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스 에곤 실레 콘서트 프리뷰-월간 코다 11월호

제가 하는 공연을 제가 직접 기사로 쓰자니 좀 쑥스럽더군요... 낯간지럽기도 하고... 그래도 공연이 성공만 한다면야 뭔들 뭣하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트럭 타고 다니면서 스피커로 홍보하고 다니고 싶은 심정입니다...^^;; Rachel's Music for Egon Schiele Concert 레이첼스 에곤 실레를 위한 음악 콘서트 태양 서커스단의 ‘퀴담’을 본 적이 있는가? ‘퀴담’에는 무대 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펼쳐진다. 노래와 연주는 물론이고, 무용, 연기, 서커스, 아크로바트, 마임 등. 여기에 극도로 화려한 영상과 무대 디자인, 의상, 분장, 특수 효과, 각종 소품들은 무대 미학의 정점을 이룬다. 거기다 러시아, 중국, 북구 유럽, 프랑스 등 세계 구석구석의 문화를 닥치는 대로 흡수해버린 그 소화력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퀴담’을 보면 세계의 공연 문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무대는 변하고 있다. 엄숙한 연주자가 고상하게 베토벤, 슈베르트를 연주하고, 아름다운 무용수가 우아하게 발레를 추고, 연극배우가 과장된 톤으로 절망을 연기하는 등의 일차원적인 무대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기술적인 발전은 무대 위 표현력의 한계를 깨버렸고 이제 무대는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탈장르적 복합 문화를 뱉어내고 있다. 음악과 미술, 퍼포먼스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있는 무대 즉 멀티미디어 무대가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1월 25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레이첼스의 ‘에곤 실레를 위한 음악 콘서트’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무대 전면에서는 레이첼스의 연주가 흐르고, 무대 뒤에는 에곤 실레의 그림이 흐른다. 에곤 실레의 그림 외에도 다양한 이미지와 사진 등이 영상으로 채워진다. ‘지독한 우울’ ‘에로스’ ‘격정’ ‘체념’ ‘절망’ 등의 단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상과 무대 디자인은 이번 무대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그러나 무대를 주도하는 키는 레이첼스의 음악이 쥐고 있다. 콘템포러리 앙상블인 ‘레이첼스’는 그동안 록과 클래식을 접목한 ‘그라지 클래식’(Garage Classic)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여 왔는데, 이러한 이들의 음악은 포스트록과 미니멀리즘, 클래식이 어우러지면서 극도로 탐미적이고 낭만적이며 짙은 우울함을 내포하고 있다. 레이첼스는 또한,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독특한 행보를 걸어왔다. 마치 클래식계의 인디 록 밴드 같다고나 할까. 이들은 영화작가, 발레단, 사진작가, 건축가 등 수많은 예술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창조하는 데 앞장 서왔다. 최근에는 뉴욕의 SITI 극단, 저명 사진작가 하비 웡(Harvey Wang)과 함께 작업한 음악을 담고 있는 '시스템/레이어스' 음반이 신보로 발매되었으며, 이들의 신곡은 이번 한국 콘서트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듯 레이첼스의 음악은 현시대의 문화 트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찌감치 이를 알아차린 평론가들은 이들의 음악에 대해 "피아노와 첼로를 통해 격동하는 로큰롤" "클래식의 미래" "비탄과 우수의 오케스트라를 인디록에 도입한 선구자” 등의 찬탄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성향은 ‘에곤 실레를 위한 음악’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열리는 레이첼스의 에곤 실레를 위한 음악 콘서트는 여러 면에서 뜻 깊다. 클래식의 새로운 흐름, 요절한 천재 화가의 그림, 감각적인 영상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는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무대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