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한국사회를 강타한 광우병 공포로 말미암아 횡재를 할, 또는 횡재를 한 인간들도 분명 있으리라. 횡재를 할 사람은 진중권이다. 미래시제로 표현한 이유는 진중권이 횡재하기로 마음을 굳혀야 횡재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계층은 학교급식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들이다. 즉 논술시장의 수요자들이다. 진중권이 논술시험 참고서 출판에 참여한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진중권이라는 이름 석 자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재미를 못 본 눈치다.
장담하겠다. 진중권이 광우병 파동이 대중의 뇌리에 남긴 임팩트가 사그라지기 전에, 구체적으로는 오늘부터 한 달 안에 대입수험용 논술교재를 펴내면 그는 평생 놀고먹어도 괜찮을 만큼의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 황우석 사건은 소문만 요란했지 실리적 측면에서는 영양가 없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중고등학생들과, 아이들 점수 올리는 데에 도움만 된다면 지옥에 뛰어들 각오라도 되어 있는 엄마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였다. 대학입시와는 별로 관계없는 사람들이 황빠와 황까로 나뉘어 죽을 둥 살 둥 하며 싸웠을 뿐이다.
광우병 사태는 시장 제대로 개척하고, 광고 화끈하게 때린 경우다. 진중권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다. 부러워서 그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를 틈틈이 빨아주는 거였는데. 중권이형, 그동안 미안했어! 우리 앞으로 같은 편먹자.
진중권이 논술시장의 천하통일을 노리고서 광우병 논쟁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에 다시금 등극한 것 빼놓으면 본전치기한 셈이다. 우리가 정말로 부러워해야 할 인물은 문화방송 기자에서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변신한 김은혜다. 그녀의 횡재는 가까운 과거시제 겸 현재진행형이다.
얼굴 예쁘고 말솜씨 야무진 딸을 가진 부모들은 딸자식을 방송국 기자로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기 바란다. 이만저만 남는 장사가 아니다. 100억 원 언저리의 자산을 보유한 청년갑부를 사위로 맞아들이려면 딸이 공중파 방송사의 간판 여기자가 되는 것이 지름길로 여겨지는 까닭에서다. 슈퍼스타 심은하의 반려자와 국민요정 김희선의 신랑도 김은혜 부대변인의 남편보다는 가난(?)하지 않을까?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중에서 두 번째 부자는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으로 밝혀졌다. 김수석은 고려대 교수 자격으로 한국일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했었다. 내가 한국일보 애독자였던 터라 그의 칼럼내용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과감한 개혁과 변화를 추진해 깨끗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그런 김병국 수석이 그토록 돈이 많을 줄은 몰랐다. 과거에 이것저것 스타일 구기는 행동도 많이 한 모양이다. 알고 보니 그는 동아일보 사주 일가란다. 대한민국 로열패밀리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솔직히 말해서 김병국 수석이 돈이 많을 걸 비난할 건 못 된다. 그는 돈이 많은 상태로 단지 태어났을 따름이다. 자기의 신분을 어머니 뱃속에서 자유자재로 골라서 세상에 태어나기는 불가능한 노릇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가난뱅이보다 이왕이면 부자로 태어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부자로 태어날 수는 없으나 부자가 되는 경로를 선택할 순 있다. 김은혜 부대변인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병국의 부유함이 본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출생의 산물이라면, 김은혜의 부유함은 다 자란 어른의 적극적 선택의 결과다. 부자로 태어난 게 죄인 김병국 수석만 좀 억울하게 되었다. 착각하지 말기를. 선택은 자유이되 부자가 되기를 선택했다고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지상파 텔레비전의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큼의 실력과 외모가 받쳐줘야 한다.
시청자의 한 명으로서 유감스러운 대목은 따로 있다. TV 뉴스를 진행한 경력이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나는 데 톡톡히 기여한 걸 빼놓으면 별다른 공익적 효과를 사회에 선사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언론계의 후진적 현실이다. 예컨대 바바라 월터스 같은 미국의 저명한 여성 앵커가 자신이 언론인으로서 쌓은 지위와 명성을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용도로 써먹지는 않는다.
MBC 문화방송에 몸담았던 당시의 김은혜 기자는 시청자들에게 김주하 아나운서와 라이벌로 통했다. 이명박 정권에 몸담은 청와대 비서관들의 재산공개를 계기로 라이벌 구도에 변화가 필요할 듯싶다. 김은혜 부대변인과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인물이 김주하에서 노현정으로 바뀐 느낌을 받는 이들이 비단 나만은 아닐 테니까. 광우병 대란만 아니었다면 김은혜 부대변인은 국민과 네티즌들로부터 온갖 험한 소리를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재산공개에 때맞춰 미친 소들이 날뛰는 덕에 운 좋게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김은혜 부대변인은 지금쯤 너무 기쁜 나머지 머리에 꽃 꽂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청와대가 MBC PD수첩에 소송을 걸겠다고 한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단다. 청와대 고위직으로 있는 인사를 이리도 혹독하게 씹어 돌렸으니 이제 어떻게 하나? 국민원로가 진짜로 친하게 지내야 할 사람은 진중권이 아니라 아무래도 김은혜 같다. 개그맨 김구라 모드로 잠시 변신하련다. 김은혜 부대변인님 최고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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