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 고만한 소읍엔 일년에 한두번씩 온 동네가 왁자지껄 해지는 행사가 있습니다
서장님 읍장님 부터 통장 아저씨 반장 아줌니까지 죄다 모이는 그런..
그날도 그런류의 행사였습니다
주제나 모토는 기억나지 않고..아니 애초에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듯 합니다
그저 웅성 웅성한 붕붕 뜨는 동네 분위기에 편승해서
덩달아 온동네 쫓아 다니는 떼까치 같은 코흘리게 패거리 였지요...
집에서 먹는 따뜻한 밥 한그릇보다 밖에서 먹는 가락 국수가 왜 그리 달게 느껴졋는지
그날 울 동네 집에서 밥 먹는넘은 한넘도 없엇습니다
그 국수 한 그릇 공짜로 얻어 먹것다고
연신 품어져 나오는 하품 억지로 참으며 읍장님 연설 끝나기만 기다리고..
기나긴 배식줄 속에서도 첨 보는 기다란 찜통이며 목이 엄청 긴 국자 ..
대용량 배식기들이 뿜어 내는 뽀얀 김들이 연출하는 나름 이국적 풍경에 도취되어 지루한줄 몰랏엇지요
어른들이랑 똑 같은 양의 커다란 그릇에 수북히 담긴 면발 굵은 국수에 마냥 흐뭇해 하며
볕 좋은 양지를 찾아 고만 고만한 넘들끼리 한자리 넉넉히 차지 한후 그들만의 만찬을 벌입니다.
국수라는 1차 목표에 만족하고 배도 부르고 모든게 심드렁 해질 무렵 두려움 보다 더 못견디는게 무료함 이엇던 그들이
모의를 하고 작당을 해서 찾아낸 그들만의 소일거리는
어른들이 알면 필시 좋아 하지 않음에 틀림 없는 짓이엇지요
써커스단 외부 천막 침투라는...
말뚝을 박고 천막을 두르고 나름 보안 유지를 햇다만
어디 그 동네 토박이 골수 게릴라들 한텐 먹히나요 한 두어 바퀴 휭 둘러 보곤
바로 어느 모퉁이가 느슨하고 어느 말뚝이 약하고 어느 구석이 개구멍이 있다 바로 파악 되엇지요
아.... 결국 봣습니다
와이즈 뮬러가 (후엔 론엘리로 바뀌엇죠) 아아아아아~~~~~~~~~~~~~~~~~~~~
목젖 울리는 고함을 지르면
코로 소방차 소리를 뿜어 내며 달려 오던 짐승이 거기 있었습니다
그 덩치는 그야 말로 경이 그 자체였습니다
그 경이에 압도 되어 치타는 있는지 없는지도 못 봣습니다
그 산만한 덩치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감히 범접을 못할만 햇습니다
저런 짐승을 다루는 타잔은 가히..정글의 왕이로고...
난다 긴다 하는 우리 동네 특공댄 기가 팍죽어 그저 팬스에 바짝 붙어 게 걸음을 하며
그 짐승을 벗어 나기만 바랏지요
그러다 한넘이 밟앗습니다...응가...
그 짐승은 응가도 무쟈게 컷습니다
거짓말 좀 보태면 밟은넘 종아리 까지 푸욱 들어가는거 같앗습니다
얼매나 급햇으면 그넘은 쫀득한 응가에 신발까지 뺏기고 맨발로 도망 갔습니다
넘어지고 구르고..울고 ㅋㅋ
소란에 놀란 어른들이 들어와 상황 정리 하기 까지 난리도 아니엇죠^^
죄다 일렬로 무릎 꿇고 앉아 꿀밤 세레를 받고
응가 밟은넘 목간 하고 올때까지 손들고 있어야 했습니다
새삼 느낀건 저지레를 해도 먼저 쓰러지면 야단을 덜 맞는구나...그 똥 밟은넘은 놀랫다고
꿀물 타 먹이고...우이..우리들은 꿀밤 맞고 ㅡㅡ;;
그너마 땀시 어른들 한테 들켜 뽀록 낫구만..벌은 저 혼자 피해가고
무쟈게 성토 햇습니다 비겁한넘이라고
더 환장하는건 팔이 저릴때쯤 그넘이 입에 떡을 물고 나타난 겁니다
당시 울동네엔 화장실에 빠지면 측신한테 고사 지내야 한다고 백설기 하던 풍습이 있었어요
그래서 인지 이넘은 떡까지 먹습니다..
똘똘말이 왕꿀밤 한대로 풀려나기 전까지 그넘이 무쟈게 부러웟지요
어른들이 곁에 있고 슬슬 긴장도 풀리고 하니
아까까진 못 보던 것들도 하나 둘씩 보입니다..
보면서도 의아 햇던게
그 짐승을 묶어 놓은 줄이엇어요 엄청 가는 줄이엇어요..
