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2
아주대 중증외과의사 이국종 선생의 수필, 두 번째 책의 독후감을 요약한 내용이다
사람은 모두 늙어가고 그 끝은 죽음인데 모두 죽음을 두려워한다. 나이를 먹으면 만성질환으로 병치레하기 마련이고, 수많은 의사들이 거기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각종 뉴스들은 암, 알츠하이머, 당뇨 등에 탁월한 약품이 새로운 치료제 신약으로 나왔다 보도들을 하곤 한다. 이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로 보는 것이 의사들이다. 사람은 나이 들면 얼굴이 늙어가듯이 내장기관도 낡고 고장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대체 부품이 없는 존재다. 만성질환은 노화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재원을 아무리 많이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다. 개도국 평균수명이나 선진국의 평균수명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의료계의 재원이 만성질환에만 집중되는 한국의 현실은, 현실 정치와 일반 국민 그리고 의료계의 합작품으로 보인다.
사실 의료비를 적절히 투입했을 때,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중증외상이다. 그것이 의료계의 정설이지만, 한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실 한국의 어떤 분야가 그렇게 세계적인 표준을 좇아가겠는가? 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몇몇 민간 기업을 제외하곤 한국 사회의 어떤 분야도 세계표준을 추구하지 않는다. 다들 제 살길 찾기에 고도로 특화된 이 사회에서, 이국종은 그간 쓸데없는 짓만 해온 것 같다고 말미에 쓰고 있다.
이국종은 전주이씨 광평대군 파로 그의 부친은 이범*으로 육군상병 시절 전투에서 파편이 왼 눈을 실명한 상이용사로 죽어, 그간 예우를 40여년 못 받다가 최근에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된 모양이다. 이국종은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아 대쪽 같은 성품뿐 아니라 왼 눈까지 유전됐는지, 그의 업무과로로 인해 제 때 치료와 휴식을 못하여 失明을 하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쓰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국종과 환자만 實名이 없고, 긍정적인 등장인물은 모두 實名이다. 수 많은 적대 세력은 물론 이름을 쓰지 않았다. 이 책이 2018년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이런 실명 덕일 수도 있다고 본다. 후면에는 등장했던 모든 사람의 간략한 인물 지를 첨부했으니 금상첨화다. 간호사는 더 길게 잘 설명을 했고, 장관 지사 사령관 장군 등은 간략하게 인물을 설명했다.
세월 호 침몰 때 이국종은 헬기로 아주대에서 현지에 급파되어 상황을 자세히도 알아 기록을 했다. 이 대형 사고에 국가적 대응이 너무 미약했음을 지적한다. 대형 국가적 재난에 컨트롤타워가 없이 보도 통제만을 하고 배가 가라앉을 때 까지 귀한 시간에 수백억의 장비와 헬기가 즐비하게 팽목 항에 주기하면서도 즉각 대응을 못한다. 그것은 업무소관이 누구냐를 찾는 공무원들의 구조적인 생태계를 지적한다. 전투하는 군인이나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중증외과의사는 칼로 베어 열고 환부를 도려내고 묶고 실제 일을 해야 사람을 살리듯이, 국가적 대재앙이 닥치면 선 최상의 조치를 취하고 차선책을 강구해야 하는 전투병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례연구가 없었던 우리사회가 실로 많은 인명을 죽이고 다시 진상조사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처절한 패배를 맞본 것이다.
중증외과의사가 헬기를 타고 구축함이나 잠수함에 밧줄을 타고 내려가, 환자를 최초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헬기로 끌어 올린다. 이 일은 의사나 간호사는 전투군인처럼 실전 훈련을 해야 서로가 다치거나 당황하지 않은 것은 자명한 일인데, 이 훈련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비바람이 부는 악조건이면 꽤 무거운 장비를 메고 밧줄로 하강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 훈련과 구조과정에서 이국종은 어께 뼈를 다친다. 그리고 간호사는 낙태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주대 중증외상센터가 2016년 3월 드디어 새 건물에서 진료를 시작한다. 새 건물을 짓는데 병원 공사의 최초 체크포인트는 승강기의 넓이와 출입문의 폭이 먼저인 점은 건축전문인인 나는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이 문제를 먼저 풀지 않으면 다음은 단추를 잘 못 꿴 것처럼 꼬이게 된다. 건물의 부지 여건상 승강기의 폭을 키울 수 없어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고 승강기 문은 고려치 않아서 짓고 보니, 대형수술침대를 넣기 위해 승강기 문짝을 다시 시공한 모양이다. 병원 공사에서 이러한 실패사례는 자주 목격된다. 그리고 60병상을 관리할 의사와 간호사의 충원에 대한 애로사항이 묘사되고 있다.
석해균 선장 건으로 잠시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을 받던 광역중증센터의 국가적 사업이 관련업체의 욕심으로 정부지원금이 나온다고 하니 열풍이 분다. 사유와 이권에서 다투는 부시맨 영화처럼 돌아간다. 최초 공모 시 대형병원이 내놓았던 말은 지금과 달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외상환자가 없으니 다른 일을 하게 해달라는 주장을 편다. 무용론과 함께 국가적 지원이 끊어지면 쉽게 정리될 수도 있었다. 곧 끝나겠구먼― 차라리 끝나는 게 좋겠다고 넋두리를 그도 하고 있다. 그리고 석회균 선장 건 같은 큰 사건이 터진다.
