은 후보가 있지만, 제가 한 경기에서 유럽 축구사의 10번 한 명에게 공격을 맡겨야 한다면 결국 지단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기술과 패스, 볼 키핑은 물론이고 경기의 속도를 조절하며 가장 큰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능력까지 갖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크루이프를 놓았습니다.
물론 크루이프를 전통적인 오른쪽 윙어로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른쪽은 단지 출발 위치일 뿐입니다.
크루이프는 중앙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지단과 위치를 바꿀 수도 있으며, 필요하면 중원 깊숙한 곳까지 내려와 경기 전개에 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 팀에서 가장 자유로운 선수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유로움 때문에 오른쪽 풀백으로 필립 람을 선택했습니다.
크루이프가 중앙으로 이동하면 람이 전진해 오른쪽의 폭을 제공합니다.
결국 오른쪽 측면은 크루이프와 람이 서로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구조입니다.
이 팀의 중심 — 디 스테파노와 마테우스
중원에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로타어 마테우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 팀에서 가장 설명이 필요한 선수가 디 스테파노일 것 같습니다.
우선 왜 아르헨티나 출생인 디 스테파노를 남미가 아니라 유럽 베스트 11에 포함했는지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디 스테파노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스페인 세 대표팀에서 뛰었으며 그중 가장 많은 경기를 뛰고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대표팀은 스페인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유럽 국적 선수에게만 수상 자격이 주어졌던 발롱도르를 두 차례 수상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선수 경력에서 가장 위대한 시기는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했습니다.
유러피언컵 5연패를 이끌며 레알 마드리드를 세계 축구를 상징하는 클럽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디 스테파노 자신 역시 유럽 축구사의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선정에서는 디 스테파노를 남미가 아닌 유럽 선수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포메이션상 디 스테파노는 가장 낮은 미드필더 위치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디 스테파노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디 스테파노는 현대적인 포지션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축구 역사상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득점하고, 공격을 만들고,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운반하고, 필요할 때는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경기장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따라서 이 팀에서도 고정된 6번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위치에서 출발하는 토털 플레이어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제가 구성했던 팀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옆에 로타어 마테우스가 있습니다.
마테우스 역시 활동량과 수비력, 전진 능력, 패스와 슈팅까지 갖춘 역사적인 만능형 미드필더였습니다.
디 스테파노가 올라가면 마테우스가 남을 수 있고, 마테우스가 전진하면 디 스테파노가 위치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베켄바워가 중원으로 올라오면 두 선수는 다시 그 움직임에 맞춰 자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팀의 중원은 두 명의 선수가 자신의 위치를 고정적으로 지키는 더블 볼란치라기보다,
디 스테파노-마테우스-베켄바워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위치와 역할을 조정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말디니 - 베켄바워 - 바레시 - 람
수비진은 파올로 말디니, 프란츠 베켄바워, 프랑코 바레시, 필립 람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네 명의 좌우 배치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포백은 좌우가 완전히 대칭적인 포백이 아닙니다.
왼쪽의 말디니에게는 비교적 수비적인 역할을 맡깁니다.
물론 말디니 역시 공격에 가담할 능력이 충분한 선수였지만, 이 팀에서는 굳이 그에게 지속적인 오버래핑을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말디니 바로 옆에 베켄바워가 있기 때문입니다.
베켄바워에게는 센터백의 위치에만 머무르라고 하지 않습니다.
공간이 열리면 공을 가지고 전진하고, 필요하면 중원까지 올라와 디 스테파노와 마테우스의 빌드업을 돕습니다.
그 순간 말디니는 비교적 낮은 위치에 남아 베켄바워가 비운 공간을 보호합니다.
반대쪽은 정확히 반대입니다.
바레시가 후방에 남고 람이 앞으로 나갑니다.
람은 오른쪽 측면을 오버래핑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중앙으로 들어와 미드필더처럼 경기 전개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크루이프가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 람에게 자연스럽게 넓은 공간이 생깁니다.
그 뒤에는 바레시가 있습니다.
수비라인을 통솔하고 상대 공격을 읽으며 후방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깁니다.
결국 왼쪽에서는
말디니가 남고 베켄바워가 올라갑니다.
오른쪽에서는
바레시가 남고 람이 올라갑니다.
각각 한 명은 전진하고 한 명은 남는 구조를 통해 공격적인 재능을 살리면서도 최소한의 후방 균형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골문에는 레프 야신을 선택했습니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에서 유일하게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이자 지금까지도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름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도 야신에게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ㅋ
화려하지만, 저번 팀보다는 조금 현실적으로
지난번 축구사 역대 베스트 11을 만들면서 저는 상당히 위험한 선택을 했습니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디 스테파노 한 명을 가장 아래에 놓고, 그 앞에 펠레와 마라도나와 크루이프를 모두 넣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여전히 공격적인 팀이고 여전히 자유로운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마테우스가 들어오면서 중앙의 수비력과 활동량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오른쪽의 람 역시 단순히 측면을 오르내리는 풀백이 아니라 중앙에서 경기 전개를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베켄바워까지 중원으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비 상황에서는 디 스테파노와 마테우스가 중앙을 지키고,
공격 상황에서는 베켄바워나 람이 한 명씩 중원에 가세하면서 수적 우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앞에서는 지단과 크루이프가 공격을 만들고,
호날두와 푸스카스가 그것을 득점으로 끝냅니다.