제 눈에만 이상하게 보인건 아닌듯 합니다
통장 아저씨도 궁금한지 거기 조련사 인듯한 아저씨 한테 물어봅니다
보소 아자씨...
??
뭔노무 코끼리 끄내끼(줄)를 똥개 큰넘 목줄 만한 걸로 묶어 놧능교..
저거 저라다 끈끼면(끊어지면) 아까 아들 다 밟혓을거 아이라..??
저거 저거 무슨 힘이나 있나 저거 쪼게난 쇠사슬이..??
그 아저씨..(다시 생각 하니 조련사는 아니고 사육사 인듯 왜냐면 아직 많이 남은 응가 치우고 있엇으니)
걱정 마세요..
저넘은 아주 어릴때 부터 저 줄에 묶여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저넘 덩치론 작심하면 끊어 버릴수야 있지만 저넘은 감히 그럴 엄두를 못 냅니다
지금 제 힘은 생각 못하고 아직도 저 줄은 제게 있어선 세상에서 가장 질기고 튼튼한 줄이라는
인이 박혀 있습니다
저넘은 젓가락 처럼 굴리고 노는 통나무 보다 저 줄을 더 무거워 합니다..
.....
.....
며칠을 작업한 기획이 제자리 걸음 입니다
실측후 정밀 내역을 추린다 해도 그닥 달라질게 없을듯한 여건
단가 박하고 인력 딸리고 진행 해봐야 득보다 실이 많은 현장..
시작 하기전에 미리 이쯤서 손 떼는게 현명 하다는 생각이 굳어지는 지금
또 한번 불쑥..
그 옛날 코끼리가 떠 오릅니다..
내가 그 코끼리는 아닐까...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설정한 한계에 묶여 감히 다른 방향은 모색하지도 못한채
그 속에 갇혀 버린건 아닐까..
한번 더 당겨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오진 않을까....
이 혼란이 순수한 기술적 측면의 의욕일까...어떤 형태든 적자는 면해야 한다는 상업주의적 강압에 기인한 까닭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 지는 아침 입니다...
^^
카페 게시글
┣──카페수다방──┫
써커스단의 코끼리..
이하
추천 0
조회 59
08.09.02 10:03
댓글 7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
첫댓글 이하님이 원하시는건 뭘까요? 일은 원하는대로 이뤄져야죠!^^
그렇게 묶여져있는 줄에 의지하여 산 날이 벌써 20년가까이.. 두아이의 엄마 줄.. 5형제의 맏메누리 줄.. 조그만 사업하느라 맨날 파김치되어 들어오는 한남정네의 안사람줄 .. 그줄이 지금의 나를 철들게하고 날 만들어준거 같아요.. 처녀적엔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전국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부모님속 어지간히 썩여들였는데... 지금 다시 그줄을 풀어놓고 니맘대로 살아봐라..하면... 한 며칠은 자유다~하고 살지모르겠지만 다시 그줄에 매여있고싶을꺼에요. 지금 우리나라 남자들의 어깨가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으로 많이 쳐져있지만 이하님처럼 여러가지 코끼리줄에 매여 버둥대면서도 어찌해볼수 없는 국내경제때문에 어쩔수없이...^^*
어릴적생각이나는 글이네요...........한참을 웃다가 갑니다^^
대학 1년 때 필수과목으로 공업제도 공부한 적 있는데.. 그 땐 참 잼나게 했고, 따라서 점수도 에이뿔따구 받아 내 적성에 맞나? 잠시 착각의 길로 접어들 뻔 했는데 푹 안빠졌던거이 잘 된건가? 아니다.. 이런이런.. 이제보니 나도 영락없는 그 코끼리가 아닌가뵤?
저도 가끔은 지금 이길이 내길이 아닌데..하는 생각에 줄을 놓을까도 생각해봅니다..하지만 그러다가도 다시 잡아버리곤 하네요..아마 다른길을 갔어도 지금처럼 후회를 했을거라는 생각도 들고...지금 이길이 최선의 길이라고..나에게도 우리 신랑에게도 합니다..가끔은 나처럼 힘들 신랑을 생각하면서 신랑줄 내가 잡아주고있었야 겟습니다..ㅎㅎㅎ 이하님 최선을 다하시는것이 최선의 길일겁니다..지금의 일고 앞으로의 일도...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 홧팅입니다.ㅎㅎㅎ
홧팅입니다!!
행복하게 일하던 시간들이 그립습니다.머릿속에서 톡톡 튀어나오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전도유망한 한때를 지나 이젠 생각주머니좀 편하고자 안일하게 계획해 자극보단 평범으로 하루..일주일..한달을 시행하는 열정없는 내가 되었습니다.....올해 아직 반이나 남았으니 지금까지 잃었다고 생각한것들을 남은 반에서 채워보렵니다.힘내세요 이하님!!홧팅 think~~th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