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 읽어주세요.
-2ch 오컬트판에 있었다고 하는 꽤 유명한 글입니다.
-가급적이면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열람을 삼가해달라고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지인분이 언급하시길래 어찌저찌 하다가 제가 번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타 및 어색한 표현 지적 환영합니다.
-내용이 꽤 많아서 한동안 이것만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고.
-절망의 세계 시리즈는 내용상 문제시 되는 부분이 많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모든 글이 그렇지만, 모바일 보다는 PC쪽이 좀 더 정갈하게 보이는 점 양해바랍니다.
절망의 세계
-나(僕)의 일기-
<부식편>
제1장「심연의 벌레」
벌레라고 부르지마. …죽어.
서막
[11월 8일(일) 맑음]
오늘은 홈페이지 개설 기념일입니다.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안 좋은 일도 전부 쓸 생각입니다.
저의 주변 사람은 제가 인터넷을 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아는 사람에게 들킬 걱정은 없으니 자유롭게 쓰겠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제1주「공음(蛩音)」
[11월 9일(월) 맑음]
오늘은 도시락에 벌레가 들어 있었습니다.
뒷자리의 오쿠다가 웃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쿠다가 벌레를 넣은 것 같습니다.
벌레는 젓가락으로 집어서 버렸습니다.
밥이 갈색으로 변해버렸지만 아까워서 전부 먹었습니다.
조금 쓴 맛이었습니다.
[11월 10일(화) 맑음]
어제 벌레가 들어간 도시락을 먹은 탓에 제 별명이「벌레」가 되었습니다.
오쿠다가 말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모두 따라 하고 있습니다.
역시 밥알 사이에 들어있던 벌레의 다리도 버려야 했습니다.
널부러진 다리까지 골라내는 게 귀찮아서 같이 먹어버렸습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11월 11일(수) 맑음]
「벌레」라는 별명이 굳어질 것 같습니다. 다른 반 애들까지 저를「벌레」라고 부릅니다.
특히 오쿠다가 끈질깁니다. 너무 끈질기게 굴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랬더니「*벌레라서 무시하는 거냐? 히히히」라고 쓸데 없는 소릴 했습니다.
오쿠다에겐 개그 센스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시합니다.
(*벌레의 일본어 발음이 '무시')
[11월 12일(목) 흐림]
아침, 학교에 갔더니 저의 책상에 커다랗게「벌레(虫)」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조각 칼로 새긴 것 같습니다. 깎고 난 쓰레기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따끔따끔 거려서 무척 싫었습니다.
오쿠다가 조각칼을 가지고 책상을 파는 짓을 했지만, 또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랬더니「무시 하지 마라」하고 소리치며 저를 때렸습니다.
아팠습니다.
[11월 13일(금) 흐림]
13일의 금요일. 드디어 저를 본명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어졌습니다.
눈 앞에서 오쿠다가 출석부 속 저의 이름 부분을 수정액으로 지웠습니다.
그 위에「벌레」라고 쓰고 저에게 보여줬습니다.
신발장의 명찰과 연락부까지 당했습니다.
더 이상 이 학교에 이와모토 료헤이라는 인간은 없습니다.
저는 벌레입니다.
[11월 14일(토) 맑음]
책상 속에 벌레가 들어 있었습니다.
스카치 테이프로 「네 친구」라고 적힌 쪽지가 붙여져 있습니다.
오쿠다의 글씨였습니다. 테이프를 벗기자 벌레의 껍질도 같이 벗겨졌습니다.
아직 살아있었지만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주었습니다.
즙이 흐르는 느낌이 무척 사랑스러워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눌러 비볐습니다.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11월 15일(일) 맑음]
학교에 안 가는 날이 이렇게나 기다려 지는 것은 처음입니다.
부모님도 제 마음 속 SOS를 알아채주지 못합니다.
유일하게 여동생인 사키 만이「오빠 요즘 기운 없네. 무슨 일 있어?」하고 걱정을 해줍니다.
저는「딱히.」라고 대답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울면서 사키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괴롭습니다.
제2주 「침식(浸食)」
[11월 16일(월) 비]
HR시간, 학급의 왕따 문제에 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학급위원인 아라키 씨가「최근 이 학급에 왕따가 있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때 뒤에서 쪽지가 돌았습니다.「네 얘기지?」라고 써있습니다.
오쿠다가 킥킥 웃으며 책상 아래에서 발을 찹니다.
방과 후, 아라키 씨는 오쿠다네 그룹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보지 못한 척 했습니다.
[11월 17일(화) 흐림]
아라키 씨의 안경이 왜인지 망가져 있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학급 게시판에 붙어있던「왕따, 꼴사나워.」라는 포스터도 떼어져 있었습니다.
포스터는 제 책상 속에 구겨진 채 들어있었습니다.
오쿠다에게「그 포스터, 왕따 당하는 새끼가 꼴사납다는 의미라고.」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몰랐습니다.
[11월 18일(수) 흐림]
오늘 아침, 책상 속에 쪽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방과 후 교실에 남아주세요. 아라키」라고 써있습니다.
방과 후 아라키 씨를 보는데, 갑자기 망가진 안경을 던져옵니다.
「너 때문이야!」하고 소리칩니다. 아라키 씨는 그대로 뛰쳐나갔습니다.
