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안개가 광명 사랑의 집을 향해 가는 동안 내내 짙게도 깔려 있다. 안개처럼 보이나, 멀리 날아 온 먼지 바람, 황사였다. 광명 사랑의 집에 가서 점심을 해 주자면, 원종동에서는 아침 10시에는 출발을 해야 점심 준비를 할 수 있다.
내가 소사역에서 나눔님의 차를 만나는 시간은 10시 10분. 그제 밤을 큰애가 열이 나서 밤새 앓는 바람에 꼬박 새우고, 어젯 밤은 두 시까지 급한 춘천 나눔의 동산 후기를 써서 올려 놓고, 작은 아이가 아픈 바람에 세 시쯤 되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이 들어, 봉사고 뭐고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굴뚝같이 솟는다. 아무래도 나는 봉사하러 다닐 체질이 아닌가보다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약속을 했으니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침대위에서 내 몸을 일어나게 만들었다.
소사역까지 가는데 20분쯤 소요 되니, 9시 30분쯤 집에서 나가면 시간은 충분하다는 생각에 평소처럼 그 시간에 집을 나섰다. 머피의 법칙이라 했나? 오늘따라 빠르면 5분~10분 간격으로 있는 버스가 2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소사역까지 달렸다. 차량은 나보다 먼저 와서 정차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과 뛰어서 벌개진 얼굴로 타고 출발을 한다.
오랫만에 뵙는 제이비님, 공부하신다더니 많이 피곤하신가 보다. 몸이 많이 아파 일을 쉬고 있는 진달래가 그 몸으로 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게 짠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런 저런 밀린 얘기들을 나누며 광명 사랑의집 은행나무 아래 도착. 차에서 짐을 내려 들고 먼저 사랑의 집으로 들어가자 왠 신발들이 현관에 가득하다. 안양 백영 고등학교 학생들 한 학급이 사랑의 집에 봉사를 나온 것이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가? 단체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그렇게 순수해 보이고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오늘 메뉴는 맛있는 비빔밥~ 춘천 나눔의 동산에서 가져온 우거지를 삶아서 큰샘물님이 새벽 시간까지 혼자 다 찢어서 준비를 했다고 한다. 진달래는 생전처음 동태를 씻어 손질한다면서 즐거워(?) 한다. 진달래가 혼자 불 앞에 서서 계란 두 판을 후라이 하는 동안 쌀을 씻어 안치고, 시금치, 미나리, 무채, 콩나물, 우거지나물, 호박나물을 큰샘물님의 전두 지휘 아래 볶고, 준비 한다.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내내 무더기 무더기 둘러 앉은 학생들과 사랑의집 아이들이 어우러져 벌어지는 레크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웃음소리, 찬송소리로 인해 어찌 보면 정신 사나운 일이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마음까지 밝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 백영 고등학교의 젊은 여선생님, 하루를 온전히 봉사하기 위해 학급 아이들 전체를 데리고 오신 결단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태찌개가 곁들여진 맛있는 비빔밥을 양껏 먹고 나자, 봉사 나온 학생 중 세 사람을 지원 받아 설겆이를 시킨다. 여학생 둘과 키 큰 남학생 한명... 집에서건 어디서건 설겆이를 해 보았을까? 구부정하게 서서 50~60명이 식사한 식기들과 음식 준비하는데 사용했던 커다란 그릇 설겆이를 끝가지 해 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나눔님은 단상에서 학생들에게 봉사에 대한 것들을 얘기 해주고, 그 새 자오나눔 홈피를 소개하고 있다. 설겆이를 모두 마치고, 우리들이 학생들보다 먼저 일어나 황사뿌연 길을 달려 부천으로 돌아 왔다.
공동체... 누가 누구를 위해서 만드는 것인지... 공동체가 들어선다고 하면 우선 반대부터 하는 주민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속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바뀌고, 사회 복지 제도가 제대로 이루어 지기를 바라면서 2002년 3월 광명 사랑의 집 봉사 후기를 끝낸다.