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5일 더불어민주당의 최민희 의원이 ‘문화방송 녹취록’을 공개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인 엠비시 관계자들과 보수 인터넷 매체 편집국장이 두 차례 회동하면서 부당거래를 한 것입니다. 마치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듭니다. 한국의 언론, 과연 이래도 괜찮은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우선 ‘문화방송 녹취록’ 사건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텔레비전에 잘 나오지 않는 내용이라서 일반 청취자 여러분들께는 생소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2014년 4월과 11월 문화방송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정재욱 법무실장 등 엠비시 관계자 4명과 보수 인터넷 매체인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 등이 회동합니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폴리뷰’의 소훈영 기자가 제보한 6시간 분량의 녹취록이 파문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2) 엠비시 관계자들과 인터넷 매체 편집국장이 만났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대규모 공영 언론사 핵심 인사들과 월급도 없다는 보수 인터넷 매체 편집국장이 만난 사실 자체는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만나서 무슨 말을 나눴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하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대중에게 알려진 사실은 2012년 언론노조 파업당시 기선제압용으로 문화방송 최승호 피디와 박성제 기자를 충분한 증거도 없이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것입니다.
3) 그렇다면 2012년 문화방송 파업을 돌아보는 것도 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하겠군요?!
<문화방송>은 이멍박 정권 때 다섯 번 파업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한 번도 파업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됩니다. 파업원인은 <언론관계법> 날치기 반대로 세 차례,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이후 공정보도와 낙하산사장 퇴진 요구로 두 차례였습니다. 문화방송 장악 내지 길들이기에 나선 ‘엠비의 엠비시’를 묵과할 수 없던 언론인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멍박 정부는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내보낸 뒤 촛불집회가 번졌다는 인식 아래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화합니다. 김재철 사장은 <피디수첩> 등 권력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제어-폐지하는데 앞장선 인물입니다. 그 대신 <무한도전>이나 <나는 가수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강화합니다.
2012년 1월 30일 시작된 문화방송 파업은 그해 7월 17일까지 무려 170일 동안 진행됩니다. 아마 한국 방송사상 최장기간이 아닐까 합니다. 파업 중인 6월에 일반 조합원 최승호 피디와 박성제 기자가 증거도 없이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결국 8명이 해고당하고, 16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정직과 인사발령 등의 징계를 받게 됩니다.
4) 이번에 공개된 ‘문화방송 녹취록’이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뭐가요?
<미디어오늘>이 제공한 문건에 따르면, 이번 ‘녹취록’에서 드러난 사실은 크게 네 가집니다. “첫째, 최승호 피디와 박성제 기자는 아무 정당한 사유 없이 부당하게 해고됐다. 둘째, 문화방송 경영진은 ‘월급도 없다’는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들과 부당거래를 했다. 셋째, 문화방송 경영진이 방송내용과 출연패널 선정에 개입하고 있으며, 보수신문들의 출연과 광고청탁도 이뤄지고 있다. 넷째, 영세한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들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5) 백종문 전략본부장 같은 문화방송 경영진이 ‘폴리뷰’ 같은 보수 성향의 인터넷 신문과 부당거래를 했다는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주십시오.
장기파업 중인 노조를 겨냥해서 부정적인 노조관련 정보를 인터넷 매체에게 주고 기사를 써달라고 청탁합니다. 그러면 인터넷 매체는 그것을 기사화하고, 그 대가로 문화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광고도 수주하는 형태로 거래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거래는 문화방송 뿐만 아니라, 2012년 언론노조 파업에 동참했던 와이티엔과 케이비에스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됩니다.
예를 들면, 2012년 와이티엔 김백 상무와 류희림 와이티엔 플러스 대표가 노조관련 고급정보를 ‘폴리뷰’ 소훈영 기자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사내 성추행이나 왕따 같은 민감한 사안이었고, 와이티엔 사측에서 의뢰한 기사가 2013년 5월에 <와이티엔 노조의 추악한 두 얼굴>이란 제목으로 하루 3회 연속으로 나갔다는 것입니다.
6) 사안의 심각성이 상당한데요. 문제를 제기한 야당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지난 2일 화요일 오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공동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문화방송 녹취록 파문, 문제점과 해결방안> 긴급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나온 얘기들을 간추리면 “정치권력에 부역한 추악한 거래, 편성 책임자 외 개입불법은 국정조사나 청문회 해야, 문화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전체의 문제로 봐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며 방통위와 방문진의 구실이 중요하다.” 이런 내용입니다.
7) 아까 말씀 첫머리에 영화 <내부자들> 얘기를 하셨는데, 영화와 이번 사건을 결부하여 언론의 사명이랄까, 개선방안 같은 걸 이야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내부자들>은 707만 관객을 모았고, 206만 관객이 감독 무삭제판을 관람했으니까, 거의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입니다. 유력한 대통령후보와 재벌회장, 그들을 돕는 정치깡패. 그들의 뒷거래 판을 짜는 유명언론사 논설주간의 추악한 거래와 결탁을 폭로하는 영화입니다. 권력을 탐하는 곡학아세 주류 언론인의 추악한 면모를 속속들이 드러낸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한국 관객들이 <내부자들>에 공감하고 박수를 쳤을까요?!
언론의 사명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있습니다. 신속-정확-공정, 이 세 가지가 언론보도의 핵심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주류언론, 특히 보도를 생명처럼 여겨왔던 케이비에스와 엠비시 등의 형편은 어떻습니까?! 문화방송 뉴스 시청률이 예전처럼 높게 나옵니까?! 종편들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는 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어째서 식자층 시청자들이 제이티비시 보도를 신뢰하고 선호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국의 공중파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면 오락과 건강 그리고 먹는 것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일일연속극,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금요스페셜, 주말연속극, 각종 먹방과 여행, 건강병 환자를 양산하는 프로그램, 온갖 가요쇼가 뒤범벅되어 ‘국민 우민화 정책’의 선봉에 서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최소한도나마 보도와 교양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21세기에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지식과 정보사회에 앞장서는 공영방송으로 거듭 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