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뛰어난 분의 결재요령
- 브리핑시 끝자리 수들만 암산해보고 도표의 정오를 지적
- 전자결재시스템 하에서는 어떤 결재요령이 필요할까 ?
대통령선거 때마다 신문지상에는 후보 아들의 병역카드 변조 문제가
요란하여 그 진위를 놓고 공방을 벌여 국민들은 진상이 무엇인지 어리둥절하게 했다
관공서 공문서의 위조/변조, 회사의 결재서류의 사후변조 등은 무슨
일 이 있을 때 심심지 않게 들리는 얘기다. 이를 막기 위해 공문서의
경우 발행 시에 숫자등 중요한 부분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는 등 방지조치를 하는데 이런 문제를 볼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내가 60연대말/70연대 초 모회사에 근무할 때 예비역중장 출신의 Y사장 계셨다 이 회사는 월남전 때 미국에게 주월한국군용 한국식전투식량을 수출하며 통조림식품을 국내외에 판매/수출하던 당시 수출실적 한국4위의 회사였다
Y사장은 34세에 삼성장군이 된 분으로 두뇌가 명민하고 판단이 빨라
척하면 삼천리 식이라서 간부회의 때, 언제나 참석자를 긴장하게 했다 브리핑을 청취할 때는 복잡한 수치의 도표를 보며 수치의 계산이
틀렸다고 지적, 다시 하라고 지시하는데 물러 나와서 검산해보면은
과연 틀려있다
서류 결재를 올리면 수치나 한자 등의 잘못된 부분이나 말의 표현의
불분명한 부분을 친필로 고쳐놓고 도장을 찍어 놓는다
중요한 사항은 담당자를 불러 직접 듣고 결재하는데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라고 하며 더 물을 때만 추가 설명을 해야 한다 이 때는 서류내용은 거의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데 "자네가 제일 잘 아니 책임지고 해
나가라" 고 하여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결재 올린 사람에게 안도감을 뿐
아니라 사장이 자기를 신임한다고 생각하여 더 열심히 하게된다
많은 결재사항을 짧은 시간에 간단히 명쾌하게 처결하지만 임직원 누구도 사장이 업무내용을 경솔하게 잘 모르고 결재하거나 처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하여 양사장은 수치에 밝은 분, 천재적으로 명민한 분으로 생각하였으며 사장이 모든 결재서류를 끝까지 한 자 한 자 다 읽으니까 결재 올리기 전에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나서야 올렸다
한번은 그 분을 모시고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일행에게 본인의 결재요령에 대해 설명하는 말을 듣고 감탄한 적이 있다 브리핑 차트를 볼 때 도표의 수치에서 마지막 줄 (단수단위)만 위로부터 아래까지 합산을 해 보면 끝자리에서 안 맞는 수가 많은데 이런
경우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놓는다.
해당 임직원은 검토도 안 해보고 올린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다른
곳까지 재검토해서 다시 올리게 되므로 상하가 완벽하게 일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케 한다는 것이며 서류결재 시, 서류구석에 있는 한자를
고쳐놓으면 사장이 서류 하나, 하나를 끝까지 읽어본다는 증명이 되므로 사후에라도 첨부서류라 하여 함부로 바꿔치기 하거나 사후변조를 하지 못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관공서나 기업체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함부르크 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Paperless Port" 가 되어 서류를 모두 없애버리고 전산자료로 관청과 관련업계가 공동으로 그 단일자료에 의해 업무를 처리하여 관공서를 들락거릴 필요가 없어지고 모든 업무를 자기 책상에서 컴퓨터로 처리한다
이런 시대이니 우리 나라도 전재결재시스템 도입이 필수한 문제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자결재 시스템 하에서는 과연 병역관계서류
상에 기재내용 사후 변조 등의 가능성이 다시는 안 생기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정권유지차원이라면 공공기관이 조직적으로 서류내용을 은폐하기도
하는 세상에서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과거의 전산자료를 말소하거나
변조하는 일이 없어질까 하는 의문 말이다
인터넷뱅킹의 보안시스템만 보더라도 하도 복잡하고 자주 바뀌어 사용자는 이용이 쉽지 않아 은행이 같은 빌딩에 있을 때는 은행에 가서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다 이것은 이런 시스템에도 구멍이 있기 때문에 자꾸 보강하기 때문이라니까 회사나 관청
것은 사후변조나 은폐에 대해 어느 정도의 관리시스템이 마련되어있는지 ?
우리가 전산자료라면 120 % 신뢰한다 하지만 이것도 운영자가 믿을
만 할 때 그럴 수가 있는 것이다 On-line 시대의 결재시스템 보안문제를 생각하니 Off-Line 시대에 뛰어난 결재요령으로 직원들을 통솔하던 분이 생각이 나서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On-Line 시대라면 그분은 어떤 결재요령을 갖게 되셨을까
?
이호영
베네모어통상 대표/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물류신문】 2003년 4월 7일자 『이호영의 千字칼럼』(84) 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