모든 선수가 동시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팀이 아니라,
자유롭게 움직일 선수와 그 움직임을 보완할 선수를 서로 짝지어 놓은 팀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그래도 고민은 남았습니다.
11명을 정하고 나서도 아쉬운 이름은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게르트 뮐러는 마지막까지 고민했습니다.
푸스카스와 뮐러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지금 다시 물어봐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플라티니와 지단의 비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 레이카르트 같은 선수들을 넣으면 중원은 또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게 됩니다.
센터백에는 바비 무어와 세르히오 라모스가 있고, 오른쪽 풀백에는 카푸를 선택할 수 없게 된 대신 유럽 안에서도 여러 위대한 후보가 있습니다.
골키퍼 역시 야신 뒤에는 부폰, 노이어, 조프를 비롯한 수많은 전설이 있습니다.
결국 이런 베스트 11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도 다르고,
전술도 다르고,
선수들에게 요구되었던 역할도 다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게르트 뮐러가 푸스카스보다 위일 수 있고, 플라티니가 지단보다 위일 수도 있으며, 사비가 마테우스보다 더 중요한 선수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선택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유럽 축구의 긴 역사를 한 팀에 담는다면 이 11명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유럽 축구사를 단 한 팀으로 볼 수 있다면
결국 제가 이 팀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서로 다른 시대의 축구가 한 경기장에서 만나는 모습입니다.
푸스카스가 최전방에서 왼발을 휘두르고,
호날두가 왼쪽에서 박스로 침투합니다.
지단이 중앙에서 공을 잡고 경기의 속도를 조절하며,
크루이프는 오른쪽과 중앙을 오가며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그 뒤에서는 디 스테파노가 경기장 전체를 누비고 마테우스가 끝없이 그를 보완합니다.
베켄바워는 수비라인에서 공을 가지고 올라와 중원에 가세하고,
그 순간 말디니는 뒤에 남습니다.
반대쪽에서는 람이 올라가 크루이프가 비운 공간을 채우고,
바레시는 그 모든 움직임을 뒤에서 통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야신이 있습니다.
아마 현대적인 전술 교과서에 그대로 들어갈 팀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역대 베스트 11이라는 것이 반드시 가장 현대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선수 11명을 찾는 작업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의 축구를 지배했고,
자신의 포지션을 대표했으며,
때로는 그 포지션의 의미 자체를 바꾸었던 선수들.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 축구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
저는 그런 선수들을 한 경기장에 세워보고 싶었습니다.
만약 축구의 신이 다시 한번 단 한 경기만 허락하면서,
“이번에는 유럽 축구 역사 전체에서 11명을 골라봐.”
라고 한다면 저는 이 선수들을 선택하겠습니다.
이것이 객관적으로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마 그런 정답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유럽 축구의 역사를 단 한 팀으로 압축해서 단 한 경기만 볼 수 있다면,
저는 이 11명의 경기를 보고 싶습니다.
첫댓글 람이 저정도였나?
발롱도르 드림팀 라이트백 투표 결과입니다. 다니 아우베스가 후보에서 빠졌다 해도 그는 남미이고 유럽에서는 람이 1위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전문매체 평가들도 보면 람을 유럽 역대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뽑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람은 역대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유럽 베스트 11 멋지게 구성하셨네요.
제가 짜본 라인업과 비교해보면 (뮐러, 호날두, 크루이프, 루이스 피구 / 마테우스, 레이카르트 / 말디니, 베켄바워, 무어, 람 / 야신), 겹치는 선수가 7명이나 될 만큼 기본 뼈대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만 몇 가지 생각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지단 영입은 확실히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유럽 축구사 10번 논쟁에서 최상위권인 선수를 중앙에 놓으신 건 저희 팀의 뮐러(순수 포처형)보다 창조성 면에서 확실히 앞서는 부분입니다.
다만 디 스테파노-마테우스-베켄바워가 상황에 따라 위치를 계속 바꾸는 구조는 화려하지만 리스크도 있어 보입니다. 이미 지단이 조율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디 스테파노까지 전진 성향이 강한 선수라 세 명이 동시에 전진 욕심을 내는 순간이 생기면 공백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공격 편중 라인업일수록 화려함보다 "확실히 자리를 지켜주는" 레이카르트 같은 유형이 더 기능적이라고 봅니다.