집에 가는 길, 오쿠다와 아라키 씨가 같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11월 19일(목) 흐림]
오쿠다가 아라키 씨의 망가진 안경의 수리비를 청구했습니다.
왜 오쿠다가 그러는 걸까요.
거기에 저는 아라키 씨의 안경을 망가뜨린 기억이 없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렌즈 요금을 포함해 3만엔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저금통을 깨지 않으면 낼 수 없습니다.
옆에서 아라키 씨가 와서「나는 잘못 없어. 벌레가 나쁜 거야….」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제가 나쁜 모양입니다.
[11월 20일(금) 맑음]
3만엔을 오쿠다에게 건넸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아라키 씨의 새로 살 안경값을 내라고 합니다.
꽤 비싼 것을 사려는지, 5만엔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런 거금은 없습니다.
아라키 씨는 어제부터 눈을 마주쳐주지 않습니다. 역시 제가 나쁜 탓인 걸까요.
그렇다 해도 저의 무엇이 나빴던 걸까요.
예전에 실내화 냄새를 맡고 있던 걸 들킨 걸까요.
아무도 보지 못했을 텐데요.
[11월 21일(토) 맑음]
5만엔을 마련하지 못해서 오쿠다에게 대신 껌을 주었습니다. 맞았습니다.
그 후 몇 명인가 와서 저를 둘러쌌습니다. 그 중에는 아라키 씨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발로 차이던 중, 아라키 씨는 저를 향한 괴롭힘을 비난한 탓에 오쿠다에게 맞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아라키 씨는 저를 차고 있습니다.
그 눈은 무척 충실했습니다.
잘 된 일입니다.
[11월 22일(일) 흐림]
결국 제가 여자애의 실내화 냄새를 맡았던 일은 들키지 않았습니다.
일단 책상 서랍에 숨긴 것과 집으로 갖고 간 실내화는 전부 버렸습니다.
아라키 씨의 실내화도 있었기에 구석구석 핥은 뒤에 버려두었습니다.
저의 컬렉션(수집품)은 실내화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적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괴롭힘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복잡합니다.
제3주「격화(激化)」
[11월 23일(월) 맑음]
오늘은 휴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 박혀있었습니다.
사키가 친구랑 놀러 나가버려서 저는 혼자였습니다.
부모님과는 필요한 이야기밖에 하지 않습니다.
사키는 친구가 많아서 부럽습니다.
반에서는 꽤 인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친구가 없습니다. 제대로 대화 해주는 사람은 사키뿐 입니다.
학교 애들은 싫지만 여자애들이 쓴 물건은 좋아합니다.
그것만이 학교에 가는 이유입니다.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11월 24일(화) 흐림]
학교에 갔더니, 저는 인기인이 되어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자 마자 오쿠다가「얘들아─! 벌레가 왔어─!」하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왜인지 성대한 박수로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모든 행동을 오쿠다가 설명합니다.
말을 걸려고 해도 오쿠다가「지금 벌레가 뭔가 말하고 있네요. 혼잣말 일까요.」라고 말해 아무하고도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신기합니다.
[11월 25일(수) 흐림]
제가 지나가니 길이 열립니다.
모두가 피하고 있나 싶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가끔 스쳐 지나갈 때 머리를 때리는 사람이 몇 명 정도 있습니다.
발로 차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전부 오쿠다 한테「벌레를 만진 용사」로서 보상을 받았습니다.
교실의 칠판에는 구석에「벌레를 만진 사람은 알콜로 제대로 소독합시다.」라고 써있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11월 26일(목) 맑음]
교실로 들어가면 여전히 벌레로 맞아 줍니다.
하지만 집에 갈 땐 아무렇게나 내버려 둡니다.
쓸쓸해서 아무도 없는 방과 후에 여자애들의 사물함을 뒤졌습니다.
체육복은 전부 가지고 간 듯 해서, 어쩔 수 없이 실내화를 가지러 갔습니다.
오늘은 왜인지 이상하게 흥분해버려서 입으로 물고 빨아버렸습니다.
괴롭힘에 대한 반동인 걸까요.
진정이 됩니다.
[11월 27일(금) 흐림]
오쿠다에게 들켰습니다. 사진을 찍힌 순간에야 눈치챘습니다.
방과 후에도 저를 미행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내화를 입에 문 채 망연해 버렸습니다.
오쿠다는 정신 없이 웃으면서「내일을 기대하셔.」라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저는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운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방과 후,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습니다.
시간을 돌리고 싶습니다.
[11월 28일(토) 비]
아침, 사키가 중간까지 같이 가자고 말해서 학교에 가버렸습니다.
사실은 쉴 생각이었습니다.
학교 여기저기에 어제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자 차가운 시선이 맞아 줍니다. 이상하게 조용합니다.
책상서랍에는 남자용 실내화가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벌레는 죽어버려.」라고 말하는 게 들렸습니다.
폭력적인 괴롭힘이 집단 괴롭힘으로 변해, 완전히 무시당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노골적으로 무시합니다.
유일하게 오쿠다 만이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학교 안 나오면 집으로 사진 보낸다.」라고 말합니다.
도망칠 수 없습니다.
[11월 29일(일) 맑음]
오늘은 쉬는 날. 내일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키에게도 들켜버립니다.
저는 결코 나쁜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금 남이랑 다른 취미를 가진 것 뿐입니다.
출처-http://oneplz.tistory.com/m/483?category=559551
첫댓글 잘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