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복원된 전통소주는 12종…계속 늘어날듯

조선 3대 명주 ‘죽력고’ 제조 과정.(사진제공=정읍시 )© News1 박제철
전통누룩으로 발효한 증류식 소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려 충렬왕 때 몽고에서 들어온 증류식 소주는 일제강점기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1990년 부활한 뒤 최근에는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전통 소주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만들어졌던 약 48종의 전통 소주 가운데 지금까지 전래되는 소주는 12종이다.
전통 소주의 4분의1만 전래된 데에는 1965년 양곡관리법의 영향이 크다.
당시 한국전쟁으로 식량난이 극심하자 소주에 곡류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
한국전쟁으로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자 전통 누룩이 아닌 주정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로 대체됐다.
희석식 소주는 1970년대 노동자의 술로 인식되는 한편 조세징수 목적과 맞물려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희석식 소주 생산량은 1967년 14만7000㎘에서 1987년 66만3000㎘, 1997년 81만4000㎘, 2007년 96만3000㎘로 늘어났다.
경제성장으로 육식을 즐기면서 도수가 높은 희석식 소주의 판매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매출 규모별 술의 비중은 맥주가 54.3%, 소주는 35.3%로 전체 시장의 89.6%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종은 응답자의 65.1%가 소주라고 대답할 정도로 술은 소주로 대변된다.
세계 주류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술의 브랜드는 우리나라 하이트진로로 13년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서 만든 진로가 639만ℓ로 단일 브랜드로는 압도적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4위로 세계 10위 내에 2개의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소주와 맥주가 장악하고 국내 주류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증류식 소주가 조금씩 부각을 나타내고 있다.
1990년 소주에 쌀 사용이 허용되면서 증류식 소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에는 제조기술의 단절로 품질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의 전통주 명인들이 조선 3대 명주를 재현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면서 증류식 소주 면허장이 1996년 10곳에서 2013년 54곳으로 5배로 늘었다.
조선 3대 명주는 평양의 감흥로, 전주 이강주, 전라도 죽력고다.
감흥로는 찹쌀로 만든 소주에 계피, 용안육, 진피, 방풍, 정향 등을 가루를 내어 첨가해 빚어내는 선홍색의 붉고 달콤한 술이다.
40도 이상의 독한 술이나 약재의 향이 어우러져 부드러우며, 마신 후에도 역하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강주는 증류식 소주에 배와 생강이 들어가서 붙여진 이름으로 울금, 계피 등을 넣고 꿀을 가미한 후 장기간 숙성하는 술이다.
배에서 우러나오는 청량감과 생강의 매콤한 맛, 계피의 강한 향, 꿀의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죽력고는 대나무를 쪼개 열을 가해 얻는 대나무 기름인 죽력, 꿀, 생강 등을 넣은 증류주로 녹두장군 전봉준이 서울로 끌려가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혁명의 기개를 잃지 않기 위해 찾았을 정도였다.
지역의 소주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활용하거나 전통 소주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안동소주는 1335년 몽고군이 전초기지로 삼았던 안동에서 내려오는 우리나라 소주의 원형으로 마잎을 사용해 풀향기가 나는 독특한 누룩과 좋은 물이 비결이다.
남한산성소주는 다른 양조법에서 사용하지 않는 재래식 엿물을 누룩과 술밑에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경기도 일대에서 즐겨 마셨다.
2014년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남한산성 소주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고소리 술은 좁쌀로 오메기떡을 만들어 오메기술을 빚고, 발효 후에 소줏고리를 이용해 증류를 하는 제주를 대표하는 소주다.
쌀과 도자기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의 광주요 그룹이 탄생 시킨 증류식 소주인 화요는 일반 대중식당에서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통망을 확보한 소주다.
국내산 쌀 100%와 지하 150m 암반수를 이용했으며, 도수는 17%부터 53%까지 다양하다.

하이트진로의 증류식 소주 인 일품진로.
참이슬 소주를 만드는 하이트 진로가 고급 소주로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를 출시했다.
옹기 대신 오크통에서 숙성시켜서 노르스름한 색깔을 띠며, 누룩향은 거의 없으나 오크향이 가미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제조기법으로 만든 증류식 소주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위스키와 코냑 등 수입산 증류주의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품질이 뛰어는 증류식 소주를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유통망을 마련해주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1 이은지 기자(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