폭 문제도 조금 아쉽습니다. 호날두, 지단, 크루이프 셋 다 중앙 지향적이라, 폭을 사실상 람 한 명의 오버래핑에 의존하는 구조 같습니다. 저희 팀은 조지 베스트가 오른쪽에서 고정적으로 폭을 만들어줘서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레시, 무어는 거의 동급이라 이 자리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습니다.
종합하면 개인 스타성은 지단 덕분에 메시님팀쪽이 근소 우위, 팀 밸런스는 저희 쪽이 근소 우위라 사실상 백중세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라인업 잘 봤고, 다음에 남미팀 글도 재밌게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의견 정말 감사합니다ㅎㅎ 말씀해주신 부분들을 읽어보니 저 역시 팀을 구성하면서 고민했던 지점들과 상당히 많이 겹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지단을 중앙에 둔 부분은 저도 마지막까지 가장 고민했던 선택 중 하나였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실제 경기에서의 안정성과 기능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지단보다는 레이카르트 같은 유형을 배치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앞선에 이미 공격적인 재능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중원 한 자리를 확실하게 지켜주고 수비 전환 시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있는 편이 팀 전체의 완성도를 높여주겠지요.
다만 이번 팀을 만들면서 제가 세운 기준이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ㅎㅎ 단순히 실전에서 가장 강한 팀을 만드는 것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유럽 축구사의 위대한 선수들을 최대한 함께 넣으면서, 그 선수들의 다재다능함과 축구 지능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쪽에 조금 더 베팅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단은 저에게 정말 포기하기 어려운 선수였습니다ㅎㅎ 말씀하신 대로 유럽 축구사 10번 계보에서 최상위권에 놓일 만한 선수이고, 제가 이런 역대 팀을 구성하면서 지단을 제외하기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결국 이 선택에서부터 제 팀의 장점과 약점이 동시에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 스테파노-마테우스-베켄바워의 움직임에 대한 지적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세 선수 모두 단순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역할에 만족하는 유형이 아니고, 경기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전진하면서 경기에 개입하는 선수들이니까요. 제가 이 세 선수에게 기대한 것도 사실 바로 그런 유동성이었습니다. 누군가 전진하면 다른 선수가 공간을 메우고, 공의 위치와 경기 상황에 따라 서로 역할을 바꾸면서 팀 전체가 움직이는 그림을 생각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높은 축구 지능과 판단력을 상당히 신뢰해야 가능한 구조이고, 세 명의 전진 욕구가 동시에 나타나는 순간에는 분명 큰 공간이 생길 위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추구한 장점이 그대로 약점으로 뒤집힐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ㅎㅎ
그래서 레이카르트처럼 ‘확실히 자리를 지켜주는’ 선수를 배치하신 로더리고님의 접근이 실전적인 안정성에서는 분명 더 낫다고 봅니다.
폭 문제도 정확하게 보신 것 같습니다. 호날두는 왼쪽에서 출발하더라도 결국 중앙으로 파고드는 선수이고, 크루이프 역시 터치라인에 붙어 있는 전형적인 윙어라기보다는 자유롭게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선수입니다. 지단 역시 기본적으로 중앙 지향적인 선수이고요. 따라서 실제로 이 팀이 경기한다면 측면의 폭을 누가 만들어줄 것인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해법은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크루이프, 디 스테파노 등의 유동적인 위치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말씀하신 것처럼 상대적으로 고정적으로 오른쪽 폭을 만들어줄 조지 베스트가 있는 로더리고님의 팀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해법이라고 하기는 어렵겠네요. 제 팀은 여러 선수가 상황에 따라 폭을 만들어야 하고, 로더리고님의 팀은 처음부터 그 역할이 보다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레시와 무어는 저도 정말 고민되는 부분입니다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둘의 격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고, 역대 센터백을 이야기할 때 어느 쪽을 선택해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선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레시를 조금 더 높게 평가하지만, 팀 전체의 구성과 역할까지 고려한다면 무어를 선택하신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결국 두 팀을 비교하면 말씀하신 평가가 상당히 정확한 것 같습니다. 제 팀은 지단을 비롯한 개인의 스타성과 창조성, 그리고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 수 있는 선수들의 유동성에 조금 더 베팅한 팀이고, 로더리고님의 팀은 각 선수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나누면서 전체적인 밸런스와 안정성을 확보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붙는다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하다기보다는 서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장점을 발휘할 것 같아서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ㅎㅎ 제 팀은 잘 풀리는 날에는 선수들의 유동성과 개인 능력으로 굉장히 화려한 축구가 가능하겠지만, 반대로 그 유동성이 꼬이는 순간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로더리고님의 팀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단하기 때문에 경기의 평균적인 안정성에서는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역사적인 선수들을 가지고도 누구를 선택하고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에 따라 이렇게 전혀 다른 팀이 나온다는 게 이런 역대 베스트 11을 만드는 가장 큰 재미인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댓글을 읽으면서 제가 만든 팀의 전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라인업 세심하게 봐주시고 이렇게 구체적으로 의견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남미팀도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