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년 12 월 29 일 토요일 맑음
병문안을 가게 되었다.
우리들은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나눌수 있는 즐거움들을 위해 많은 애를 쓰게 되지만
세월이 토해내는 슬픔의 상처들이 눈처럼 쌓이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모진 병을 안게 되기 마련이다.
노령화 되어가는 시골 마을의 현실이 자꾸만 서글퍼지는 이유는
서로 돌보아 줄 가족들이 산지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텅 비어가는 시골 마을에 외로움만 가득하기 때문인데
그나마 아직도 한창 농사를 지어야 될 60 도 안된
윗집 형님네 형수님이 해마다 절뚝 거리는 다리의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양 무릎 관절 모두를 하지 말아야 될 수술을 하게 되었다.
평생을 들녘에서 허리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그 넓은 밭을 헤매이다보면 독한 농약의 폐해도 뼛속을 파고들지만
지치고 힘이 들 때 조금 쉬어주고 피로를 달래주면 좋을텐데
한시도 버려둘 수 없는 농사일 때문에 정작 내 몸을 돌보지 못한 채
견디기 힘든 통증을 병원으로 달려가 아픔을 속이는 진통제를 맞아가며
약한 관절들을 사정없이 혹사시키다 보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리기 마련이다.
젓가락처럼 가늘고 만지면 부서질것 같은 앙상한 다리를
사정없이 절단하고 철심을 박아놓았으니
그 뼛속을 파고드는 고통은 또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 ?
병원 침대에 처연히 앉아 혼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가늘어진 다리에 길게 내려그은 섬칫한 칼자국을 바라보니
가슴이 에인다.
내년 농사는 또 어찌해야 될지
소리없는 슬픔이 온몸에 묻어나는 형님네 부부에게
아무것도 못해드린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병원을 나와 영주 하이마트에 가게 되었다.
나가는 길에 어제 준공식을 마친 돌고개 경로당에 사용할
냉장고를 사기 위해 마을 이장과 경로회 총무와 아주머님 두분을 모시고
병문안 겸 쇼핑 나들이를 나온 셈이 된 것이다.
요즘 세상은 수완이 좋으면 득을 보기 마련이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만족을 시킬 수 있다면
그날은 기분좋은 날이 되는 것이다.
마을 살림이지만 오히려 살림 마련 기분을 함께 느끼며
큼지막한 냉장고와 크나큰 밥솥을 장만하였다.
연말이다보니 배달이 늦어진다기에
운송비를 조금 DC 받아 마을 형님께 전화를 걸어
트럭을 갖고 오게 하여 기름값을 드리고 냉장고를 직접 트럭에 싣고
밤 늦게 까지 기다리는 돌고개 노인분들께 갖다드리니
한바탕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노인분들이 애써 차려준 저녁을 맛나게 먹고
이어지는 술좌석을 피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실제 내가 해드린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수고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은것 같아
민망하기만한 하루가 되었다.
병원을 다녀오는 날은 늘 어딘가에 슬픔이 배어있는 것만 같아
쓸쓸한 마음이 쉽게 떠나질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