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신문]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열린 글로벌 스포츠 제전은 개막 전 예상했던 것보다 울림이 무척 컸다.
필자가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기 직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챙겼다. 지난 예선전에서 중간
주자가 넘어져도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통과했으니 결승전을 편안하게 보겠다 싶었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경기라 혹시나 하는 심정도 있었다.
1994년부터 시작된 계주의 금메달 행진은 2010년을 제외하고 6번째라 하니 대단한 기록이다. 이 글을 통해 최강전통을 이으려고 마음고생
심했을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지난 11일에는 우연찮게 TV로 크로스컨트리 남자 4×10㎞ 계주 경기를 봤다. 마지막
주자들이 메달경쟁을 벌이며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20여분의 장면이 너무도 인상적이었고 그 여운이 지금도 남아있다.
체력이냐
정신력이냐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느끼게 하는 극한의 운동이다.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찮게 포착한
장면은 3개국의 마지막 주자가 순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던 중이었다. 당시 1위는 프랑스의 바크셰더(A. BACKSCHEIDER), 2위는
노르웨이의 클라에보(J.H. KLAEBO), 3위는 러시아의 스피초프(D. SPITSOV)였다. 1위와 2위는 한 몸처럼 붙어서 달렸고 3위는
50m 정도 뒤쳐져서 힘겹게 쫓아오는 형국이다.
1위는 간극을 벌이고 싶지만 설렁설렁 쫓아오는 2위를 떨쳐내지 못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2위는 앞지를 힘이 충분히 있음에도 더 이상 나서지 않는다. 해설자는 뒤에서 달리는 것이 체력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며 2위가
지혜롭게 경기를 운영한다고 했다. 반면 뒤쳐진 3위는 사력을 다해 온몸으로 달린다. 일그러진 표정과 가쁜 숨을 비집고 흘러내리는 침이 턱 밑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이미 체력은 바닥을 보인지 오래된 것 같은데 신기하게 조금씩 선두권과 간격이 좁혀진다. 해설자의 말을 빌리면 "내게 체력
안배란 없어! 죽을 때까지 가겠어!"라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도 그랬다. 그 정신력이 통했을까? 1시간 25분 경과된 시점에 드디어 3위는 2위
노르웨이는 물론 내친김에 1위 프랑스까지 추월한다. 프랑스의 바크셰더는 그렇게 그때까지만 1위였고 이후 3위로 쳐진다. 하지만 왁싱 상태가 좋은
스키와 적절한 체력안배, 전체적인 경기운영을 구상하며 달리고 있던 노르웨이 선수 클라에보는 간신히 1위로 올라선 스피초프와 나란히 달린다. 입
밖으로 나온 침도 닦고, 간간히 허리도 펴면서 여유를 부린다. 하지만 딱 마음먹으면 추월할 수 있는 간격은 여전히 유지를 하고 2위를 고수한다.
그러더니 결승점 500m 정도를 남긴 다음부터 폭발적인 레이스를 펼친다. 내리막 구간에서 여유 있게 스피초프를 따돌리고 이후 독주를 한다.
결승점 직전에 노르웨이 국기를 받아들고 흔들며 골인하는 세레머니까지 펼친다.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활동량은
체력이다
필자는 지점장 시절 때 마감 직전에 정신력 발휘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들었다. 정신력은 목표달성에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것은 체력이 감당될 때 요구되는 것이다. 현격한 실력 차이가 있을 때 정신력으로 극복하자는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체력의 비축
없이 정신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한 두 번은 가능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후부터는 부실로 이어진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멋지게 싸웠고 감동도 줬다. 하지만 이제는 체력도 키우고 선수층도 넓히며 지원하는데 신경써야 한다. 지점의 체력을 키우는 기본은
설계사의 활동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보험은 대수의 법칙이 엄격히 적용된다. 활동량 많은 설계사와 지점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러시아 스피초프 선수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은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목표를 향한 근성과 정신력 부분이 컸다. 하지만
그도 1등 못지않은 체력이 있었기에 정신력 발휘가 가능했던 것이다.
민병성 (주)KC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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