2017년 아주국제외상학술대회가 11월16일 예정된다. 준비를 하던 13일 ‘샌디에고’ 외상센터 라울 코임브라 교수가 경기남부권역센터 시스템을 돌아보려고 방문해 있었다. 그날 오후 더스트오프 팀 상황실에서 급전이 들어온다. Dustoff is coming down to Ajou Trauma Center in 10 minutes. Estimated time of arrival 10 minutes. I say agin, EST 10……. 도착 예정 시간 10분. 싣고 오는 환자는 총상을 입은 군인이란다. 흉복부와 사지에 다수의 총상을 입은 환자라고 했다. 인계 받은 환자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환자가 총상을 입은 곳은 최소 5곳 이상이었다.
그런 와중에 군과 국정원 관계자들이 센터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환자가 북한군 병사라고 전해왔다. 북한군인과 이런 식으로 조우하는 일은 그에게 낯설지 않았다. 환자는 순차적인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했다. 총알이 10여 군데의 내장을 관통하고 지나며 파열시킨 장에서 흘러내리는 온갖 내용물이 장기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피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이국종은 피 구덩이 속에서 스멀거리는 기생충들을 보았다. 다수의 기생충에 의료진은 놀란다. 이 기생충을 그냥 두면 꿰맨 장기를 파열시킬 것이다. 이 때 참관하던 코임브라 교수가 외친다. 이 교수,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기생충을 없애야 해, 그리고 이국종은 기생충을 짜내기 시작한다. 그것이 우선이다. 1차 수술을 마치자 의료진은 모두 피 칠갑이었다. 환자는 배가 열린 채로 중환자실로 옮긴다.
2차 수술 후 기생충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날 선 비판이 튀어나왔다. (북한의 군인조차 기생충에 노출된 조악한 경제난이 문제이지, 무슨 인권을 조롱한 것 인양 몇 정당에서 말 뿐인 국회의원들이 발언을 하고 나선 것이 방송에 한참 뜨거웠다.) 나는 조직의 일개 의사일 뿐이다. 환자는 국가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국종은 무관하게 그 말들 한가운데 놓였다. 말의 잔치 속에서 이리저리 뒤채인 인생이 한심스러웠다. 대부분의 정당이 농민과 노동자를 위한다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자에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없었다. 한국 중증외상센터의 인력은 영미권의 1/3에 불과하다. 북한군 병사의 목숨은 이승에 남았다. 그 덕에 외상중증센터의 사회적 관심이 다시 일어났다. 평소에는 중증외상센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새 정부에 청원했다. 유명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북한군 병사의 생명을 건진 것이 확실해진 시점에 중중외상센터의 난맥상을 고발했다. 그나마 여론에 먹고 사는 정치권이 미미한 반응을 보였다.
장관이 다녀가고 난 후 달라진 것은 크게 없었다. 여론은 순식간에 온도가 달려졌다. 이슈와 관심자체가 작았던 만큼, 지원을 약속해 줄 것 같은 정부관계와 언론이 흩뿌리던 말잔치의 결과물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2018년 시작을 알리던 겨울이 그렇게 지나갔다.
중증외상센터는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최 일선의 첨단기지여야 한다. 이 환자들은 급작스럽게 발생한다. 석회균 선장이나 북한병사처럼 총상을 당한 환자와 전투, 훈련 등에서 발생한 젊은 군인들과 산업재해 현장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각종 교통사고에서도 나고, 자살이나 부부 싸움에서 나며, 조폭의 칼부림에서도 일어난다. 모두들 우리 국민들이다. 의사는 판검사나 경찰이 아니다, 죽어가는 생명을 우선 살려야 하는 것이 그들에게 하늘이 준 임무이다.
그런데 급박하면 헬기로 수송할 수박에 없는데 의사에겐 헬기가 없고 병원에는 수익성이 적다고 인력을 배치를 죽지 않을 만큼 한다. 그리고 백화점식으로 우리는 중증외상센터가 있다고 광고를 하는데, 정작 고생을 의사와 간호사가 하고 생색은 병원과 국가가 받는 꼴이다. 그나마 이국종 같은 의사가 있기에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체면이 선 것인데, 그런 그를 두고 같은 의사들이 더 그를 갈구고 있다는 것이 읽은 느낌이다. 그리고 병원 인근의 관할구청이나 주민은 헬기로 인한 소음을 병원에 묻는데 따지고 보면, 수원은 비행장이 먼저인 도시이고, 아주대 중증외상센터 주위는 내가 수원에서 공사를 하던 1989년경에는 허허벌판이었다. 그 후 아파트허가를 해준 구청 책임이 먼저이고, 그런 위치적 불리함을 알고 입주한 입주자 몫이지 아주대 중증외상센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바위 빼지 말고 절이 소란하면 중이 떠나고, 중이 없어지면 구청은 절을 없애야 한다.
그나마 대한민국 의술의 존심을 살린 이국종선생에게 경의를 표하며, 류의태, 허준 선생과 같은 명의로 대를 잇는 선생과 같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기를 희망하고 격려의 말을 전 한다.
2019.03.05.
골든아워-2
이국종 지음
흐름출판 발행
첫댓글 자신이 위급을 당하였다면
소음에 대한 아우성을 치지 않을 것이며
국가나 병원에서도 영리에 목적을 두기보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우선 되어야함을 지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